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경제전쟁’의 분수령으로 꼽힌 문재인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는 준비 기간만 한 달을 훌쩍 넘겼다. 비서실장과 정무수석이 주재하는 태스크포스(TF)를 꾸려 막판까지 수정을 거듭한 것으로 전해질 만큼 신중을 기했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문 대통령 취임 이후 세 차례 광복절 연설문 중 가장 심혈을 기울였다”고 귀띔했다.

오는 28일 일본의 한국에 대한 화이트리스트(수출절차 간소화 국가) 제외 조치 시행을 앞두고 문 대통령의 ‘광복절 메시지’에 그간 국내외의 이목이 쏠렸다. 강경 메시지를 내느냐, 유화의 손길을 내미느냐에 따라 앞으로 우리 정부의 전략을 가늠할 수 있어서다.

청와대 참모들은 각 분야 전문가와 여당 국회의원 등 사회 각층의 의견을 물어 ‘경제’라는 키워드를 도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15일 27분가량의 연설 동안 경제(32회), 평화경제(7회)라는 단어가 등장한 빈도가 1년 전(경제 18회, 평화경제 1회)보다 확연히 늘었다.

심훈의 ‘그날이 오면’, 김기림의 ‘새나라 송’ 등 경축사 곳곳에 시를 인용한 것도 눈에 띈다. 이날 연설을 관통하는 키워드인 ‘아무도 흔들 수 없는 새 나라’ 역시 해방 직후 쓰인 새나라 송(1946)에서 따왔다. “용광로에 불을 켜라 새 나라의 심장에 세멘(시멘트)과 철과 희망 위에 아무도 흔들 수 없는 새 나라 세워 가자”라는 구절이다. 경축사에서는 “분단을 극복해낼 때 광복은 완성되고,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가 될 것”이라고 표현됐다. “광복 직후 나온 문학 작품 중 경제 건설을 이야기한 게 있으면 찾아보자”는 문 대통령의 지시가 반영된 것이란 설명이다.

박재원/임락근 기자 wonderf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