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선택권 확대" vs "5G 활성화 속도 내달라" 정부 주문 엇갈려
이통사들 "5G 단말기에는 LTE 요금제 적용 못한다"
최근 삼성전자에 갤럭시노트10 LTE 버전 출시를 요청한 이동통신3사의 진짜 속내다. 5세대 이동통신(5G) 버전만 출시되는 노트10에 LTE 모델을 추가해 소비자 선택권을 확대해야 한다는 게 표면적 이유지만 실제로는 노트10 LTE 모델 출시 가능성이 사실상 없다고 보고 있다.
이통사들로선 정부 눈치에 보여주기식 액션을 취했을 뿐이다. 5G 활성화에 속도를 내달라는 정부 주문을 감안하면 이통사 입장에서도 LTE 버전을 늘릴 까닭이 없다. 과도기인 5G 망 상황과 정부·통신사 간 미묘한 줄다리기 속에 소비자 입지만 좁아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기자와 만난 이통3사 주요 관계자들은 모두 "삼성전자는 갤럭시노트10 LTE 모델을 출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삼성전자의 하반기 5G 스마트폰 시장 선점과 이통3사 5G 이용자 확대에 노트10이 가장 중요한 전략제품으로 꼽히기 때문이다.
A통신사 관계자는 "노트10이 LTE 버전으로 출시되면 요금제는 물론이고 기기값도 5G 버전보다 저렴해진다. 자연히 LTE 버전으로 수요가 몰릴 수밖에 없다"며 "통신사와 삼성전자는 차기 먹거리로 5G 시장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노트10 LTE 버전이 출시되면 이통3사와 삼성전자는 물론 전체 5G 시장 성장에도 독이 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노트10 LTE 버전 출시는 정부 기조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세계 최초 5G 상용화'를 위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미국 이통사 버라이즌이 5G 상용화 일정을 앞당긴다는 소식에 한밤중 이통 3사를 긴급 소집, 지난 4월3일 오후 11시에 5G 서비스를 기습 개통한 바 있다. 정부가 앞장서 5G를 세계 최초 개통한 만큼 5G 이용자와 전국망 확대가 꼭 필요한 상황. 이통3사와 삼성전자가 노트10을 5G 버전으로만 출시하기로 협의한 것도 이러한 정부 기류와 무관하지 않다는 게 업계 관측이다.
이통사들이 삼성전자에 노트10 LTE 버전 출시를 요청한 것 역시 정부에 장단을 맞추는 요식행위로 보인다.
이달 초 과기정통부는 삼성전자와 이통3사에 "소비자 선택권을 위해 갤럭시노트10 LTE 전용 모델을 출시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뜻을 전달했다. 이통3사는 이후 삼성전자에 LTE 버전 출시를 요청했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노트10 LTE 버전 출시는 결정된 바 없다"는 입장을 고수 중이다.
삼성전자가 LTE 모델을 별도 출시하지 않더라도 노트10에서는 LTE 망을 쓸 수 있다. 5G 단말기지만 LTE, 5G 지원 모뎀칩을 모두 탑재했기 때문이다. 이미 이용자 상당수가 불안정한 5G망 대신 'LTE 우선모드'로 사용 중이다. 꼭 LTE 버전을 따로 출시하지 않아도 된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LTE 모델 출시만 고집할 게 아니라 LTE 요금제만 손봐 소비자 선택권을 넓히자는 목소리도 나왔다.
통신업계는 이 같은 지적에 난색을 표했다. 5G 흐름에 역행한다는 주장이다.
B통신사 관계자는 "LTE요금제를 사용하려면 LTE 전용 스마트폰을 쓰면 된다. 비싼 5G 단말기 기기값을 지불하면서 LTE 네트워크를 쓰는 건 사회적 낭비"라며 "LTE는 이미 많은 사용자와 과도한 데이터 사용량으로 과부하가 걸리고 있다. 고객이 5G 서비스에 만족할 수 있도록 5G 네트워크 구축과 콘텐츠 환경 조성에 힘써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김은지 한경닷컴 기자 eunin1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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