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세아·대한제강 "철근값 상승 반갑다"
포스코와 현대제철 등 대형 철강회사들의 실적 부진 속에 동국제강이 올해 2분기(4~6월) 3년 만에 최대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세아제강지주와 동부제철, 대한제강 등 다른 중견 철강사들의 실적도 지난해보다 개선됐다. 건설업 성수기를 맞아 철근 등 봉형강 제품 판매가 호조를 보인 가운데 미국발(發) 보호무역주의 여파로 브라질과 미국 등 해외공장 가동률이 높아진 덕분이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동국제강은 2분기 연결 기준 매출 1조4949억원, 영업이익 792억원을 거뒀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은 1%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145% 급증했다. 영업이익은 2016년 2분기(1176억원) 후 가장 많다. 영업이익률은 5.3%로 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올 1분기를 포함한 상반기 영업이익은 1275억원으로 작년 전체 영업이익(1440억원)의 88%에 달한다.

건설업과 조선업 등 철강 수요산업 회복이 동국제강 실적 개선을 이끌었다. 이 회사의 2분기 봉형강 제품 판매량은 1분기보다 24% 증가했다. 지난해부터 조선업체들의 선박 수주가 늘어나면서 조선용 후판 판매량도 전 분기에 비해 24% 많아졌다. 내진용 철강재와 컬러강판 등 고부가가치 제품 판매가 늘어난 점도 수익성을 높인 요인으로 꼽힌다.

포스코 및 브라질 철광석 업체 발레와 합작해 현지에 건설한 CSP제철소도 2분기에 127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흑자전환했다. 브라질이 미국의 고율 관세 및 쿼터(수출 물량 제한) 대상 국가에서 빠지면서 미국 철강사들이 CSP제철소가 생산한 슬래브(기다린 널빤지 모양의 철강 반제품) 수입을 늘렸기 때문이다.

강관(파이프)이 주력인 세아제강의 지주회사 세아제강지주도 2분기 영업이익이 작년보다 47.7% 증가한 359억원에 달했다. 미국 휴스턴에 있는 세아제강의 현지 생산법인 SSUSA의 증설 효과를 톡톡히 봤다.

건설용 철근 가격 결정 방식이 바뀐 점도 철강업계에 호재로 작용했다. 철강사들은 올해부터 건설회사에 판매하는 철근값을 원가를 반영해 매달 결정하고 있다. 지난해까지는 건설사와 분기(3개월)마다 가격 협상을 통해 가격을 책정했기 때문에 원가 인상분을 제때 반영하지 못했다. 철근이 주력인 대한제강의 2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20배 가까이 증가한 155억원에 달했다. 다음달 1일 KG동부제철로 사명 변경을 앞둔 동부제철도 2분기 45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면서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동국제강과 세아제강지주, 동부제철 등 국내 17개 철강사의 2분기 영업이익(합계)은 262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7.6% 증가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민간 아파트에 분양가 상한제를 도입하기로 하면서 건설경기 악화 가능성이 높아진 데다 미·중 무역분쟁 여파로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점이 변수”라고 말했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