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일반직(조종사 제외)의 올해 임금·단체협약 교섭이 난항을 겪고 있다. 대한항공노동조합은 제2노조(민주노총 대한항공 직원연대)나 조종사노조에 비해 협력적인 노사관계를 유지해왔다. 그러나 지난해 출범한 직원연대와의 경쟁이 심해지면서 노조 내부에서 투쟁 수위를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목소리 커진' 대한항공 노조…올 임단협 난항
15일 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 사측은 지난 13일 교섭에서 총액 기준 1.2% 임금 인상안을 제시했다. 경쟁사 대비 임금 수준이 높은 데다 한·일 관계 경색, 미·중 무역분쟁 등 대외 변수로 인해 실적 악화가 우려된다는 이유에서다. 대한항공은 지난 2분기 1015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전년 동기 대비 적자로 전환했다.

대한항공 노조는 즉각 반발했다. 노조 측은 “노사 화합과 신뢰는 어느 일방의 절대적 희생으로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며 “땀의 대가를 쟁취하기 위해 최대한 역량을 동원하겠다”고 강조했다.

대한항공 노조는 객실·정비·사무직 등으로 구성돼 있으며 조합원은 1만여 명이다. 올해 임단협에서 총액 기준 7.2% 인상, 임금피크제 폐지 등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해 노사 임금 합의안(3.5% 인상)의 두 배를 웃도는 수준이다. 이 밖에 △미사용 연차수당 지급 △대기시간 개선 등도 요구안에 담았다.

대한항공 노조는 그동안 조종사노조에 비해 온건한 성향으로 분류됐다. 조종사노조는 2017년·2018년 임단협을 올 들어 마무리하는 등 매년 사측과 힘겨루기를 반복해왔다. 지난해 설립된 직원연대가 각종 현안에 목소리를 높이면서 기존 대한항공 노조도 조직 안정화를 위해 요구안의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직원연대는 ‘땅콩 회항’ 제보자로 이름을 알린 박창진 사무장이 위원장을 맡고 있으며 조합원은 100여 명이다. 직원연대는 올해 임단협에서 기본급 15% 인상, 임금피크제 폐지 등 더 강한 요구안을 내놨다. 다만 대표교섭단체 자격은 대한항공 노조(1노조)에 있기 때문에 회사는 1노조와의 교섭 결과를 전 직원에 적용할 수 있다.

직원연대는 기존 1노조를 끊임없이 공격하며 세력 확장을 시도하고 있다. 최근에는 홈페이지에 ‘민주노조와 어용노조가 다른 점’이라는 제목의 기획물을 게시하기도 했다. 1노조를 어용노조라고 직접 명시하지는 않았으나 사측과 협력적 노사관계를 유지해왔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이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