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 두께 0.7㎜에 불과해 일반 냉동만두 절반 수준
만두 시장에 '얇은 피' 카테고리 개척했다는 평가
가정간편식(HMR) 열풍에 힘입어 가파르게 커진 냉동만두 시장은 최근 정체기를 거치고 있었다. 때문에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얇은 피 만두가 시장 성장을 이끌 수 있을지 주목받고 있다. 22일 식품산업통계정보에 따르면 국내 냉동만두 시장은 2014년 3966억원에서 2017년 4500억원 규모로 커졌다. 올해는 5000억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예상이다.
올해 상반기 비비고 만두가 45%의 점유율로 만두 시장 1위를 지킨 가운데 2위 자리를 두고 식품 기업들의 희비가 엇갈렸다. 해태제과와 동원F&B가 각축을 벌이고 있던 사이 풀무원이 지난해 '호떡만두'로 시선을 모았고 연이어 얇은피만두로 대박을 치면서 단숨에 업계 2위로 치고 올라섰다.
지난 3월 첫 선을 보인 얇은피만두는 시장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일으키며 출시 열흘 만에 50만 봉지가 팔렸다. 3개월 만에 300만 봉지 이상 판매하면서 이른바 '대세 만두'로 자리 잡았다. 이 기간 동안 약 150억원 가량의 매출을 기록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만두 시장은 지난 수 년간 왕교자를 중심으로 한 단조로운 제품 구성이 일반적이었다. 때문에 다른 형태의 신제품은 자리 잡기가 힘든 것으로 여겨졌다. 이러한 상황에서 풀무원이 역발상으로 얇은피만두를 출시하면서 빠른 속도로 두각을 드러냈다. 차별화된 맛을 원한 소비자들의 니즈를 제대로 공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얇은피만두는 제품명처럼 얇은 피가 가장 큰 특징이다. 풀무원은 얇은 피를 선호하는 소비자 취향을 고려해 피의 두께를 가능한 한 얇게 만드는 데 초점을 뒀다. 이 제품의 피 두께는 0.7㎜에 불과해 시판 냉동만두의 일반적인 피(1.5㎜)의 절반 수준이다. 얇은 피를 사용해 재료의 맛이 온전히 전달되는데다 만두소의 식감도 업그레이드해 한 번 맛본 소비자들의 재구매율이 높다.
하지만 대박 상품이 나오기까지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홍세희 풀무원식품 FRM(프레시 레디 밀) 사업부 매니저의 말에 따르면 얇은피만두는 개발에만 1년6개월이 걸렸다. 단일 식품 개발 기간으로는 상당히 길었던 셈이다.
기본적으로 피가 얇으면 찢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에 만두피의 기본인 배합부터 새로 시작했다. 과거 신제품들이 만두소 개발에 집중했던 것과는 정반대의 전략이었다.
우선 만두 공장에 얇은피만두 콘셉트를 들고 갔을 때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다. 만두소가 보일 정도로 피를 얇게 만든 사례가 없을뿐더러 이와 관련한 생산설비도 전혀 갖춰지지 않은 상태였다.
하지만 풀무원은 포기하지 않았다. 홍 매니저는 풀무원기술원의 연구원들과 힘을 합쳐 만두피 개발에 몰두했다. 0.3mm 두께의 피부터 시작해 1.5mm까지 조금씩 두께를 높여가며 테스트를 거듭했고 0.7mm가 기술적으로 가능하면서도 최상의 맛을 지키는 두께라는 것을 알아낸 것이다.
이후 생산설비 개선 작업에 돌입했지만 복사기에 종이 걸림 현상이 발생하는 것처럼 피가 기계에 붙어버려 쉽게 찢어졌다. 이 작업을 개선하기까지 또 6개월의 시간이 걸렸다. 업계에서는 얇은피 만두가 사랑받는 이유에 대해 '만두피'라는 새로운 기준을 제시한 것이 주효했다고 말한다. 0.7mm 초슬림 피를 가지고 차별화에 성공했고, 피가 얇기 때문에 에어프라이어, 전자레인지 등 다양한 기기에서도 손쉽게 조리가 가능한 것이 강점이다.
물론 가장 중요한 것은 만두 본연의 맛이다. '얇은피꽉찬속 고기만두'는 1cm 크기로 깍둑썰기한 돼지고기를 넣어 씹는 맛을 극대화했고 부추와 새송이버섯을 굵게 썰어 감칠맛 가미했다. '얇은피꽉찬속 김치만두'는 한 달간 저온 숙성한 배추김치와 아삭한 깍두기와 두부, 돼지고기를 함께 넣어 고소한 맛 배가시켰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한 소비자들의 입소문도 이 제품의 흥행에 한몫했다. 이색 만두를 접한 소비자들이 새로운 식재료를 더하는 경험을 공유한 것이다. 전에 없던 음식을 즐기면서 먹는 재미에 보는 재미를 중시하는 식문화가 얇은피만두의 출시 타이밍과 잘 맞았다.
업계에서는 풀무원의 얇은피만두 흥행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관심을 두고 있다. 경쟁업체들도 잇따라 얇은피를 앞세운 제품을 출시하고 있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지만 풀무원은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다.
실제로 풀무원이 2등으로 올라선 것은 불과 3개월 전이다. 지난 6월 풀무원의 국내 냉동만두 시장점유율은 17.4%까지 올랐고 올해 2분기 전체 2위에 등극했다. 풀무원은 이 같은 속도라면 3분기에는 점유율이 20%까지 확대될 것으로 기대한다. 올해 1000만 봉지 판매도 가능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업계 관계자는 "앞으로 만두 시장은 얇은피 카테고리로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며 "풀무원이 대형마트 판촉행사를 비롯해 1인 가구를 겨냥한 마케팅을 강화한다면 성장 속도는 더욱 가파르게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