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육군 창업경진대회’에서 안홍균 상병(가운데)팀이 대상을 차지했다.  /대전=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2019 육군 창업경진대회’에서 안홍균 상병(가운데)팀이 대상을 차지했다. /대전=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군인들에게 반드시 필요한 아이템이라 생각해 구상했는데, 좋은 결과를 얻어 기쁩니다.”

21일 대전 평촌동 KT&G 인재개발원에서 열린 ‘2019 육군 창업경진대회’ 대상에는 장전과 발사만으로 총기를 세척할 수 있는 ‘가스 분사식 총기 세척탄’이 선정됐다. 39사단 117연대 소속 장병 세 명이 3개월간 머리를 짜서 기획한 혁신 아이템이다.

사격 훈련하다 착안

아이템 기획을 주도한 안홍균 상병(22)은 군 생활 속에서 해당 아이디어를 얻었다. 지난 6월 사격훈련을 하던 중 빨리 발사를 이어나가야 하는 상황에서 총기가 고장나는 일이 적지 않다는 걸 발견했다. 고장의 원인은 다양하지만, 대개의 문제는 핵심 부위인 총강(약실에서 총구 끝까지 이어지는 총열 내부)에서 발생했다. 따라서 총강을 집중적으로 세척하면 빠르게 복구될 때가 많았다.

다만 이 같은 총강 세척에는 한계가 있다. 특화된 장비가 없다 보니 일일이 총기 내·외부를 수작업으로 닦아야 한다. 안 상병은 “수작업으로 세척하면 약 20분의 긴 시간이 소요된다”며 “실제 사격에 나섰다가 총기가 고장나면 큰일이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그러던 중 육군 창업경진대회 소식을 들었다. 안 상병은 평소 생각해온 문제점을 아이디어로 연결했다. 탄약 발사 한 번으로 총강을 단번에 씻어내는 ‘세척탄’이다. 초기 아이디어는 모두 안 상병이 짰다. 고교를 졸업하자마자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에서 엔지니어로 일하며 화학가스를 활용한 일이 많았던 게 도움이 됐다. 그러나 혼자서 세척탄을 구상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그러다 같은 부대에 있던 주형환 병장(22)과 최지혁 일병(20)을 만났다. 애니메이션과 출신인 주 병장은 디자인을 담당하고, 전기전자학과 출신의 최 일병은 제품 설계를 맡기로 했다. 그렇게 세 명의 장병이 밤을 새우며 본격적인 제품 연구에 들어갔다. 국방과학연구소에 기술 검증을 문의하기도 하고, 한 국방전문 기업에 자문하기도 했다.

“공익성과 사업성 둘 다 잡고 싶다”

세척탄의 원리는 간단하다. 경계선 역할을 하는 핀을 박아 탄약 안을 두 개의 공간으로 나눈다. 한 공간에는 부탄을, 또 다른 공간에는 에탄올을 넣는다. 고장난 총기에 이 탄약을 넣고 발사하면 핀이 허물어지면서 두 가지 물질이 섞인다. 이를 통해 일어난 파동으로 막혀 있던 총강을 세척하는 원리다.

시작은 더 수준 높은 사격 환경을 위한 것이었지만, 연구가 지속되면서 안 상병은 세척탄이 실질적인 사업성까지 갖췄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그는 “국내 전 군인이 연간 1000만 발 이상을 발사하지만 세척탄과 같은 특수 장비가 아직 없다”며 “발명이 현실화되면 많은 주문이 들어올 것이라는 기대를 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공익성과 사업성이라는 두 가지를 전부 꿈꾸게 됐다”고 덧붙였다.

안 상병은 이번 수상을 계기로 상용화를 염두에 두고 더 구체화된 연구에 나설 계획이다. 그는 “조만간 군대 안에 창업 동아리가 만들어진다고 하니 더 적극적으로 자문할 것”이라며 “제대 후 창업해 진짜 ‘세척탄’을 보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총기 내부 씻어내는 '세척탄' 개발…장전 후 발사하면 '막힌 총' 뚫려
대전=윤희은 기자 so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