'관료주의 종말'…자율·수평조직으로 변화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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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t"s Study - 성과 관리 (4)·끝
관리자 없이 동료가 업무 평가
'투명한 조직' 만들어져야 가능
관리자 없이 동료가 업무 평가
'투명한 조직' 만들어져야 가능
퀴즈입니다. 부장검사, 차장검사 중 어느 쪽 직급이 더 높을까요. 대학병원에서 과장급 의사란 어느 정도의 직급을 말할까요. 계장은 대리보다 높은 직급일까요.
한국 기업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사람이라면 호칭만 듣고도 상대방의 조직 내 위상을 파악하는 센스를 갖춰야 합니다. 문제는 조직별로 직급 구조가 상이해 같은 직급이라도 조직에 따라 높낮이가 다르다는 것이지요. 대부분 기업에서는 부장이 차장보다 높은 직급입니다. 하지만 검사조직에서 차장검사는 검사장에 버금간다는 의미로 사용하는 말이어서 부장검사보다 높은 직급입니다. 일반 조직에서 과장은 초급관리자 직급이지만, 대학병원에서 과장은 내과, 외과 등 개별 분야의 장을 뜻하는 것이므로 높은 직급에 해당합니다. 기업에서 계장은 흔히 과장과 대리 사이에 위치하는 하위 관리자 직급입니다. 하지만 은행에서는 대리보다 낮은 실무자를 계장이라고 부르지요.
직급체계가 복잡하다 보니 외국인들은 한국 기업의 직급체계에 고개를 갸우뚱거립니다. 2003년 홍콩에서 필자가 한 글로벌 기업 아시아태평양 본부의 인사임원들을 대상으로 한국 기업의 보상제도와 현황을 설명할 일이 있었습니다. 발표를 마친 뒤 싱가포르에서 근무한다고 자신을 소개한 참가자가 질문을 했습니다. “아시아 본사의 직급은 4단계인데, 왜 한국 지사의 직급은 6단계인지 모르겠다. 다른 한국 기업도 그렇게 직급이 세분화돼 있느냐.”
필자는 한국 사회는 공적생활과 개인생활이 밀접하게 연결된 사회라고 답했습니다. 왜 이렇게까지 한국 기업에서는 직급이 세분화되고 중요한 요소가 됐을까요. 아마도 장유유서를 강조하는 유교적 사회에 ‘직급이 깡패’라는 군대 경험이 더해져서 그런 것 같습니다. 하지만 지난 몇 년간 이런 관행에 큰 변화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창의적 사고, 민첩한 실행, 수평적 조직이 강조되는 현대사회에서 직급과 호칭을 파괴하는 흐름이 커지고 있는 것이죠. SK그룹 내 일부 기업에서는 보직자는 팀장 등 직책 이름을, 실무자는 매니저라는 호칭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CJ그룹과 아모레퍼시픽은 ‘~님’으로 호칭을 통일했지요. 네이버 등 정보기술(IT) 기업들은 닉네임이나 영어이름 등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렇게라도 해서 경직된 문화에 유연성을 더하겠다는 것이지요.
호칭은 수직적 조직문화 산물
직급과 호칭은 그렇다 치고 성과관리는 어떻게 진행돼야 하는 걸까요. 20세기 조직과 21세기 조직을 비교해 힌트를 찾아보겠습니다. 20세기 초만 하더라도 관료조직은 신세기에 걸맞은 선진적 조직 시스템으로 각광받았습니다. 중앙집중화된 조직이 대규모 자원을 동원해 거대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구조였으니까요. 관료주의 시스템은 분야별 전문가를 성장시키고 규모의 경제를 통해 효율성을 증대하는 조직으로 알려졌습니다.
20세기 말, 정보통신기술(ICT) 발전으로 사람들이 더 많은 정보를 처리하게 되자 관료조직의 장점이 한계가 돼 스스로의 발목을 잡는 일이 늘기 시작했습니다. 굳이 모든 정보와 자원을 중앙으로 모으지 않아도 되는데 이를 중앙화하느라 시간과 돈을 낭비하는 일이 많아졌고, 전문성 강화에 도움되는 조직구조는 어느새 조직 이기주의에 오염돼 서로 소통하지 않는 사일로가 되었습니다. 지나치게 커진 조직에서는 실질적 효과가 부진한데도 절차가 강조되고, 소수의 관리자가 너무 많은 의사결정권을 가지고 있어서 조직 내 병목현상을 일으킨다고 비판을 받았습니다.
경영학자 게리 해멀은 HBR 논문 ‘먼저 모든 관리자를 해고하자’에서 자율조직이라는 해법을 소개했습니다. 유기농 식자재 유통회사 홀푸드는 상품의 선정, 프로모션 진행 방식 등의 의사결정권을 지점장에서 팀장으로 이관했습니다. 심지어 직원의 채용도 일선관리자가 결정하도록 바꿨지요. 그렇다고 관리자들이 마구잡이로 신입 직원을 선발하지 않습니다. 직원을 선발하는 팀이 새롭게 합류한 동료의 급여를 책임져야 하기 때문이지요. 이처럼 책임과 권리를 함께 넘겨 단위 부서의 구성원이 주인의식을 갖고 열심히 일하게 만드는 조직이 늘고 있습니다. 기능성 섬유제품 고어텍스로 유명한 고어어소시엇츠는 인사자율권을 하급자에게만 적용하지 않습니다. 고어에서는 직원들이 추천과 투표를 통해 리더를 선발하는데, 심지어 최고경영자(CEO)도 예외가 아닙니다.
우리가 눈여겨봐야 할 사례는 게리 해멀이 관리자 없는 자율조직의 성과관리 사례로 소개한 토마토 가공업체 모닝스타입니다. 이 회사는 ‘C.L.O.U.’라고 불리는 직원 간 이해각서를 작성해서 서로를 평가하고 평가받는 방식으로 움직입니다. C.L.O.U. 내용을 구체적으로 알아보면 이렇습니다.
모닝스타 관리자 없는 자율조직
직원들은 관리자가 없는 대신 자신의 업무를 평가할 동료를 찾지요. 주로 자신이 한 작업을 받아서 다음으로 일하는 사람들이 평가자 역할을 합니다. 이때 나이와 경력은 의미가 없습니다. 온전히 역할 위주로 평가자, 피평가자의 관계를 설정하지요. 그다음으로 그들은 어떤 결과를 어느 수준까지 해내야 하는지 함께 이야기하고 결정합니다. 이 과정에서 상호 합의하에 목표를 낮게 잡을 수 있다는 염려가 있습니다. 그렇게 할 경우, 동료의 목표수준을 낮게 잡아준 사람은 부실한 작업 결과를 받아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하는 짐을 떠맡게 됩니다. 그래서 마치 보이지 않는 손이 자유시장을 조절하듯이 자율조직 내 상호균형의 손이 조직의 목표 수준을 유지합니다.
최근에는 직원들이 서로의 보상을 결정하는 조직도 등장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엔터테인먼트 업체 IGN은 ‘바이럴 페이’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IGN은 매년 1월과 7월에 개당 1달러 상당의 가상 토큰을 직원들에게 지급합니다. 직원들은 자신의 토큰을 원하는 만큼 우수성과를 내는 동료에게 줄 수 있지요. 이때 원칙은 첫째, 자신에게 토큰을 줄 수 없다. 둘째, 기간 내에 토큰을 소진해야 한다. 셋째, 상사에게 토큰을 줄 수 없다. 혹시 성과와 무관한 인기투표로 변질되지 않겠느냐고요. 참가자가 30인 이상이면 그런 왜곡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는 게 회사의 설명입니다. 이와 더불어 IGN은 관리자에게도 토큰을 줘 바이럴 페이에서 소외된 직원 중 조직을 위해 수고한 직원들을 찾아내도록 지시하고 있습니다.
바이럴 페이 도입 이후 직원들은 토큰을 많이 받은 우수성과자를 기꺼이 인정하고 축하하고 있습니다. IGN은 이 제도의 긍정적 효과를 더 키우기 위해 상위권 직원이 얼마나 토큰을 받는지 공개하고 있습니다. 물론 직원 개인의 신상정보는 밝히지 않으면서 말이지요. 고성과자의 동기 부여와 저성과자의 각성 촉구 측면에서 바이럴 페이는 성공적이라는 평을 받고 있습니다.
수평적 조직, 애자일 조직, 자율운영 조직 등 새로운 조직 형태가 늘어나고 있고, 그에 따라 성과관리 방식에도 변화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성공적인 운영으로 이름이 알려진 기업들의 방식을 살펴보면 한 가지 개념이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바로 ‘투명성’입니다. 운영이 투명한 조직에서는 안일함이 용납되지 않고 왜곡이 발붙일 자리가 없습니다. 투명성이야말로 자율조직을 가능하게 하는 힘입니다.
김용성 피플앤비즈니스 교수
한국 기업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사람이라면 호칭만 듣고도 상대방의 조직 내 위상을 파악하는 센스를 갖춰야 합니다. 문제는 조직별로 직급 구조가 상이해 같은 직급이라도 조직에 따라 높낮이가 다르다는 것이지요. 대부분 기업에서는 부장이 차장보다 높은 직급입니다. 하지만 검사조직에서 차장검사는 검사장에 버금간다는 의미로 사용하는 말이어서 부장검사보다 높은 직급입니다. 일반 조직에서 과장은 초급관리자 직급이지만, 대학병원에서 과장은 내과, 외과 등 개별 분야의 장을 뜻하는 것이므로 높은 직급에 해당합니다. 기업에서 계장은 흔히 과장과 대리 사이에 위치하는 하위 관리자 직급입니다. 하지만 은행에서는 대리보다 낮은 실무자를 계장이라고 부르지요.
직급체계가 복잡하다 보니 외국인들은 한국 기업의 직급체계에 고개를 갸우뚱거립니다. 2003년 홍콩에서 필자가 한 글로벌 기업 아시아태평양 본부의 인사임원들을 대상으로 한국 기업의 보상제도와 현황을 설명할 일이 있었습니다. 발표를 마친 뒤 싱가포르에서 근무한다고 자신을 소개한 참가자가 질문을 했습니다. “아시아 본사의 직급은 4단계인데, 왜 한국 지사의 직급은 6단계인지 모르겠다. 다른 한국 기업도 그렇게 직급이 세분화돼 있느냐.”
필자는 한국 사회는 공적생활과 개인생활이 밀접하게 연결된 사회라고 답했습니다. 왜 이렇게까지 한국 기업에서는 직급이 세분화되고 중요한 요소가 됐을까요. 아마도 장유유서를 강조하는 유교적 사회에 ‘직급이 깡패’라는 군대 경험이 더해져서 그런 것 같습니다. 하지만 지난 몇 년간 이런 관행에 큰 변화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창의적 사고, 민첩한 실행, 수평적 조직이 강조되는 현대사회에서 직급과 호칭을 파괴하는 흐름이 커지고 있는 것이죠. SK그룹 내 일부 기업에서는 보직자는 팀장 등 직책 이름을, 실무자는 매니저라는 호칭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CJ그룹과 아모레퍼시픽은 ‘~님’으로 호칭을 통일했지요. 네이버 등 정보기술(IT) 기업들은 닉네임이나 영어이름 등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렇게라도 해서 경직된 문화에 유연성을 더하겠다는 것이지요.
호칭은 수직적 조직문화 산물
직급과 호칭은 그렇다 치고 성과관리는 어떻게 진행돼야 하는 걸까요. 20세기 조직과 21세기 조직을 비교해 힌트를 찾아보겠습니다. 20세기 초만 하더라도 관료조직은 신세기에 걸맞은 선진적 조직 시스템으로 각광받았습니다. 중앙집중화된 조직이 대규모 자원을 동원해 거대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구조였으니까요. 관료주의 시스템은 분야별 전문가를 성장시키고 규모의 경제를 통해 효율성을 증대하는 조직으로 알려졌습니다.
20세기 말, 정보통신기술(ICT) 발전으로 사람들이 더 많은 정보를 처리하게 되자 관료조직의 장점이 한계가 돼 스스로의 발목을 잡는 일이 늘기 시작했습니다. 굳이 모든 정보와 자원을 중앙으로 모으지 않아도 되는데 이를 중앙화하느라 시간과 돈을 낭비하는 일이 많아졌고, 전문성 강화에 도움되는 조직구조는 어느새 조직 이기주의에 오염돼 서로 소통하지 않는 사일로가 되었습니다. 지나치게 커진 조직에서는 실질적 효과가 부진한데도 절차가 강조되고, 소수의 관리자가 너무 많은 의사결정권을 가지고 있어서 조직 내 병목현상을 일으킨다고 비판을 받았습니다.
경영학자 게리 해멀은 HBR 논문 ‘먼저 모든 관리자를 해고하자’에서 자율조직이라는 해법을 소개했습니다. 유기농 식자재 유통회사 홀푸드는 상품의 선정, 프로모션 진행 방식 등의 의사결정권을 지점장에서 팀장으로 이관했습니다. 심지어 직원의 채용도 일선관리자가 결정하도록 바꿨지요. 그렇다고 관리자들이 마구잡이로 신입 직원을 선발하지 않습니다. 직원을 선발하는 팀이 새롭게 합류한 동료의 급여를 책임져야 하기 때문이지요. 이처럼 책임과 권리를 함께 넘겨 단위 부서의 구성원이 주인의식을 갖고 열심히 일하게 만드는 조직이 늘고 있습니다. 기능성 섬유제품 고어텍스로 유명한 고어어소시엇츠는 인사자율권을 하급자에게만 적용하지 않습니다. 고어에서는 직원들이 추천과 투표를 통해 리더를 선발하는데, 심지어 최고경영자(CEO)도 예외가 아닙니다.
우리가 눈여겨봐야 할 사례는 게리 해멀이 관리자 없는 자율조직의 성과관리 사례로 소개한 토마토 가공업체 모닝스타입니다. 이 회사는 ‘C.L.O.U.’라고 불리는 직원 간 이해각서를 작성해서 서로를 평가하고 평가받는 방식으로 움직입니다. C.L.O.U. 내용을 구체적으로 알아보면 이렇습니다.
모닝스타 관리자 없는 자율조직
직원들은 관리자가 없는 대신 자신의 업무를 평가할 동료를 찾지요. 주로 자신이 한 작업을 받아서 다음으로 일하는 사람들이 평가자 역할을 합니다. 이때 나이와 경력은 의미가 없습니다. 온전히 역할 위주로 평가자, 피평가자의 관계를 설정하지요. 그다음으로 그들은 어떤 결과를 어느 수준까지 해내야 하는지 함께 이야기하고 결정합니다. 이 과정에서 상호 합의하에 목표를 낮게 잡을 수 있다는 염려가 있습니다. 그렇게 할 경우, 동료의 목표수준을 낮게 잡아준 사람은 부실한 작업 결과를 받아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하는 짐을 떠맡게 됩니다. 그래서 마치 보이지 않는 손이 자유시장을 조절하듯이 자율조직 내 상호균형의 손이 조직의 목표 수준을 유지합니다.
최근에는 직원들이 서로의 보상을 결정하는 조직도 등장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엔터테인먼트 업체 IGN은 ‘바이럴 페이’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IGN은 매년 1월과 7월에 개당 1달러 상당의 가상 토큰을 직원들에게 지급합니다. 직원들은 자신의 토큰을 원하는 만큼 우수성과를 내는 동료에게 줄 수 있지요. 이때 원칙은 첫째, 자신에게 토큰을 줄 수 없다. 둘째, 기간 내에 토큰을 소진해야 한다. 셋째, 상사에게 토큰을 줄 수 없다. 혹시 성과와 무관한 인기투표로 변질되지 않겠느냐고요. 참가자가 30인 이상이면 그런 왜곡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는 게 회사의 설명입니다. 이와 더불어 IGN은 관리자에게도 토큰을 줘 바이럴 페이에서 소외된 직원 중 조직을 위해 수고한 직원들을 찾아내도록 지시하고 있습니다.
바이럴 페이 도입 이후 직원들은 토큰을 많이 받은 우수성과자를 기꺼이 인정하고 축하하고 있습니다. IGN은 이 제도의 긍정적 효과를 더 키우기 위해 상위권 직원이 얼마나 토큰을 받는지 공개하고 있습니다. 물론 직원 개인의 신상정보는 밝히지 않으면서 말이지요. 고성과자의 동기 부여와 저성과자의 각성 촉구 측면에서 바이럴 페이는 성공적이라는 평을 받고 있습니다.
수평적 조직, 애자일 조직, 자율운영 조직 등 새로운 조직 형태가 늘어나고 있고, 그에 따라 성과관리 방식에도 변화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성공적인 운영으로 이름이 알려진 기업들의 방식을 살펴보면 한 가지 개념이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바로 ‘투명성’입니다. 운영이 투명한 조직에서는 안일함이 용납되지 않고 왜곡이 발붙일 자리가 없습니다. 투명성이야말로 자율조직을 가능하게 하는 힘입니다.
김용성 피플앤비즈니스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