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15일 광복절 경축사에는 과거 정부의 ‘통일 대박론’을 방불케하는 장밋빛 전망이 담겼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비핵화 협상이 교착 상태인 현 시국에선 지나치게 낙관적인 관측”이라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평화경제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위에 북한이 핵이 아닌 경제와 번영을 선택할 수 있도록 대화와 협력을 계속해나가는 데서 시작한다”며 “평화경제를 통해 우리 경제의 신성장동력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남과 북이 역량을 합친다면 8000만 단일 시장을 만들 수 있고, 통일까지 된다면 세계 경제 6위권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2050년엔 국민소득 7만~8만달러 시대가 가능하다는 연구 자료도 인용했다.

청와대가 인용한 영국 경제경영연구센터(CBER)의 ‘세계 경제 성적 일람표 2019’에 따르면 2030년대에는 통일 한국의 국내총생산(GDP)이 영국과 프랑스를 꺾고 세계 6위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경제연구원은 한반도 단일 경제권을 가정해 통일 한국의 실질 GDP가 2050년 5663조원으로 증가하고, 1인당 실질 GDP는 7만484달러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국회예산정책처도 통일 한국의 GDP를 2060년 기준 5조5000만달러, 1인당 GDP는 7만9000달러로 예상한 바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이 2017년 12월 말 내놓은 ‘남북한 경제통합 분석모형 구축과 성장효과 분석’에서는 30년에 걸친 3단계 남북 통합을 전제하면 남북한이 총 763조5000억원 규모의 경제성장 효과를 얻을 것이라고 추산됐다.

국내외 연구기관들의 발표에는 통일이 되면 한국 기업의 기술과 북한의 값싼 노동력이 결합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논리가 바탕에 있다. 인구가 늘어나 경제 규모가 커지는 것도 긍정적 요인 중 하나다. 통계청과 미국 중앙정보국(CIA) 등에 따르면 현재 남북한 인구는 7699만 명 수준으로 추정된다.

통일이 되면 국방비도 줄어든다. 국방부에 따르면 내년부터 2024년까지 총 290조5000억원 규모의 국방비가 투입된다. 또 국제신용평가사들이 끊임없이 지적하는 북한을 둘러싼 지정학적 위험요인 역시 해소할 수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 사이에선 북한 경제 규모가 미미한 수준이고, 경제 운용 방식도 한국과 크게 다르다는 점을 감안할 때 지나치게 낙관적인 전망일 뿐 아니라 북의 미사일 도발이 잇따르는 상황에서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소 안보통일센터장은 “북핵 협상이 교착돼 있는 데다 북한의 노골적인 도발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통일 이후는 물론 남북 경제협력을 통한 평화경제도 너무 먼 이야기”라고 지적했다.

임락근 기자 rkl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