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지방세통신망 사업을 둘러싸고 행정안전부와 서울시의 갈등이 커지고 있다. 서울시가 최근 개발한 지방세통신망을 포기할 처지에 놓이면서다.

행안부는 서울시가 정부 차원의 지방세통신망을 이용하도록 강제하는 법안을 입법예고했다. 행안부는 전국이 하나의 망을 사용하면 납세자들이 편리해질 것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서울시는 지방분권에 역행하는 행동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행안부가 지난 14일부터 입법예고 중인 지방세기본법 일부개정안에는 지방자치단체들의 지방세·세외수입정보통신망을 2022년 2월까지 행안부의 지방세입정보통신망 하나로 통합한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지방세입정보통신망은 행안부가 2022년 2월까지 예산 1600억원을 투입해 개발하기로 한 전국 통합 지방세시스템이다.

지방세시스템은 일반인이 이용하는 온라인 납부 시스템과 세무직 공무원이 지방세 부과·징수에 쓰는 업무용 시스템으로 나뉜다. 현재 온라인 납부 시스템은 서울시 인천시 부산시 대구시가 자체 시스템인 이택스(ETAX)를, 나머지 지자체는 행안부의 위택스(Wetax)를 쓰고 있다. 업무용 시스템은 서울시만 별도의 세무종합시스템을 갖췄다.

행안부가 법안에서 모든 지자체의 지방세시스템을 합치기로 한 것은 각종 지방세나 세외수입을 지자체마다 따로 내야 하기 때문이다. 서울과 서울 이외 지역에 건물을 가진 임대사업자는 서울시 이택스와 행안부 위택스에 각각 신고하고 세금을 내야 한다. 국회가 국정감사에서 불편함을 지적하자 행안부는 2016년부터 시스템 구축을 준비해왔다.

수백억원을 들여 자체 시스템을 마련하고 있는 서울시로서는 행안부 움직임에 반대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수차례 시행착오를 겪어가며 서울시민의 요구에 맞게 개발한 시스템을 그냥 버리라는 얘기”라며 “지자체의 과세권에 대한 침해”라고 지적했다.

서울시는 지난해까지 시의 1금고였던 우리은행의 부담으로 이택스를 개선해왔다. 올해부터 1금고로 선정된 신한은행은 이택스 고도화 비용으로 262억원을 추가 부담하기로 했다. 게다가 법안이 통과되면 서울시는 150억원의 행안부 시스템 개발 분담비용까지 내야 한다.

이에 대해 행안부 관계자는 “공통적인 부분을 제외하면 나머지는 지자체들이 자체 개발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오히려 지방분권에도 도움이 된다”고 반박했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