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장비 제조업체 감마누의 상장을 폐지한 한국거래소의 결정을 취소해야 한다는 법원 1심 판결이 나왔다. 상장폐지 취소 소송에서 기업이 거래소를 이긴 것은 이번이 사상 처음이다.

서울남부지방법원 민사11부(부장판사 이유형)는 감마누가 한국거래소를 상대로 낸 상장폐지결정 무효확인 소송에서 16일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해도 특별한 사정이 있으면 기간을 연장해야한다”며 “감마누는 지난해 재감사에 들어갔으나 거래소는 최종 개선기한 내에 감사의견이 변경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기간 연장 없이 그대로 상장을 폐지했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한국거래소는 재량권을 남용했다”고 지적했다.

소송에서 감마누를 대리한 김정만 법무법인 정행 대표변호사는 “감마누는 상장폐지 결정 뒤 삼일회계법인에서 적정 의견의 감사보고서를 받았다”며 “당시 결정을 미루고 개선기간을 줬다면 상장폐지가 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감마누는 2017년 감사보고서에서 외부 감사인으로부터 감사의견 거절을 받았다. 최대주주 에스엠브이홀딩스 등 특수관계자와의 거래에 대한 자료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했다는 게 이유였다. 이에 따라 지난해 3월 주식거래가 정지됐고 9월 상장폐지 결정이 나와 주식 정리매매에 들어갔다.

그러나 10월 감마누가 낸 상장폐지 효력정지 가처분을 법원이 받아들이면서 상장폐지 절차가 중단됐다. 정리매매 마지막 날이었다. 이후 감마누는 2017년 감사보고서에 대해 적정 의견을 받았고 곧바로 한국거래소를 상대로 상장폐지 무효 소송을 냈다.

증권업계에서는 한국거래소의 당시 결정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감마누가 재감사 보고서가 나올 시기를 한국거래소에 알려줬는데도 거래소가 이를 감안하지 않고 상장폐지를 강행했다는 것이다. 다만 거래소는 법원 방침에 따라 최종 판결 때까지 감마누 주식 매매를 재개하지는 않을 계획이다. 한국거래소는 이날 즉시 항소 의사를 밝혔다.

양병훈/노유정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