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비가 1조원에 육박해 올 하반기 서울 강북권 재개발 ‘최대어’로 꼽히는 은평구 갈현1구역 수주전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입찰보증금이 1000억원에 육박하지만 정부의 공급 규제 탓에 먹거리가 부족해진 건설업체들이 수주전에 적극적으로 뛰어드는 모습이다.

20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갈현1구역 수주를 위해 현대건설, GS건설, 롯데건설 등이 3파전을 벌이고 있다. 이들 3사는 지하철역, 버스정류장에 광고물을 설치하는 등 주민들을 겨냥한 홍보 활동에 나섰다.

갈현1구역 조합은 오는 26일 재개발 시공사 선정을 위한 현장설명회를 열고 입찰참여 의향서를 받는다. 입찰보증금 1000억원 중 5억원을 낸 건설업체만 현장설명회에 참여할 수 있다. 나머지 현금 595억원과 이행보증보험증권 400억원은 입찰제안서 마감까지 모두 내야 한다.

이번 입찰보증금은 갈현1구역 조합이 제시한 예정 공사비(9180억원)의 10%를 웃도는 수준이다. 조합은 당초 입찰보증금을 1300억원으로 정했으나 은평구의 요청에 따라 보증금을 1000억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하지만 입찰 보증금이 100억원인 구로구 고척4구역(공사비 1800억원), 150억원인 성북구 장위6구역(공사비 3200억원) 등 올해 들어 시공사 선정에 나선 다른 재개발 사업지에 비해 여전히 보증금 비율이 높다. 수주전에 뛰어들려면 현금만 600억원을 마련해야 하는 만큼 진입장벽이 높다는 게 건설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갈현1구역 일부 조합원은 시공사 선정과 관련한 ‘컨소시엄 불가’ 결의서를 걷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규모가 큰 정비사업장에서 다수의 건설업체가 구역을 나누어 시공하는 공동도급 방식을 받지 않겠다는 내용이다. 한 대형건설 업체 관계자는 “과거 GS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하고 서울시의 재개발·재건축 연한 강화로 인해 사업이 엎어진 사례가 있다”며 “일부 조합원이 컨소시엄 방식으로 발생할 수 있는 모든 불확실성을 없애려는 시도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올해 서울 정비구역 신규 지정 건수는 0건이다. 지난해에는 전년(27건) 대비 21건 감소한 6건이 새로 지정됐다. 이상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안전진단 강화, 재건축초과이익 환수제 부활에 이어 분양가 상한제까지 겹치면서 서울 정비사업 수주 시장이 가뭄인 상황”이라며 “지방 시장으로 눈을 돌리는 등 건설업체들의 수주 경쟁도 더 치열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