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간) 경기 침체 우려로 뉴욕증시가 폭락하자 제롬 파월 미 중앙은행(Fed) 의장(사진)을 “아주 멍청하다(clueless)”고 비난하며 Fed에 책임을 전가했다. 자신이 주도하는 미·중 무역전쟁에 비판의 화살이 쏠리는 걸 차단하면서 Fed에 ‘금리를 내리라’고 압박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윗을 통해 “문제는 중국이 아니다”며 “우리의 문제는 Fed가 너무 많이, 너무 빠르게 (금리를) 올렸고 이제는 너무 느리게 내리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다른 나라들이 아주 멍청한 제롬 파월과 Fed에 ‘고맙다’고 할 만큼 (다른 나라와 미국의) 금리 격차가 너무 크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날 미 국채 2년물과 10년물 금리가 역전된 걸 두고 “미친(crazy) 수익률 곡선”이라고 했다.

시장에선 그동안 세계 경제가 둔화하는 상황에서 미·중 무역전쟁 등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 정책이 글로벌 경기 침체를 더욱 빠르게 할지 모른다고 우려해왔다. 이에 반해 트럼프 대통령은 Fed의 ‘매파적(긴축적)’ 통화정책이 문제라고 강조해왔다. 블룸버그통신은 “시장이 폭락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과의 무역전쟁이 경제를 해친다는 비판론을 다른 데로 돌리려고 애썼다”고 꼬집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전에도 수차례 Fed에 금리 인하를 요구해왔다. 구체적으로 기준금리를 1%포인트 인하해야 한다고 압박하고 파월 의장의 해임 가능성을 거론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 이후 Fed는 지난달 31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직후 10년여 만에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인하했다. 하지만 파월 의장은 당시 기자회견에서 “(이번 금리 인하는) 명백히 보험적 측면”이라며 “장기적인 연쇄 금리 인하의 시작은 아니다”고 말해 트럼프 대통령의 ‘공격적 금리 인하’ 요구와는 거리를 뒀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증시 폭락의 책임을 Fed에 전가하며 파월 의장을 공격한 배경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중 무역전쟁에 대해선 “우리는 중국에 대해 대단히 성공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트윗에서 “기업들과 일자리가 (중국에서) 달아나고 있다”며 “우리로선 (관세 인상으로 미국 내 제품 판매) 가격이 올라가지 않았고 어떤 경우에는 내려갔다”고 주장했다. 미국이 중국 제품에 부과한 고율관세가 결국 미국 소비자들에게 전가될 것이란 전문가들의 지적을 의식한 해명이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