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세기의 판결' 이긴 페이스북, 꽃놀이패 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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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북·유튜브·넷플릭스 손 들어준 법원
통신사들, 사실상 '망 사용료' 협상력 잃어
남은 쟁점은 네이버·카카오 등 '국내CP 역차별'
통신사들, 사실상 '망 사용료' 협상력 잃어
남은 쟁점은 네이버·카카오 등 '국내CP 역차별'
‘세기의 판결’로 주목받은 소송에서 페이스북이 승소했다. 22일 서울행정법원 선고로 페이스북·구글(유튜브)·넷플릭스 등 글로벌 콘텐츠 제공자(CP)가 네트워크 사업자(통신사)에 대한 확고한 우위를 점하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2016년 12월 페이스북이 SK브로드밴드·LG유플러스의 접속 경로를 임의 변경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게 발단이었다. 페이스북 유저들은 접속 속도가 떨어져 서비스 이용이 어렵다며 불만을 쏟아냈다. 그러자 방송통신위원회는 당시 통신사들과 망 사용료 협상을 벌이던 페이스북이 협상 우위를 점하기 위해 고의로 속도를 떨어뜨렸다고 판단했다.
방통위가 조사 결과를 토대로 작년 3월 페이스북에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3억9600만원을 부과하자 페이스북은 불복, 이번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방통위 진성철 통신시장조사과장은 이날 선고 직후 “재판부 판결은 존중하지만 바로 항소를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망 사용료는 1차적으로 CP와 통신사 간의 문제다. 망은 서버에 접근하는 통로, 트래픽은 망을 타고 오가는 데이터 흐름이다. 자체 비용을 들여 망을 깔아놓은 통신사로선 막대한 트래픽을 발생시키는 페이스북·유튜브·넷플릭스 등에 일정 사용료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양측 협상에선 통신사가 을(乙)이다. 국내 통신사들은 이용자 이탈을 막으려고 무료에 가까운 비용으로 유튜브 등 해외 CP들의 캐시서버를 구축했다. 페이스북 또한 국내 사업자들에게 캐시서버를 헐값에 구축해달라고 요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고객이 자주 이용하는 데이터를 모은 본 서버의 ‘복사 서버’인 캐시서버가 국내에 있으면 곧장 해외로 연결하는 것보다 빠른 속도로 이용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해외 CP들의 국내 사업 기반 투자를 통신사들 돈으로 대신 한 셈”이라고 짚었다.
동영상이 킬러콘텐츠로 떠오른 5세대 이동통신(5G) 시대에는 트래픽이 폭증한다. 그럼에도 이번 선고로 인해 CP들에게 사용료를 요구하기 한층 어려워졌다. 한 통신사 관계자는 “갑을 관계가 자명해졌다. 이젠 개별 사업자간 단순 망 사용료 협상 수준을 벗어나 ‘유튜브세(稅)’ 같은 정부 차원 조세 부과 단계로 넘어간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털어놓았다.
글로벌 CP들로선 꽃놀이패를 쥐었다. 이날 판결이 “망 품질 관리 책임은 통신사에게 있다”는 페이스북 논리에 손을 들어준 것으로 볼 수 있어서다.
실제로 CP는 콘텐츠 품질에, 통신사는 망 품질에 신경 쓰라는 소비자들이 상당수다. “그러라고 통신사에 요금을 내는 것 아니냐”는 반응이 잇따랐다. 트래픽 과다로 네트워크 서비스 속도나 화질이 떨어질 경우 CP가 아닌 통신사가 압박을 받는 구조다.
남은 쟁점은 국내 CP와의 역차별 논란이다. 네이버·카카오는 해외 CP와 달리 연간 수백억원의 망 사용료를 지불해왔기 때문이다.
방통위는 입장문을 내고 “글로벌 CP의 불공정행위와 이용자 이익 침해 행위에 대해 국내 사업자와 동등하게 규제를 집행하는 등 국내외 사업자 간 역차별 해소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open@hankyung.com
지난 2016년 12월 페이스북이 SK브로드밴드·LG유플러스의 접속 경로를 임의 변경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게 발단이었다. 페이스북 유저들은 접속 속도가 떨어져 서비스 이용이 어렵다며 불만을 쏟아냈다. 그러자 방송통신위원회는 당시 통신사들과 망 사용료 협상을 벌이던 페이스북이 협상 우위를 점하기 위해 고의로 속도를 떨어뜨렸다고 판단했다.
방통위가 조사 결과를 토대로 작년 3월 페이스북에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3억9600만원을 부과하자 페이스북은 불복, 이번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방통위 진성철 통신시장조사과장은 이날 선고 직후 “재판부 판결은 존중하지만 바로 항소를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망 사용료는 1차적으로 CP와 통신사 간의 문제다. 망은 서버에 접근하는 통로, 트래픽은 망을 타고 오가는 데이터 흐름이다. 자체 비용을 들여 망을 깔아놓은 통신사로선 막대한 트래픽을 발생시키는 페이스북·유튜브·넷플릭스 등에 일정 사용료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양측 협상에선 통신사가 을(乙)이다. 국내 통신사들은 이용자 이탈을 막으려고 무료에 가까운 비용으로 유튜브 등 해외 CP들의 캐시서버를 구축했다. 페이스북 또한 국내 사업자들에게 캐시서버를 헐값에 구축해달라고 요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고객이 자주 이용하는 데이터를 모은 본 서버의 ‘복사 서버’인 캐시서버가 국내에 있으면 곧장 해외로 연결하는 것보다 빠른 속도로 이용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해외 CP들의 국내 사업 기반 투자를 통신사들 돈으로 대신 한 셈”이라고 짚었다.
동영상이 킬러콘텐츠로 떠오른 5세대 이동통신(5G) 시대에는 트래픽이 폭증한다. 그럼에도 이번 선고로 인해 CP들에게 사용료를 요구하기 한층 어려워졌다. 한 통신사 관계자는 “갑을 관계가 자명해졌다. 이젠 개별 사업자간 단순 망 사용료 협상 수준을 벗어나 ‘유튜브세(稅)’ 같은 정부 차원 조세 부과 단계로 넘어간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털어놓았다.
글로벌 CP들로선 꽃놀이패를 쥐었다. 이날 판결이 “망 품질 관리 책임은 통신사에게 있다”는 페이스북 논리에 손을 들어준 것으로 볼 수 있어서다.
실제로 CP는 콘텐츠 품질에, 통신사는 망 품질에 신경 쓰라는 소비자들이 상당수다. “그러라고 통신사에 요금을 내는 것 아니냐”는 반응이 잇따랐다. 트래픽 과다로 네트워크 서비스 속도나 화질이 떨어질 경우 CP가 아닌 통신사가 압박을 받는 구조다.
남은 쟁점은 국내 CP와의 역차별 논란이다. 네이버·카카오는 해외 CP와 달리 연간 수백억원의 망 사용료를 지불해왔기 때문이다.
방통위는 입장문을 내고 “글로벌 CP의 불공정행위와 이용자 이익 침해 행위에 대해 국내 사업자와 동등하게 규제를 집행하는 등 국내외 사업자 간 역차별 해소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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