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B하나은행, 해외금리 연계 파생상품 개인투자자 판매 최다
"비이자이익 늘리기 위해 상품 위험성 외면한 것"
비이자이익을 늘리기 위한 무리한 경영방침이 이 같은 결과를 불러왔다는 지적이다. 1조원 가까운 고객 손실이 예상되는 상황에서도 은행들은 100억원이 넘는 수수료를 챙긴 것으로 전해졌다.
2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7일 기준 국내 금융회사의 해외금리 연계 DLS·DLF 판매잔액은 총 8224억원으로 판매잔액의 99.1%가 은행을 통해 판매됐다. 은행이 특정 소비자를 상대로 펀드(사모 DLF) 형태로 판매했는데 우리은행의 판매잔액은 4012억원, KEB하나은행과 국민은행이 각각 3876억원과 262억원으로 뒤를 이었다.
하나은행에서 DLF를 산 개인 투자자가 1829명, 3603억원으로 제일 많았다. 지점에서 강한 판매 권유가 일어났음을 추정케 한다. 우리은행이 1632명에게 3414억원어치를 팔아 다음으로 많았다. 국민은행도 262억원의 DLF를 팔았는데 구조가 좀 다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우리는 미국 CMS(달러화 이자율스와프) 10년물 금리 연계인데, 금리가 하락할 때 수익이 나는 구조"라며"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구조의 상품 판매에 대한 안건도 WM상품위원회에 올라왔지만, 금리 하락을 예상해 판매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DLS는 금리와 원유 등 기초자산의 가치 변동에 따라 수익이 결정되는 파생 금융상품이다. 기준을 충족하면 연 3~5%의 수익을 제공하지만 손실구간 진입 시에는 원금 전액 손실도 가능한다. '중수익 고위험' 상품이란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문제가 된 상품은 영국·미국 CMS 금리와 연계한 사모펀드(DLF)와 독일 국채 10년물 금리에 연동된 사모펀드(DLF)다. 영국·미국 CSM 금리 상품의 경우 판매잔액은 6985억원으로 지난 7일 기준 85.8%(5973억원)가 손실구간에 진입했다.
독일 국채금리 상품의 상황은 더 심각한다. 판매잔액은 1266억원으로 비교적 적지만 만기(9~11월)까지 예상 손실률은 95.1%에 달한다.
금감원은 해외금리 연계 상품이 판매된 과정을 집중적으로 확인한다는 계획이다. 위험성을 인지하고도 무리하게 판매했는지를 볼 방침이다.
일부 은행들이 공격적으로 파생상품 영업에 나섰던 배경에는 비이자이익 확대 전략이 있다. 금리 하락 등으로 대출 이자를 포함한 이자이익 증가가 어려워지자, 금융상품 판매 수수료 등 비이자이익 개선에 나선 것이다.
DLS와 같이 만기가 짧은 파생상품들이 비이자이익을 단기간에 끌어올릴 수 있는 수단이 돼 왔다는 지적이다. 만기가 짧은 파생상품은 단기간에 판매 수수료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올 상반기 하나금융지주가 4대 금융지주 가운데 가장 높은 비이자이익 성장률(10.9%)을 기록한 것도 결국 파생상품 판매 덕분이란 말이 나온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무리한 비이자이익 확대 전략이 DSL 사태를 불러일으킨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부 은행들은 계열 증권사에 먼저 해외금리 연계 DLS의 설계를 요구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이는 자본시장법 위반이다.
윤진우/한민수 한경닷컴 기자 jiin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