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받는 사업장에는 시세를 고려하지 않고 취득원가에 맞춰 땅값을 감정평가하도록 의무화한다. 지방자치단체 분양가심의위원회의 역할을 강화하고 한국감정원에서 감정평가 가격을 한 번 더 검증하는 등 전후 규제장치도 도입해 분양가가 시세의 절반 밑으로 떨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국토부, 상한제 땅값 통제한다
15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상한제를 적용받는 사업장은 분양가를 산정할 때 ‘원가법’ 방식으로 토지를 감정평가해 반영해야 한다. 원가법은 자산을 사는 데 든 비용과 조성비용 등 취득원가를 기준으로 하는 감정평가 방식이다. 주관이 개입할 소지나 가격 편차가 적어 건물 등을 평가할 때 주로 쓰인다. 다른 방식에 비해 수익성과 시장성이 고려되지 않는 게 특징이다.

토지 감정평가는 기본적으로 원가법이 아닌 ‘공시지가기준법’이라는 방식을 사용한다. 인근에 있는 표준지공시지가를 기준으로 집값 상승률이나 시세 변화를 고려하는 평가 방식이다. 공시지가가 시세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지만 다른 요인이 고려되기 때문에 서울 강남 주요 지역 땅값은 시세의 80~90% 수준으로 정해지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1차적으로는 감정평가사들이 기존 방법대로 토지를 감정평가하지만 분양가 상한제라는 제도 도입의 취지에 맞게 원가법 평가가격과 비교해 조정하도록 의무화했다”고 설명했다.

감정평가사들은 원가법이 분양가를 추가로 끌어내릴 것으로 예상했다. 분양가는 감정평가한 택지비, 건축비, 가산비 등을 더해 산정하는데 이 중 택지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50~70%에 달한다. 한 감정평가사는 “공시지가기준법을 적용하면 원가를 뛰어넘는 무형의 이익이나 가치가 많이 반영된다”며 “강남권 분양가가 상대적으로 훨씬 더 큰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개정안에는 "민간택지비에 현실화 또는 구체화되지 않은 개발이익을 반영해서는 안 된다"는 점도 명시했다. 미래 개발이익을 반영하지 않는 것은 감정평가에서 일반적으로 지켜지는 원칙이다. 업계에선 분양가를 높이기 위해 꼼수평가가 나올 가능성을 대비해 규칙은 명확히 한 것으로 해석했다.

정부는 원가법 도입 이외에도 2중 3중 장치를 통해 분양가를 규제할 방침이다. 민간 평가사의 택지비 감정평가 적정성을 한국감정원이 검증하는 제도를 신설했다. 감정원은 해당 가격이 합리적인 근거 없이 표준공시지가와 큰 차이가 나면 재평가를 요구할 수 있다. 이 밖에 시·도지사가 추천한 감정평가사를 평가에 포함하고 지자체 분양가심사위원회의 역할도 강화한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