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누리 이어 금융소비자원도 우리·하나은행에 공동소송 추진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에서 대부분 판매된 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금리연계 파생결합증권(DLS) 상품에 투자했다가 손해를 본 투자자들이 연이어 법적 소송을 예고했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20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은행에 DLS 투자자 피해 전액 배상을 요구하는 공동소송을 추진하고 있다"며 "고소장에서는 은행장의 관리 책임, 지점장과 판매자의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수익은 5%, 손실은 100%…은행 제대로 설명했다면 투자 안했다"
금융소비자원은 지난 16일부터 현재까지 30여명의 문의를 받았다.

필요한 서류를 모두 마련해야 하기에 소송 확정 인원은 아니다.

이에 앞서 법무법인 한누리도 9일부터 은행에 계약 취소와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공동소송 참여자를 모집해 현재까지 10여명이 모였다.

참여자는 대부분 고액 자산가가 아니라 퇴직금 등을 넣은 일반 투자자다.

송성현 한누리 변호사는 "기본적으로 은행의 불완전판매를 지적할 것이고 도가 지나쳐서 사기로도 볼 수 있는지가 쟁점"이라며 "가장 가까운 만기가 다음 달 19일이지만, 이미 속아서 투자했다고 생각해 중도환매를 하고 참여하는 분도 있다"고 말했다.

소송을 진행하는 이들과 각 은행 말을 종합해보면 은행은 고객에게 영국과 미국 이자율스와프(CMS) 금리, 독일 국채 금리와 연계한 DLF·DLS를 소개하면서 "이 기간 금리가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지지만 않으면 4∼5% 수익을 볼 수 있다"고 안내했다.

일부 창구에서는 과거 금리 흐름을 토대로 한 시뮬레이션 결과를 보여주며 "앞으로도 손실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설득했다.

시뮬레이션은 '과거'를 토대로 했으나, 실제 '미래'는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다.

올해 미중 무역분쟁과 세계 경기 둔화 등으로 미국과 유럽에서 금리를 계속해서 내리면서 이들 상품은 반토막, 100% 손실 위험까지 도달했다.

이렇게 소개한 상품에 8천224억원이 모였다.

개인 투자자 3천654명, 법인 투자자 188명이 돈을 넣었다.

투자자들은 상품 판매 창구에서 원금을 모두 날릴 위험도 분명히 있는 상품임을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며 불완전판매를 주장하고 있다.

게다가 시중은행은 저위험상품을 소개할 것이라고 믿었는데, 이렇게 복잡하고 대규모 손실위험이 있는 파생상품 가입을 권유했다는 점에서 비판을 받고 있다.

만약 각 은행이 관련 금리가 하락 흐름을 보이기 시작한 이후에도 상품을 팔았다면 책임 소재가 더 커질 수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 수뇌부도 DLS 상품 구조를 정확히 알고 있지 않을 것"이라며 "주가연계증권(ELS)도 위험한 상품인데 금리에 연동하는 DLS는 은행이 절대 소매에 팔아서는 안 될 상품"이라고 꼬집었다.

이번에 문제가 된 상품들은 수익률 상단은 제한되지만, 기준치를 밑돌았을 때 손실이 급격히 늘어난다는 점에서 외환파생상품 '키코(KIKO)'와 비슷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수익은 5%, 손실은 100%…은행 제대로 설명했다면 투자 안했다"
여기에 금융당국도 2013년 동양 계열사 회사채·기업어음(CP) 불완전판매로 4만여명 투자자가 1조7천억원 피해를 본 바 있는데도 강력한 불완전판매 예방책을 마련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책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실제로 은행은 "상품 가입 당시 동의서를 모두 받았기에 불완전판매는 아니다"라는 설명을 되풀이하고 있다.

금융소비자원 조 대표는 "영국은 소비자에게 너무 불리한 상품은 금융당국이 제대로 여과를 하고, 미국은 일단 자유롭게 판매하도록 한 다음 암행으로 불완전판매를 잡아내면 징벌적 손해배상을 한다"며 "한국은 '서류에 사인했다면 그만'이라는 식의 당국 설명이 계속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사이트에는 '**은행과 **은행이 벌인 1조원대의 대국민 사기행각'이라는 제목의 청원이 올라와 지난 16일부터 이날 오후 2시께까지 약 800명이 참여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