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 중 '나홀로' 진출
BMW챔피언십 공동 11위
울프 등 경쟁자들 따돌리고
PGA신인왕 '9부 능선' 넘어
임성재는 19일(한국시간) 미국 일리노이주 메디나CC(파72·7429야드)에서 열린 2018~2019시즌 PGA투어 플레이오프 2차전 BMW챔피언십(총상금 925만달러) 최종 4라운드에서 5타를 줄여 최종합계 13언더파 275타를 적어냈다. 출전 선수 69명 중 공동 11위였다.
‘신인상 보증수표’ 페덱스컵 포인트 1위
이번 대회 성적을 더해 페덱스컵 포인트 1407점을 모은 임성재는 이 부문 24위에 오르며 상위 30명만 출전하는 투어챔피언십 출전권을 따냈다. 역대 플레이오프 최종전에 진출한 한국 선수는 최경주(49) 양용은(47) 배상문(33) 김시우(24)에 이어 임성재가 다섯 번째다. 투어챔피언십은 우승 보너스 1500만달러(약 182억원)를 걸고 열리는 ‘돈잔치’다. 꼴찌를 해도 39만5000달러(약 4억8000만원)를 받는다. 또 출전자 전원은 내년 4대 메이저대회 출전권을 보장받는다.
우승은 없었지만 꾸준히 대회에 모습을 드러내며 성적을 낸 덕분이다. 임성재는 이 대회를 포함해 올 시즌 총 33개 대회(팀 경기 제외)에 출전했다. 그중 커트 통과는 24번, 톱10 입상은 일곱 번 했다. 페덱스컵 상위 30명 중 30개 넘는 대회에 참가한 선수는 임성재가 유일하다.
또 임성재는 신인 선수 중 유일하게 투어챔피언십 출전 명단에 이름을 올리면서 신인상(아널드파머상)을 사실상 예약했다. 강력한 경쟁자였던 매슈 울프(20)는 1차전 노던트러스트, 콜린 모리카와(22·이상 미국)는 2차전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신인상은 시즌 종료 후 동료들의 투표로 결정된다. 이 때문에 임성재의 수상이 확정된 건 아니지만 2007년 플레이오프 제도가 도입된 뒤 신인상은 항상 페덱스컵 순위가 가장 높은 선수에게 돌아갔다. 임성재의 아시아 최초 신인상 수상이 기대되는 배경이다.
임성재는 “한국을 넘어 아시아 최초의 PGA투어 신인상인 만큼 욕심난다”며 “투어챔피언십에서 모든 것을 쏟아부을 계획”이라고 다짐했다. 위기에서 나오는 ‘강철 멘탈’
지난해 2부투어(당시 웹닷컴투어)에서 2승과 함께 신인상, 올해의 선수상을 휩쓸며 화려하게 미국 무대에 데뷔한 임성재의 신인상 수상 가능성은 시즌 시작 전부터 언급됐다. 미국 무대 데뷔 첫해부터 성적을 냈을 만큼 승부욕이 강하다. 2016년 프로로 전향한 뒤 한국과 일본 투어 시드를 동시에 땄다가 잃을 위기에 처했을 때도 그는 월요예선 등으로 다시 일어서는 ‘강철 멘탈’을 보여줬다. 임성재는 “정말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면 승부욕 때문인지 이상하게 잘 풀렸다”고 했다. 1라운드에서 커트 탈락할 위기에 몰렸다가 2라운드에서 기사회생한 일이 많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부모님에게 물려받은 튼튼한 신체 역시 그가 보유한 무기다. 34개 대회를 치르면서 별다른 웨이트트레이닝 없이 스트레칭만으로 몸 관리를 하고 있다. 임성재는 “대회가 끝난 뒤엔 피곤하지만 자고 일어나면 괜찮아진다”며 “몸에 무리가 가지 않고 감각을 유지하는 동작 위주로 운동하고 있다”고 전했다.
22일 개막하는 투어챔피언십은 2차전까지 성적에 따라 상위권 선수에게 유리하도록 타수 혜택을 준다. 일종의 핸디캡이다. 임성재는 21~25위 그룹에 속해 1언더파를 받고 출발한다.
BMW챔피언십에서 최종합계 25언더파 263타로 우승하며 페덱스컵 포인트 1위로 올라선 저스틴 토머스(26)는 10언더파를 안고 대회를 시작한다. 2위 패트릭 캔틀레이(27)가 8언더파, 3위 브룩스 켑카(29)가 7언더파를 미리 받았다. 4위 패트릭 리드(29·이상 미국)는 6언더파, 5위 로리 매킬로이(30·북아일랜드)는 5언더파를 미리 챙겼다. 6~10위 그룹은 4언더파, 11~15위 그룹은 3언더파를 받는다. 16~20위는 2언더파, 26~30위는 이븐파에서 시작한다.
지난해 투어챔피언십 우승자인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44·미국)는 페덱스컵 포인트 42위에 머물며 탈락했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