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달 분양가 상한제를 민간택지에 적용하겠다고 밝히자 서울 강남권 주요 재건축 조합이 분양 방식과 일정을 전면 재검토하고 나섰다. 후분양을 재검토하기로 한 서울 반포동 ‘래미안 원베일리(신반포3차·반포경남 재건축)’. 한경DB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달 분양가 상한제를 민간택지에 적용하겠다고 밝히자 서울 강남권 주요 재건축 조합이 분양 방식과 일정을 전면 재검토하고 나섰다. 후분양을 재검토하기로 한 서울 반포동 ‘래미안 원베일리(신반포3차·반포경남 재건축)’. 한경DB
다음달 5일부터 3일간 열리는 ‘한경 집코노미 부동산 콘서트’에 참석하는 부동산 전문가들은 정부의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추진으로 서울 재건축·재개발 시장이 당분간 얼어붙을 것으로 내다봤다. 분양가 통제로 수익성이 낮아지는 만큼 사업에 차질을 빚을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반면 정비사업 지연으로 공급 물량이 줄 것으로 예상되면서 신축 아파트 희소성은 더 커질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청약에 당첨되면 두세 배 시세 차익이 기대되는 탓에 ‘로또 청약'을 노리는 수요가 몰려 청약 시장이 과열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이 같은 내용은 집코노미 부동산 콘서트에서 생생하게 들을 수 있다. 이날 강연할 주요 전문가들의 견해를 미리 짚어본다.
"민간 분양가 상한제 영향으로 서울 신축 아파트 희소성 커져"
○최대 피해지는 ‘강남 재건축’

전문가들은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로 가장 큰 타격을 받는 곳을 서울 강남권 재건축 사업지로 꼽고 있다. 상한제에 따라 분양가격이 조합 기대 금액보다 훨씬 낮은 수준으로 책정될 가능성이 높아서다. 일반 분양을 앞두고 있는 신반포3차·경남, 반포주공1단지(1·2·4지구), 삼성 상아2차 등이 대표적이다. 1만2000가구 중 5000가구를 분양하는 강동구 둔촌주공처럼 가구 수 대비 일반분양 비율이 높았던 단지일수록 타격은 클 전망이다.

김학렬 더리서치그룹 부동산연구소장은 “서울에서는 재건축 규제 때문에 새 아파트가 부족한 상황에서 분양가 상한제까지 더해지면 대부분 조합이 사업을 미룰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위원은 “분양가 상한제가 도입되면 분양가가 낮아지기 때문에 일반분양 수익이 줄어들고 그만큼 조합원이 내야 할 분담금은 더 오를 것”이라며 “최근 조합원 지분을 매수한 투자자는 분담금이 늘어나면서 오히려 일반분양 청약보다 수익이 떨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재건축과 달리 준공 10년 이내 신축 단지에는 수요가 더 몰릴 것이란 시각이 우세하다. 정비사업 규제로 공급 물량이 줄면서 새 아파트의 희소성이 더 커진다는 논리다. 실제로 지난달 8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도입을 언급한 뒤 최고가를 갈아치운 강남 신축 단지가 속출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입주한 강남구 일원동 래미안개포루체하임 전용 84㎡는 지난달 20억8000만원에 실거래됐다. 이 주택형이 20억원을 넘어선 건 이번이 처음이다. 올 1월 기록한 전 고점(17억3000만원) 대비 3억5000만원 뛰었다. 2015년 입주한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 1단지 전용 59㎡는 지난달 19억9000만원에 손바뀜하며 사상 최고가를 다시 썼다. 김학렬 소장은 “분양가 상한제 시행을 앞두고 2007년 ‘밀어내기 분양’을 실시하거나 후분양을 택하는 단지가 많았다”며 “공급 부족으로 입주 10년 이하 신축 아파트로 수요가 몰리면서 집값도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우 위원은 “개포 디에이치아너힐즈 등 올해 강남에 신축 아파트가 줄줄이 입주하면서 신축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며 “신축이 오르면 구축 단지도 키 맞추기를 시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축 가격 상승이 제한적일 것이란 지적도 있다. 조영광 대우건설 연구원은 “신축 단지 가격이 이미 지나치게 오른 탓에 그 가격에 뛰어들 매수자가 적을 것”이라며 “다음달 입주를 앞둔 강동구 고덕그라시움은 5000가구 규모에도 지난달 거래량이 2건에 그칠 정도로 거래가 적다”고 말했다. 이어 “월 주택담보대출 증가율이 지난해 7~8%대에서 올해 5% 떨어졌는데, 통계적으로 5%대일 때 아파트 가격이 급등한 적은 없다”고 설명했다

○“청약 열기 뜨거울 듯”

전문가들은 앞으로 수도권 아파트 청약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지금보다 저렴한 가격에 새 아파트가 분양되는 영향이다. 두세 배 시세 차익이 기대되는 만큼 로또 청약을 노리는 수요도 한꺼번에 몰릴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이상우 위원은 “분양가 상한제 적용으로 새 아파트 가격이 많이 싸지면서 청약통장을 아끼던 사람도 던지기에 나설 것”이라며 “비교적 가점이 낮은 사회 초년생 등은 주택 청약으로 ‘내 집 마련’하기가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했다.

아파트 전세가격은 불안해질 공산이 크다. 새 아파트를 기다리는 청약 대기 수요가 늘어나는 데다 아파트 공급이 당분간 줄기 때문이다. 2007년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시행 당시 2.74%였던 전국 주택 전세가격 변동률은 2년 뒤 4.27%로 오름폭이 두 배가량 커졌다. 2011년엔 15.38%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지방과 수도권 집값은 지역별로 희비가 갈릴 것이란 분석이다. 이상우 위원은 “분당 과천 광명 등 준서울지역 집값은 서울만큼 따라 오르는 반면 의왕 군포 수원 등 서울 생활권과 떨어진 지역은 상승세가 주춤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