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령 지브롤터 당국이 지난달 초 나포한 이란 유조선 ‘그레이스1’을 15일(현지시간) 풀어줬다. 억류 40일 만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이날 지브롤터 대법원은 그레이스1을 즉각 억류 해제하기로 결정했다. 그레이스1은 30만t급 대형 유조선이다. 지브롤터 경찰은 이 유조선을 영국 해군과 공조해 지난달 4일 지브롤터 남쪽 4㎞ 해상에서 억류했다. 유럽연합(EU)의 제재 대상인 시리아 정유공장으로 원유를 운반 중이었다는 이유에서다.

지브롤터 당국은 지난 13일 이란으로부터 그레이스1이 EU의 대(對)시리아 제재를 어기지 않을 것이라고 확약하는 공식 문서를 받고 이번 결정을 내렸다. 파비안 피카도 지브롤터 행정수반은 FT에 “EU 제재를 지키겠다는 이란의 확약을 받았기 때문에 그레이스1을 억류할 법적인 이유가 사라졌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번 조치는 미국 요청과 반대된다. 미국은 지난 14일 지브롤터에 그레이스1을 계속 억류하도록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FT는 미국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미국은 이란이 원유를 판 돈으로 역내 대리군을 지원하고 있다며 이를 막아 달라고 했다”고 보도했다. 피카도 행정수반은 “미국 요청은 시리아에 대한 EU 제재를 근거로 한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받아들일 수 없었다”며 “지브롤터가 미국의 대이란 ‘최대 압박’ 방침에 반기를 든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FT는 “이번 결정이 영국과 이란 간 고조됐던 긴장을 줄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각에선 그레이스1 억류 해제 이후 이란이 억류 중인 영국 유조선 ‘스테나 임페로’를 풀어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란혁명수비대(IRGC)는 그레이스1 억류의 보복 조치로 지난달 19일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던 스테나 임페로를 나포해 억류하고 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