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사업비가 10조원에 이르는 서울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 재건축사업에 대해 법원은 “관리처분계획 변경으로 전체 조합원의 재산권에 변동이 생기기 때문에 계획 전부를 취소해야 한다”고 판단한 것으로 확인됐다.

21일 반포주공1단지 ‘관리처분계획 총회결의무효확인’ 소송 판결문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부는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의 관리처분계획에 대해 “전용면적 107㎡ 조합원을 비롯한 전체 조합원의 재산권을 중대하게 침해한다”며 “관리처분계획 전체를 취소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관리처분계획 일부만 취소해서는 한모씨 등 조합원 270명이 제기한 조합원 간 형평성 문제를 바로잡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전용 107㎡를 소유한 일부 조합원은 조합원 분양을 통해 전용 59㎡와 135㎡ 아파트 2가구를 받았으나 같은 면적을 소유한 또 다른 조합원들은 1가구만 분양받은 것은 공정하지 못하다는 게 이 판결의 핵심이다. 정비사업지의 조합원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따라 기존 소유 아파트의 감정가나 면적 범위 내에서 아파트 2가구를 분양받을 수 있다. 하지만 같은 면적을 소유하고 있음에도 명확한 기준 없이 조합원 분양 가구 수가 다른 것은 적법하지 못하다는 게 원고 측 주장이다. 조합은 새로 짓는 전용 59㎡와 135㎡의 평균가 합계가 기존 아파트 전용 107㎡의 평균 감정가보다 비싸 분양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평균가격보다 저렴한 물건을 배정하면 도정법을 위배하지 않는 선에서 두 가구를 배정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이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은 판결문에서 “전용 107㎡ 조합원의 분양신청 내용이 달라짐으로써 조합원 분양분의 전체적인 배분 내용 및 평형별 물량 자체가 변경될 수밖에 없다”며 “이로써 전체 조합원의 분담금 내역도 함께 연쇄적으로 변경되므로 관리처분계획 전부를 취소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는 2017년 12월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획득하면서 지난해 부활한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적용을 피했다. 하지만 관리처분계획이 취소됨에 따라 서초구의 인허가를 다시 받아야 할 가능성이 커졌다. 인허가를 다시 받으면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를 적용받게 된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