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20일(현지시간) 대만에 80억달러(약 9조6000억원) 규모의 F-16 전투기(사진) 66대를 판매하는 방안을 승인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 발표 이후 중국 정부가 대만에 F-16 전투기를 판매하는 미 군수업체를 제재하겠다고 21일 밝히면서 미·중 무역전쟁의 새로운 뇌관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미 국방부 산하 국방안보협력국(DSCA)은 이날 대만에 80억달러 규모의 F-16 판매 방안을 국무부가 승인했다고 의회에 공식 통보했다. DSCA는 성명에서 “66대의 전투기, 75개의 제너럴일렉트릭(GE) 엔진 및 기타 시스템을 판매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미 국무부는 대만이 이번 계약으로 록히드마틴 F-16의 최신형인 F-16V 블록(Block) 70 기종을 갖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은 2027년까지 F-16V 66대를 모두 인도할 예정이다. 대만 측은 인도 완료 시점을 2026년으로 1년 앞당기기를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만은 66대의 F-16V를 사들여 전술전투기 연대를 8개로 늘릴 계획이다. 이는 1997년 대만군 조직개편 이후 20여 년 만에 최대 규모의 군 확충이다.

미국의 이번 결정에 중국은 강력히 반발하며 대응에 나서겠다는 견해를 밝혀 양국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미 정부는 지난달에도 대만에 22억달러 규모의 M1A2T 전차와 스팅어 미사일 판매 계획을 승인했다. 두 달 동안 총 100억달러가 넘는 대규모 무기 판매 계획을 승인하면서 대만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겅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1일 정례브리핑에서 “이번 무기 판매에 참여하는 미국 기업에 대한 제재를 포함해 중국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필요한 조처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국이 중국 내정에 간섭했으며 중국의 주권과 안보 이익을 크게 훼손했다”고 비난했다. 겅 대변인은 “대만에 무기 판매와 합동 군사훈련을 즉각 취소하지 않으면 모든 결과는 미국이 감당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국 인민일보 해외판도 이날 “미국의 대만 무기 판매는 차이잉원 정부에는 선물이 되겠지만 대만 국민에게는 재난이 될 것”이라고 노골적으로 보도했다.

중국은 마지막 통합 대상인 대만을 한 치도 양보할 수 없는 ‘핵심 이익’ 대상으로 규정한다. 이 때문에 중국은 향후 대만에 대한 군사적 압박 수위를 높여갈 가능성이 크다. 중국의 대만 압박에 맞서 미국도 대만해협에 수시로 군함을 파견하는 ‘항행의 자유’ 작전을 펴면서 대만해협의 군사적 긴장 수위는 올라간 상황이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