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퍼트 호그 캐세이퍼시픽 CEO
루퍼트 호그 캐세이퍼시픽 CEO
홍콩 국적 항공사인 캐세이퍼시픽 항공의 루퍼트 호그 최고경영자(CEO·사진)가 사임했다. 범죄인 인도법 개정안(중국 송환법) 반대 시위에 직원 일부가 참여한 것을 두고 중국 당국의 경고를 받은 지 일주일만이다.

16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이날 캐세이퍼시픽 항공은 호그 CEO와 폴 루 최고고객·사업책임자가 사임한다고 밝혔다. 캐세이퍼시픽 항공은 “두 임원이 최근 발생한 사건에 대한 책임을 지기 위해 사임한다”며 “캐세이퍼시픽은 일국양제(한 국가 두 체제) 원칙 아래 홍콩에 전적으로 헌신하고 있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SCMP 등에 따르면 캐세이퍼시픽 항공은 일부 직원들이 중국 송환법 반대 시위에 참여한 뒤 중국 당국의 압박을 받아왔다. 지난달 말 조종사 한 명이 시위에 참가했다가 폭행 혐의로 홍콩 경찰에 체포됐고, 지난주에는 지상직 직원 2명이 중국 쓰촨성 청두로 친선 축구경기를 떠난 홍콩 경찰 축구팀의 신상정보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렸다.

이를 두고 중국 일각에선 캐세이퍼시픽 불매 운동이 일었다. 캐세이퍼시픽 항공 주가도 폭락했다. 중국 국영매체인 글로벌타임스는 “캐세이퍼시픽이 반정부 시위를 지지할 경우 고통스러운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보도했다.

중국 항공당국은 지난 9일엔 캐세이퍼시픽 항공이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아 항공 안전이 심각하게 위협받았다며 지난 10주간 시위에 참여한 직원들을 중국 본토행 비행노선 근무에서 제외하라고 명령했다. 중국 영공을 지나는 노선에 근무하는 모든 승무원에 대한 신원확인도 요청했다. 캐세이퍼시픽 항공은 시위에 참가한 조종사를 비행에서 제외하고, 경찰 개인정보를 유출한 직원 두 명엔 해고 조치를 내렸다. 호그 CEO는 지난 12일 직원들에게 “불법 시위에 참여하거나 지지하면 해고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보냈지만 결국 자리를 내려놓게 됐다.

미국 블룸버그통신은 “캐세이퍼시픽 항공은 홍콩 시위와 중국 당국 사이의 정치적 혼란으로 인해 피해를 입은 대표적인 기업”이라며 “캐세이퍼시픽 항공 사상 최악의 주를 겪던 차에 예상치 못한 조치가 나왔다”고 평했다. 싱가포르 UOB-카이히안 리서치의 케이 아지스 애널리스트는 “캐세이퍼시픽 항공이 중국과의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선 맞는 결정을 내린 것”이라며 “주주들과 중국 당국의 중요성을 인정한다며 누군가 책임을 지도록 했다”고 분석했다.

캐세이퍼시픽 항공은 새 CEO로 아우구스터스 탕 홍콩항공기엔지니어링(HAECO) CEO를 선임했다고 밝혔다. HAECO는 캐세이퍼시픽 항공의 모기업인 스와이어퍼시픽 소유 항공정비기업이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