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화웨이 반사이익'보다 '미중 갈등 피해'가 컸다…中 매출 35% 증발
삼성전자의 중국 매출이 미·중 무역분쟁 등의 영향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5% 이상 줄었다.

당초 미중 무역갈등으로 화웨이 등 중국 IT기업들이 제재를 받게 되면 삼성전자가 반사이익을 누릴 것이란 전망이 나오기도 했지만 손해가 더 큰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1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올 상반기 중국 매출은 17조8139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7조4102억원)보다 35% 감소했다.

전체 매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도 크게 떨어졌다. 지난해 상반기 삼성전자는 전체 매출의 32.7%를 중국으로부터 거뒀지만, 올 상반기엔 이 비율이 23.6%로 줄었다.

중국 시장에서의 매출 감소는 전체 매출에도 영향을 미쳤다. 이 기간 삼성전자의 전체 매출은 75조1881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기록한 83조9217억원보다 10.4% 감소했다.

삼성전자의 중국 매출 감소는 미중 무역분쟁으로 삼성 최대 고객사 중 한 곳인 화웨이가 직접적인 타격을 입은 데 따른 것으로 추측된다.

화웨이는 삼성전자로부터 D램과 낸드플래시 등의 반도체 부품을 구매하는 'VIP 고객'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화웨이로부터만 8조원의 매출을 거둔 것으로 추산된다. 삼성전자 전체 매출의 3%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올 상반기 기준 화웨이는 애플, 베스트바이, 도이치텔레콤, 버라이즌과 함께 삼성전자의 5대 고객사에 이름을 올렸다. 이들 5개 기업이 삼성전자에 가져다준 매출만 전체의 11%에 달한다.

미국 정부로부터 수출입 제재를 받은 화웨이가 글로벌 시장에서 수요 급감을 미리 예상해 부품 주문량을 줄인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블룸버그 등 해외 외신을 종합하면 화웨이는 미국의 압박으로 수출길이 막히면서 올 하반기 스마트폰 생산량을 당초 목표보다 최대 30% 감산하기로 했다. 감산량은 약 3000만대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화웨이는 지난해 2억580만대의 스마트폰을 생산해 이 중 절반인 약 1억대를 해외로 수출했다. 사실상 해외로 수출하는 스마트폰의 3분의 1이 줄어들 것으로 파악한 것이다.

반면 화웨이와 직접 경쟁을 하는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선 삼성전자가 거의 힘을 못쓰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지난 2분기 삼성전자는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70만대를 출하해 점유율 0.7%를 확보하는 데 그쳤다. 지난 1분기 1.1%보다 더 떨어졌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소비자들은 화웨이, 오포 등 원래 자국 스마트폰 제품 사용 비율이 높은 데다 미중 무역갈등으로 애국 소비까지 확산됐다"며 "유럽, 인도 등 중국 이외의 시장에서 중국 업체들의 점유율을 삼성전자가 얼마큼 가져올 수 있느냐에 반사이익 여부가 달려있다"고 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