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 쑤는 日펀드…떠나는 투자자들
상승세를 이어오던 일본 주식시장이 흔들리고 있다. 미·중 무역분쟁으로 글로벌 교역량이 줄어든 가운데 일본 정부가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에까지 나서면서 거꾸로 자국 수출에도 타격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오는 10월 소비세 인상도 예정돼 있어 그간 경기를 방어하던 내수까지 불안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부진한 수익률, 떠나는 투자자들

21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일본 펀드의 수익률은 4.38%로 해외펀드 가운데 중남미 펀드 다음으로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0월 24,000선까지 올라섰던 닛케이225지수가 20% 가까이 급락하며 20,000선까지 떨어진 데 따른 것이다. 최근 6개월(-3.78%), 3개월(-3.86%), 1개월(-3.99%)의 성적도 좋지 않다.

주요 펀드 중에서는 이스트스프링다이나믹재팬의 연초 이후 수익률(A클래스 기준)이 -3.73%로 가장 낮았다. 프랭클린재팬(-1.98%), 미래에셋다이와일본밸류(-1.08%) 등도 부진했다.

부진한 수익률에 실망한 투자자들은 일본 펀드를 떠나고 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 들어 981억원의 자금이 순유출됐다. 지난해 말 4000억원을 넘어섰던 설정액은 3195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한국에 대한 무역제재가 시작된 후 자금 유출 속도는 더 빨라졌다. 최근 1개월간 153억원의 투자금이 펀드를 빠져나갔다.

수출부진에 내수둔화까지

하반기엔 상황이 더 악화될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수출 둔화가 심화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했다. 미·중 무역전쟁 등으로 글로벌 경기 둔화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가 장기화될 경우 일본 내 수출기업도 타격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엔화 강세 흐름도 일본에 부정적이다. 엔화는 안전자산으로 분류돼 글로벌 경제가 흔들리면 가치가 상승하는 흐름을 보인다. 안소은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본 기업으로선 경기 둔화에 가격 경쟁력 약화까지 겹치는 이중고를 겪게 됐다”고 설명했다.

일본 경제를 탄탄하게 받쳐온 내수도 불안해지고 있다. 일본 정부는 오는 10월 기존 8%였던 소비세율을 10%로 올릴 계획이다. IBK투자증권에 따르면 일본은 1989년 소비세를 처음 도입한 이후 세 번의 인상 때마다 가계소비가 크게 줄어드는 현상을 겪었다. 최윤미 신영증권 연구원은 “수출이 부진한 가운데 소비까지 줄어들면 기업 실적 악화로 이어져 경제 전체의 성장 둔화를 피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적 둔화로 일본 주식시장이 큰 폭으로 하락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베스트투자증권에 따르면 일본의 12개월 선행 실적 기준 주당순이익(EPS:순이익/주식수) 전망치는 6개월 전보다 7.9% 줄어들었다. 장현호 빌리언폴드자산운용 매니저는 “아베노믹스로 비롯된 엔화 약세의 수혜를 본 기업들의 밸류에이션이 지나치게 높아졌다”며 “숏(공매도) 기회를 노릴 만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문남중 대신증권 연구원은 “일본이 한국에 대한 경제보복에 따른 후폭풍을 겪고 있다”며 “그동안 증시에서 받아온 프리미엄을 낮추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일본 정부가 경기 회복을 위한 적극적인 대응에 나설 것이란 기대도 있다. 안소은 연구원은 “우선적으로 완화적 통화정책을 통한 내수 부양과 엔화 평가절하 유도가 논의될 것”이라며 “즉각적인 수출 상황 개선을 위해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가 완화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