힙합으로 소비·브랜드에 눈뜨는 10代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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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경의 컬처 insight
"우아한 프라다 깔끔한 마르지엘라"
힙합 가사에 명품 줄줄이 쏟아져
국내 소비시장에 막강한 파급력
"우아한 프라다 깔끔한 마르지엘라"
힙합 가사에 명품 줄줄이 쏟아져
국내 소비시장에 막강한 파급력
“구찌 루이 휠라 슈프림 섞은 바보.” “우아한 프라다 우아한 샤넬 깔끔한 마르지엘라 같은 너에 반해 잘하려 했지.”
가사 한 줄에 다수의 명품 브랜드가 쏟아져 나온다. 래퍼 기리보이의 ‘flex’, 래퍼 창모의 ‘아름다워’란 노래의 가사들이다. 이들 힙합곡은 10~20대, 특히 10대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일부 어른들은 노래에 화려한 명품 브랜드가 나오는 것만으로 얼굴을 찌푸리기도 한다. 하지만 자유분방한 힙합의 세계에서 가사 자체에 굳이 엄격한 잣대를 고집하기보다 그 영향력을 곱씹어 보는 게 더 의미 있지 않을까.
힙합이란 콘텐츠가 국내 소비 시장에 막강한 파급력을 미치고 있다는 사실을 어른들은 잘 모른다. 물론 10대들이 어른도 쉽게 사지 못하는 고가 브랜드 제품을 구매하는 일은 드물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10대들이 힙합을 통해 소비의 세계에 눈 뜨고 있다는 점이다. 음악에 나오는 브랜드, 래퍼들이 평소 즐겨 입고 사용하는 브랜드를 배우고 익힌다. 래퍼들의 굿즈도 나오는 줄줄이 완판 행진을 이어간다. 기업들은 새로운 고객, 나아가 미래의 주요 고객이 될 10대들을 사로잡기 위해 래퍼들과 함께하려 애쓰고 있다. 웬만한 스포츠 매장의 음악들이 낯선 중얼거림으로 넘쳐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힙합의 인기는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2012년 시작된 엠넷의 힙합 오디션 프로그램 ‘쇼미더머니’가 그 시작이었다. 일부 마니아만 즐기던 힙합을 대중화하는 데 포문을 열었다. 올해 시즌8까지 왔다. SBS는 지난 9일부터 국내 최초 힙합 드라마 ‘힙합왕-나스나길’을 방영하고 있다.
이런 인기는 래퍼들이 소속된 힙합 레이블 AOMG 등의 성장으로 이어졌다. 일반 기업들은 래퍼들과의 협업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쉐보레는 지난해부터 쇼미더머니에 차량을 지원하고 래퍼 더 콰이엇, 비와이와 잇달아 광고 영상을 만들었다. 기업은행은 지난달 금융권 최초로 래퍼 나플라, 루피 등과 손잡고 음원과 영상을 제작했다. 지난 9~10일 열린 패션 전문 온라인몰 무신사의 행사에 참가한 아디다스는 브랜드 홍보를 위해 래퍼 DPR 공연을 내세웠다. 행사장엔 공연을 보러 온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힙합과 소비는 연관성이 없어 보이지만 강력한 연결고리를 갖고 있다. 그 이유를 알려면 힙합의 속성부터 생각해 봐야 한다. 힙합은 멜로디보다 리듬에 맞춰 이야기를 풀어낸다. 발라드처럼 아름답게 포장된 가사가 아니라 래퍼 자신이 겪은 일과 일상의 감정을 누군가에게 말하듯 노래하게 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가난하고 우울했던 과거, 그 과거를 딛고 당당하게 대중 앞에 서게 된 경험담이 자주 등장한다. 10대들이 힙합에 열광하는 이유도 자신의 처지를 투영하는 동시에 희망의 메시지를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힙합 애호가인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도 이렇게 말하지 않았던가. “미국의 가난한 흑인들은 힙합으로 자신의 고통과 의사를 표현했다. 이 때문에 힙합은 세계적으로 사랑받으며 발전할 수 있었다.”
여기까지만 해도 소비와 쉽게 연결되지 않는다. 그런데 이 경험담을 이야기할 때 주로 사용되는 장치가 있다. 앞서 언급한 노래 제목과 같은 ‘플렉스(flex)’다. ‘근육에 힘을 주다’라는 의미의 단어로 요즘 힙합계에선 ‘뽐내다, 과시하다’라는 의미로 사용된다. 래퍼들이 으스대듯 자랑하는 것을 뜻한다. 그리고 소비는 그 ‘성공’을 증명하는 대표적인 행위로 여겨지고 있다.
힙합 음악에는 대부분 이 같은 플렉스가 깔려 있다. 힙합과 래퍼들의 세계가 더 매혹적으로 다가오는 건 이 때문일지도 모른다. 갈수록 그 힘이 커져 국내 소비 시장의 판도를 뒤흔드는 거대한 폭발성을 보여줄 가능성도 높다. 기업들이 10대들이 자주 이용하는 유튜브에 갈수록 더 큰 관심을 둘 수밖에 없듯, 그들이 열광하는 힙합에 대해서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hkkim@hankyung.com
가사 한 줄에 다수의 명품 브랜드가 쏟아져 나온다. 래퍼 기리보이의 ‘flex’, 래퍼 창모의 ‘아름다워’란 노래의 가사들이다. 이들 힙합곡은 10~20대, 특히 10대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일부 어른들은 노래에 화려한 명품 브랜드가 나오는 것만으로 얼굴을 찌푸리기도 한다. 하지만 자유분방한 힙합의 세계에서 가사 자체에 굳이 엄격한 잣대를 고집하기보다 그 영향력을 곱씹어 보는 게 더 의미 있지 않을까.
힙합이란 콘텐츠가 국내 소비 시장에 막강한 파급력을 미치고 있다는 사실을 어른들은 잘 모른다. 물론 10대들이 어른도 쉽게 사지 못하는 고가 브랜드 제품을 구매하는 일은 드물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10대들이 힙합을 통해 소비의 세계에 눈 뜨고 있다는 점이다. 음악에 나오는 브랜드, 래퍼들이 평소 즐겨 입고 사용하는 브랜드를 배우고 익힌다. 래퍼들의 굿즈도 나오는 줄줄이 완판 행진을 이어간다. 기업들은 새로운 고객, 나아가 미래의 주요 고객이 될 10대들을 사로잡기 위해 래퍼들과 함께하려 애쓰고 있다. 웬만한 스포츠 매장의 음악들이 낯선 중얼거림으로 넘쳐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힙합의 인기는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2012년 시작된 엠넷의 힙합 오디션 프로그램 ‘쇼미더머니’가 그 시작이었다. 일부 마니아만 즐기던 힙합을 대중화하는 데 포문을 열었다. 올해 시즌8까지 왔다. SBS는 지난 9일부터 국내 최초 힙합 드라마 ‘힙합왕-나스나길’을 방영하고 있다.
이런 인기는 래퍼들이 소속된 힙합 레이블 AOMG 등의 성장으로 이어졌다. 일반 기업들은 래퍼들과의 협업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쉐보레는 지난해부터 쇼미더머니에 차량을 지원하고 래퍼 더 콰이엇, 비와이와 잇달아 광고 영상을 만들었다. 기업은행은 지난달 금융권 최초로 래퍼 나플라, 루피 등과 손잡고 음원과 영상을 제작했다. 지난 9~10일 열린 패션 전문 온라인몰 무신사의 행사에 참가한 아디다스는 브랜드 홍보를 위해 래퍼 DPR 공연을 내세웠다. 행사장엔 공연을 보러 온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힙합과 소비는 연관성이 없어 보이지만 강력한 연결고리를 갖고 있다. 그 이유를 알려면 힙합의 속성부터 생각해 봐야 한다. 힙합은 멜로디보다 리듬에 맞춰 이야기를 풀어낸다. 발라드처럼 아름답게 포장된 가사가 아니라 래퍼 자신이 겪은 일과 일상의 감정을 누군가에게 말하듯 노래하게 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가난하고 우울했던 과거, 그 과거를 딛고 당당하게 대중 앞에 서게 된 경험담이 자주 등장한다. 10대들이 힙합에 열광하는 이유도 자신의 처지를 투영하는 동시에 희망의 메시지를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힙합 애호가인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도 이렇게 말하지 않았던가. “미국의 가난한 흑인들은 힙합으로 자신의 고통과 의사를 표현했다. 이 때문에 힙합은 세계적으로 사랑받으며 발전할 수 있었다.”
여기까지만 해도 소비와 쉽게 연결되지 않는다. 그런데 이 경험담을 이야기할 때 주로 사용되는 장치가 있다. 앞서 언급한 노래 제목과 같은 ‘플렉스(flex)’다. ‘근육에 힘을 주다’라는 의미의 단어로 요즘 힙합계에선 ‘뽐내다, 과시하다’라는 의미로 사용된다. 래퍼들이 으스대듯 자랑하는 것을 뜻한다. 그리고 소비는 그 ‘성공’을 증명하는 대표적인 행위로 여겨지고 있다.
힙합 음악에는 대부분 이 같은 플렉스가 깔려 있다. 힙합과 래퍼들의 세계가 더 매혹적으로 다가오는 건 이 때문일지도 모른다. 갈수록 그 힘이 커져 국내 소비 시장의 판도를 뒤흔드는 거대한 폭발성을 보여줄 가능성도 높다. 기업들이 10대들이 자주 이용하는 유튜브에 갈수록 더 큰 관심을 둘 수밖에 없듯, 그들이 열광하는 힙합에 대해서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