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한제 해도 '대출 족쇄'…서민엔 '그림의 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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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금부자만의 잔치' 가능성
강남 소형 분양가도 9억 넘을 듯
중도금대출 원칙적으로 불가능
현금 7억원 이상 있어야 청약
순자산 10억 넘는 가구 6.1%
강남 소형 분양가도 9억 넘을 듯
중도금대출 원칙적으로 불가능
현금 7억원 이상 있어야 청약
순자산 10억 넘는 가구 6.1%
정부의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가 ‘서민 주거안정’이란 취지와 달리 고소득자의 배만 불릴 것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주로 재건축사업을 통해 공급되는 웬만한 서울 아파트의 분양가격은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받아도 9억원을 넘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분양가가 9억원 이상이면 중도금대출이 원칙적으로 금지돼 현금만으로 집을 사야 한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분양가 상한제로 최소 7억원 이상 현금을 쓸 수 있는 청약자만 더 많은 시세차익을 얻을 것”이라며 “청약 시장이 ‘현금부자만의 잔치’가 될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상한제에도 강남 3구는 ‘현금부자 몫’
19일 분양업계에 따르면 강남 등 서울 주요 단지 분양가는 분양가 상한제 도입 이후에도 대부분 9억원을 넘길 것이란 시각이 우세하다. 신반포3차·경남 재건축조합은 자체 계산 결과 상한제를 적용할 때 일반 분양가가 3.3㎡당 4000만원대로 책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렇게 되면 전용면적 59㎡ 아파트도 분양가가 10억원을 넘어선다.
분양가 상한제는 땅값과 건축비를 더한 금액 이하로 분양가를 제한한다. 국토교통부는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면 분양가가 주변 시세의 70~80% 수준이라고 밝혔다. 지난 5월 분양한 서초구 방배그랑자이는 3.3㎡당 평균 4687만원에 분양했다. 전용 84㎡ 평균 분양가는 15억9000만원이다. 정부 계산대로 상한제를 적용할 때 분양가가 주변의 70% 수준으로 낮아져도 11억원을 넘긴다. 6년 전 상한제를 적용받은 대치동 래미안팰리스는 2013년 10월 3.3㎡당 3200만원에 분양했다. 이때도 전용면적 84㎡ 분양가격이 10억~11억원에 달했다.
분양가가 9억원을 넘으면 평범한 중산층·서민의 ‘내집 마련’은 힘겨워진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서 보증이 나오지 않아 중도금대출이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분양가의 80%를 현금으로 마련해야 하는 만큼 최소 7억원 이상 현금이 필요하다.
정부가 로또청약을 막겠다며 ‘5년 거주’를 의무화할 예정이어서 전세금을 활용하는 것도 어려워진다. 다자녀·신혼부부·노부모부양 등 특별공급 물량도 없다. 청약 시장이 현금부자에게 여전히 유리한 구조다.
통계청의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10억원 이상 순자산을 보유한 가구는 전체 가구의 6.1%(2018년 3월 기준)에 불과하다. 조은상 리얼투데이 본부장은 “대출 규제가 까다롭지 않을 때는 여건이 안 되는 사람도 다소 무리해서라도 서울 유망 입지의 아파트 청약에 나설 수 있었다”며 “지금은 대출이 막힌 데다 거주 요건까지 생기면서 돈 많은 사람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조사업체 리얼투데이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올해 서울의 분양가 9억원 초과 아파트는 전체 분양 단지 224곳 중 29.5%(66곳)에 달했다. 2년 전(15.2%)과 비교해 14.3%포인트 늘었다. 9억원 초과 분양 단지는 동대문구(39곳) 광진구(39곳) 은평구(12곳) 등 비강남에도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면 계약 등 불법 청약 우려도
분양가 상한제 시행에 재건축 조합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조합원이 얻을 이익이 서민 주거 안정에 쓰이기는커녕 현금부자들에게 돌아갈 것이란 이유에서다. 강남구의 한 재건축 조합원은 “수십 년간 월급 차곡차곡 모아 내 집을 마련해서 10여 년 만에 재건축하는데 분양가 상한제로 분담금만 가구당 1억원 이상 늘어나게 생겼다”고 주장했다. 서초구의 한 재건축조합장은 “이익을 골고루 나누자는 심정으로 일반 분양가를 조합원 분양가와 3.3㎡당 200만원밖에 차이 나지 않게 정했는데 상한제로 조합원 분양가가 오히려 높아지게 생겼다”고 했다.
시장에선 가점이 높은 무주택자와 청약 자격이 안 되는 현금부자들이 이면 계약을 맺고 불법적인 형태로 ‘로또 단지’를 공략하는 등의 부작용도 나타날 수 있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분양대행사 관계자는 “자산가 중에 일부러 상가 위주로 투자하거나 비싼 전셋집을 유지하면서 로또 청약을 노리는 사람이 상당수”라고 했다. 심 교수는 “상한제 도입으로 분양가가 낮아지더라도 일반 청약자가 대출 없이 현금 수억원을 마련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현금부자에게 두세 배 시세 차익이 보장되는 로또 아파트가 돌아가는 부작용을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양길성/이유정 기자 vertigo@hankyung.com
19일 분양업계에 따르면 강남 등 서울 주요 단지 분양가는 분양가 상한제 도입 이후에도 대부분 9억원을 넘길 것이란 시각이 우세하다. 신반포3차·경남 재건축조합은 자체 계산 결과 상한제를 적용할 때 일반 분양가가 3.3㎡당 4000만원대로 책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렇게 되면 전용면적 59㎡ 아파트도 분양가가 10억원을 넘어선다.
분양가 상한제는 땅값과 건축비를 더한 금액 이하로 분양가를 제한한다. 국토교통부는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면 분양가가 주변 시세의 70~80% 수준이라고 밝혔다. 지난 5월 분양한 서초구 방배그랑자이는 3.3㎡당 평균 4687만원에 분양했다. 전용 84㎡ 평균 분양가는 15억9000만원이다. 정부 계산대로 상한제를 적용할 때 분양가가 주변의 70% 수준으로 낮아져도 11억원을 넘긴다. 6년 전 상한제를 적용받은 대치동 래미안팰리스는 2013년 10월 3.3㎡당 3200만원에 분양했다. 이때도 전용면적 84㎡ 분양가격이 10억~11억원에 달했다.
분양가가 9억원을 넘으면 평범한 중산층·서민의 ‘내집 마련’은 힘겨워진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서 보증이 나오지 않아 중도금대출이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분양가의 80%를 현금으로 마련해야 하는 만큼 최소 7억원 이상 현금이 필요하다.
정부가 로또청약을 막겠다며 ‘5년 거주’를 의무화할 예정이어서 전세금을 활용하는 것도 어려워진다. 다자녀·신혼부부·노부모부양 등 특별공급 물량도 없다. 청약 시장이 현금부자에게 여전히 유리한 구조다.
통계청의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10억원 이상 순자산을 보유한 가구는 전체 가구의 6.1%(2018년 3월 기준)에 불과하다. 조은상 리얼투데이 본부장은 “대출 규제가 까다롭지 않을 때는 여건이 안 되는 사람도 다소 무리해서라도 서울 유망 입지의 아파트 청약에 나설 수 있었다”며 “지금은 대출이 막힌 데다 거주 요건까지 생기면서 돈 많은 사람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조사업체 리얼투데이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올해 서울의 분양가 9억원 초과 아파트는 전체 분양 단지 224곳 중 29.5%(66곳)에 달했다. 2년 전(15.2%)과 비교해 14.3%포인트 늘었다. 9억원 초과 분양 단지는 동대문구(39곳) 광진구(39곳) 은평구(12곳) 등 비강남에도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면 계약 등 불법 청약 우려도
분양가 상한제 시행에 재건축 조합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조합원이 얻을 이익이 서민 주거 안정에 쓰이기는커녕 현금부자들에게 돌아갈 것이란 이유에서다. 강남구의 한 재건축 조합원은 “수십 년간 월급 차곡차곡 모아 내 집을 마련해서 10여 년 만에 재건축하는데 분양가 상한제로 분담금만 가구당 1억원 이상 늘어나게 생겼다”고 주장했다. 서초구의 한 재건축조합장은 “이익을 골고루 나누자는 심정으로 일반 분양가를 조합원 분양가와 3.3㎡당 200만원밖에 차이 나지 않게 정했는데 상한제로 조합원 분양가가 오히려 높아지게 생겼다”고 했다.
시장에선 가점이 높은 무주택자와 청약 자격이 안 되는 현금부자들이 이면 계약을 맺고 불법적인 형태로 ‘로또 단지’를 공략하는 등의 부작용도 나타날 수 있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분양대행사 관계자는 “자산가 중에 일부러 상가 위주로 투자하거나 비싼 전셋집을 유지하면서 로또 청약을 노리는 사람이 상당수”라고 했다. 심 교수는 “상한제 도입으로 분양가가 낮아지더라도 일반 청약자가 대출 없이 현금 수억원을 마련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현금부자에게 두세 배 시세 차익이 보장되는 로또 아파트가 돌아가는 부작용을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양길성/이유정 기자 vertig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