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 시장 성장의 키워드…HMR·커피·배달의민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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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업계 상반기 실적 분석
자취하는 직장인 A씨는 아침 식사는 편의점에서 샌드위치로 한다. 후식으로 옆 매대에 놓인 컵 커피를 집어든다. 회사 근무 중에는 탄산수를 들이켜며 타는 속을 달랜다. 퇴근 후 저녁 식사는 반쯤 조리된 가정간편식(HMR) 육개장. 전자레인지에 3분가량 데우기만 하면 돼 온라인 몰을 통해 자주 사먹는다. 자정이 다가오자 배달 앱(응용프로그램)을 켜 야식 메뉴를 훑는다.
A씨의 하루에 등장한 먹거리는 5~6개. 편의점의 냉장음식과 RTD(ready to drink) 커피, HMR, 탄산음료 등이다. 이들 품목을 파는 CJ제일제당, SPC삼립, 매일유업 등은 올해 상반기 매출이 전년 대비 크게 늘었다. 식품업계가 침체를 겪고 있지만 ‘킬링 아이템’을 내세운 업체들은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CJ제일제당 매출 10조원 돌파
국내 식품업계 1위 CJ제일제당은 올해 상반기 매출 10조5330억원을 기록했다. 상반기 10조원을 넘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비비고’ ‘고메’ 브랜드를 앞세운 HMR의 힘이 컸다. 식품사업부문 매출은 3조6754억원이었다. HMR 제품 매출은 1분기 43%, 2분기에는 36%가량 늘었다. 지난해 말 2조원을 투입해 인수한 미국 냉동식품 업체 슈완스도 성장에 기여했다.
SPC삼립은 샌드위치와 디저트 시장 성장이라는 트렌드 덕을 봤다. 주요 제품인 샌드위치, 샌드위치 재료인 식빵, 냉장 디저트 등이 모두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했다. 상반기 매출은 1조1821억원으로 전년 대비 11.7% 늘었다. 냉장 디저트 브랜드 ‘카페스노우’는 매출 증가율이 20%에 달했다. 회사 관계자는 “주요 편의점과 마트 등에 입점한 샌드위치, 냉장 디저트, 샐러드 등 즉석 먹거리들이 특히 잘 팔렸다”고 설명했다.
저출산으로 골머리를 앓던 우유업계는 편의점 등에서 파는 ‘RTD 커피’로 돌파구를 찾았다. 매일유업은 컵 커피 1위 제품인 ‘바리스타 룰스’ 판매량 증가에 힘입어 상반기 매출이 7.3%가량 늘었다. 수익성도 크게 개선됐다. 빙그레도 페트병 커피 1위 제품 ‘아카페라’ 덕에 상반기 소폭(3.6%)이지만 매출이 증가하며 마이너스 성장을 면했다.
1인 가구·식품 유통망 증가
상반기 식품업체의 실적은 인구 구조와 소비 행태 변화라는 메가트렌드로 해석할 수 있다. HMR과 냉동 디저트의 인기는 ‘1인 가구’ 증가를 빼놓고 설명하기 힘들다. 전미영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연구위원은 “혼자 사는 가구가 늘면서 반조리 식품과 편의점 간식거리의 인기가 높아졌다”고 말했다. 그는 “주요 소비층으로 떠오른 밀레니얼 세대는 식사 준비에 노동량을 덜 투입하고 적정 수준에서 만족하려는 경향이 강하다”고 설명했다.
식품을 파는 유통망이 다양해진 것도 식품업계 매출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펩시콜라 등을 파는 롯데칠성음료가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한 게 대표적이다. 배달의민족, 요기요 등 실생활 ‘필수템’이 된 배달 앱으로 배달음식과 함께 탄산음료를 시키는 경우가 늘자 롯데칠성 매출도 덩달아 증가했다.
온라인 몰의 증가도 식품 매출 급증에 기여했다. 대형마트와 백화점 등 오프라인 채널에서의 매출 비중은 줄어드는 데 비해 식음료의 온라인 매출은 꾸준히 늘고 있기 때문이다. 미래에셋대우 리서치센터의 자료에 따르면 올 들어 온라인 유통 채널에서의 식품 매출 증가율은 20%대까지 치솟았지만 오프라인 증가율은 한 자릿수를 벗어나지 못했다.
백운목 미래에셋대우 식음료 담당 연구원은 “몇몇 아이템으로 기대 이상의 실적을 거둔 업체들이 있지만 식품업계는 전반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신규 소비자가 빠르게 유입되는 온라인 몰을 통해 매출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효주 기자 joo@hankyung.com
A씨의 하루에 등장한 먹거리는 5~6개. 편의점의 냉장음식과 RTD(ready to drink) 커피, HMR, 탄산음료 등이다. 이들 품목을 파는 CJ제일제당, SPC삼립, 매일유업 등은 올해 상반기 매출이 전년 대비 크게 늘었다. 식품업계가 침체를 겪고 있지만 ‘킬링 아이템’을 내세운 업체들은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CJ제일제당 매출 10조원 돌파
국내 식품업계 1위 CJ제일제당은 올해 상반기 매출 10조5330억원을 기록했다. 상반기 10조원을 넘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비비고’ ‘고메’ 브랜드를 앞세운 HMR의 힘이 컸다. 식품사업부문 매출은 3조6754억원이었다. HMR 제품 매출은 1분기 43%, 2분기에는 36%가량 늘었다. 지난해 말 2조원을 투입해 인수한 미국 냉동식품 업체 슈완스도 성장에 기여했다.
SPC삼립은 샌드위치와 디저트 시장 성장이라는 트렌드 덕을 봤다. 주요 제품인 샌드위치, 샌드위치 재료인 식빵, 냉장 디저트 등이 모두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했다. 상반기 매출은 1조1821억원으로 전년 대비 11.7% 늘었다. 냉장 디저트 브랜드 ‘카페스노우’는 매출 증가율이 20%에 달했다. 회사 관계자는 “주요 편의점과 마트 등에 입점한 샌드위치, 냉장 디저트, 샐러드 등 즉석 먹거리들이 특히 잘 팔렸다”고 설명했다.
저출산으로 골머리를 앓던 우유업계는 편의점 등에서 파는 ‘RTD 커피’로 돌파구를 찾았다. 매일유업은 컵 커피 1위 제품인 ‘바리스타 룰스’ 판매량 증가에 힘입어 상반기 매출이 7.3%가량 늘었다. 수익성도 크게 개선됐다. 빙그레도 페트병 커피 1위 제품 ‘아카페라’ 덕에 상반기 소폭(3.6%)이지만 매출이 증가하며 마이너스 성장을 면했다.
1인 가구·식품 유통망 증가
상반기 식품업체의 실적은 인구 구조와 소비 행태 변화라는 메가트렌드로 해석할 수 있다. HMR과 냉동 디저트의 인기는 ‘1인 가구’ 증가를 빼놓고 설명하기 힘들다. 전미영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연구위원은 “혼자 사는 가구가 늘면서 반조리 식품과 편의점 간식거리의 인기가 높아졌다”고 말했다. 그는 “주요 소비층으로 떠오른 밀레니얼 세대는 식사 준비에 노동량을 덜 투입하고 적정 수준에서 만족하려는 경향이 강하다”고 설명했다.
식품을 파는 유통망이 다양해진 것도 식품업계 매출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펩시콜라 등을 파는 롯데칠성음료가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한 게 대표적이다. 배달의민족, 요기요 등 실생활 ‘필수템’이 된 배달 앱으로 배달음식과 함께 탄산음료를 시키는 경우가 늘자 롯데칠성 매출도 덩달아 증가했다.
온라인 몰의 증가도 식품 매출 급증에 기여했다. 대형마트와 백화점 등 오프라인 채널에서의 매출 비중은 줄어드는 데 비해 식음료의 온라인 매출은 꾸준히 늘고 있기 때문이다. 미래에셋대우 리서치센터의 자료에 따르면 올 들어 온라인 유통 채널에서의 식품 매출 증가율은 20%대까지 치솟았지만 오프라인 증가율은 한 자릿수를 벗어나지 못했다.
백운목 미래에셋대우 식음료 담당 연구원은 “몇몇 아이템으로 기대 이상의 실적을 거둔 업체들이 있지만 식품업계는 전반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신규 소비자가 빠르게 유입되는 온라인 몰을 통해 매출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효주 기자 j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