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반 앞에 앉은 지휘자 정명훈, 모차르트 선율에 박수와 환호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리뷰 - 정명훈&원코리아오케스트라 연주회
“잘한다고 알려진 북한 피아니스트를 초대했는데, 오래 기다렸지만 결국 성사가 안 됐습니다.”
지난 18일 ‘정명훈&원코리아오케스트라 정기 연주회’가 열린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피아노 앞에 앉은 지휘자 정명훈은 1부 연주가 끝나고 앙코르곡을 기다리는 관객들에게 직접 얘기를 꺼냈다. 그는 “한 달 전에 갑자기 나보고 대신 연주하라고 해서 할 수 없이 하게 된 것”이라며 웃어 보였다. 이 덕분에 관객들은 보기 드문 ‘피아니스트 정명훈’의 연주를 즐길 수 있었다.
원코리아오케스트라는 남북한 교류를 목적으로 국내외 유명 오케스트라 전·현직 단원이 정명훈을 중심으로 뭉친 프로젝트 악단이다. 2017년 결성돼 첫 공연을 한 이후 매년 한 차례 정기 공연을 한다. 주관사인 크레디아는 연주를 10여 일 앞둔 지난 1일 ‘협연자 정명훈’을 깜짝 발표했다.
1974년 차이코프스키 피아노 국제 콩쿠르에서 2위에 오르며 피아니스트로 세계에 이름을 알린 정명훈은 이후 지휘자로 더 큰 명성을 쌓아왔다. 그가 지휘와 피아노 협연을 겸한 것은 2015년 서울시립교향악단 연주회 이후 5년 만이다.
‘특별한 협연자’ 덕에 이날 콘서트홀은 유독 들뜬 분위기였다. 전석 매진된 객석에서는 정명훈의 등장부터 박수와 환호가 쏟아졌다. 건반을 마주하고 앉은 정명훈은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3번을 지휘하면서 연주했다. 유려하면서도 담백한 음색으로 곡의 서정미를 살렸고, 감성적인 선율을 특유의 루바토(악곡의 템포를 임의로 변화시키는 것)로 이끌었다. 지휘와 함께하기에 피아노는 사선으로 배치됐다. 정명훈은 두 손뿐 아니라 고개와 눈짓으로 오케스트라와 호흡하며 곡을 완성했다. 연주 후 박수가 끊이지 않자 앙코르곡으로 슈만의 ‘트로이 메라이’와 ‘아라베스크’를 들려줬다.
2부 연주곡은 정명훈의 주요 레퍼토리 중 하나인 차이코프스키의 교향곡 6번 ‘비창’. 그와 서울시향이 2011년과 2014년 유럽 순회공연 때 연주해 극찬을 받은 곡이다. 바순의 흐느낌으로 시작한 곡은 그리움을 가득 담은 2악장의 선율을 지나 경쾌하고 절도 있게 몰아치는 3악장까지 단숨에 도달했다. 연주 초반 살짝 어수선하던 분위기는 점차 사라지고 갈수록 몰입도를 높여갔다. 안정적인 목관과 금관의 힘이 돋보였다. 바이올리니스트 임지영과 첼리스트 문태국은 각각 악장과 첼로 수석으로 무대에서 제 역할을 훌륭히 소화했다. 깊은 절망과 비통함으로 마무리되는 4악장. 더블베이스의 피치카토가 사그라드는 코다(종결)의 마침표를 찍은 뒤 10초 넘게 이어진 정적의 여운으로 무대와 객석은 먹먹한 감정을 공유했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
원코리아오케스트라는 남북한 교류를 목적으로 국내외 유명 오케스트라 전·현직 단원이 정명훈을 중심으로 뭉친 프로젝트 악단이다. 2017년 결성돼 첫 공연을 한 이후 매년 한 차례 정기 공연을 한다. 주관사인 크레디아는 연주를 10여 일 앞둔 지난 1일 ‘협연자 정명훈’을 깜짝 발표했다.
1974년 차이코프스키 피아노 국제 콩쿠르에서 2위에 오르며 피아니스트로 세계에 이름을 알린 정명훈은 이후 지휘자로 더 큰 명성을 쌓아왔다. 그가 지휘와 피아노 협연을 겸한 것은 2015년 서울시립교향악단 연주회 이후 5년 만이다.
‘특별한 협연자’ 덕에 이날 콘서트홀은 유독 들뜬 분위기였다. 전석 매진된 객석에서는 정명훈의 등장부터 박수와 환호가 쏟아졌다. 건반을 마주하고 앉은 정명훈은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3번을 지휘하면서 연주했다. 유려하면서도 담백한 음색으로 곡의 서정미를 살렸고, 감성적인 선율을 특유의 루바토(악곡의 템포를 임의로 변화시키는 것)로 이끌었다. 지휘와 함께하기에 피아노는 사선으로 배치됐다. 정명훈은 두 손뿐 아니라 고개와 눈짓으로 오케스트라와 호흡하며 곡을 완성했다. 연주 후 박수가 끊이지 않자 앙코르곡으로 슈만의 ‘트로이 메라이’와 ‘아라베스크’를 들려줬다.
2부 연주곡은 정명훈의 주요 레퍼토리 중 하나인 차이코프스키의 교향곡 6번 ‘비창’. 그와 서울시향이 2011년과 2014년 유럽 순회공연 때 연주해 극찬을 받은 곡이다. 바순의 흐느낌으로 시작한 곡은 그리움을 가득 담은 2악장의 선율을 지나 경쾌하고 절도 있게 몰아치는 3악장까지 단숨에 도달했다. 연주 초반 살짝 어수선하던 분위기는 점차 사라지고 갈수록 몰입도를 높여갔다. 안정적인 목관과 금관의 힘이 돋보였다. 바이올리니스트 임지영과 첼리스트 문태국은 각각 악장과 첼로 수석으로 무대에서 제 역할을 훌륭히 소화했다. 깊은 절망과 비통함으로 마무리되는 4악장. 더블베이스의 피치카토가 사그라드는 코다(종결)의 마침표를 찍은 뒤 10초 넘게 이어진 정적의 여운으로 무대와 객석은 먹먹한 감정을 공유했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