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문재인 케어'가 놓치고 있는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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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장성 강화' 방향성은 맞지만
의료비 급등 탓 지속 불가능
보험료 인상 논의 서두르고
병원 및 진료비 제도 혁신하며
꽉 막힌 원격의료 길 터줘야
이기효 < 인제대 보건대학원 교수 >
의료비 급등 탓 지속 불가능
보험료 인상 논의 서두르고
병원 및 진료비 제도 혁신하며
꽉 막힌 원격의료 길 터줘야
이기효 < 인제대 보건대학원 교수 >
문재인 케어가 최근 시행 2주년을 맞았다.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이 문재인 정부의 전유물은 아니지만, 현 정부는 대통령의 이름을 걸고 이전과 차원이 다른 담대한 목표를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다.
문재인 케어의 전체적인 방향성은 옳다. 의학적 비급여를 전면 급여화해 국민의 호주머니 의료비 부담을 획기적으로 경감하겠다는 정책 방향은 대다수 선진국이 추구해온 보편적인 정책이다. 건강권 보장을 통한 기회의 평등과 삶의 질 향상 등 사회적 효율 그리고 노동력 재생산 비용의 절감 및 체계적 관리를 통한 경제적 효율, 이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추구한다는 점에서 노동과 자본 모두의 환영을 받는 몇 안 되는 정책이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보장성 강화의 폭과 속도가 지나치다는 비판은 크게 개의치 않아도 된다고 믿는다. 우리가 선망하는 유럽 복지 선진국은 보장성이 80%에 달한다. 문재인 케어의 임기 내 보장성 목표는 단지 70%에 불과하다. 선진국의 전례를 보더라도 1인당 소득 3만달러 시대를 맞이한 우리 사회가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다.
지난 2년간 건강보험 지출이 대폭 확대되면서 야기된 재정 적자 문제도 정공법으로 해결 가능한 과제라고 생각한다. 연평균 3.2% 수준의 보험료 인상이면 충분하다며 건강보험 재정 적자를 용인하는 정부의 태도는 믿음직스럽지 못하다. 보장성을 대폭 강화하려면 당연히 건강보험료를 대폭 인상해야 하는 법이다. 보험료 인상 필요성을 당당하게 설득해야 한다. 이와 함께 소득 재분배 기능이 큰 조세, 특히 법정 국고지원금부터 획기적으로 늘려야 한다. ‘건강보장세’ 도입 논의도 시작하는 것이 좋겠다.
정작 문재인 케어를 위협하는 심각한 문제는 따로 있다. 의료비 폭증 우려가 그것이다. 최근 10년간 국민 의료비 연평균 실질증가율이 6.8%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고 수준이더니 작년에는 전년 대비 9.0% 급증했다. 소득 수준의 향상과 세계 최고속 고령화로 인해 그러잖아도 국민 의료비가 급속하게 늘고 있었는데, 문재인 케어가 기름을 부은 꼴이 된 것이다.
보장성이 강화돼 그동안 필요하지만 비싸서 이용할 수 없었던 의료 요구가 충족되는 것은 좋은데, 문제는 불필요한 의료 이용도 폭발적으로 증가해 의료비 폭증을 부르기 쉽다는 점이다. 의료 남용과 의료비 낭비를 예방하기 위한 시스템이 전제될 때 비로소 보장성 강화 정책의 효과가 빛을 발한다. 환자의 본인 부담 비중이 작아져도 진료비 총액이 증가하면 보장성 강화는 오히려 독이 될 뿐이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되는 것이다.
문재인 케어가 실기한 부분이 바로 이 대목이다. 급여 확충에 급급해 건강보장시스템을 효율화하기 위한 혁신을 마냥 늦추고 있다는 인상이 짙다. 의원, 병원, 대학병원 등 의료기관 간 역할 분담과 연계 체계 부재, 수도권과 지방 의료기관 간 질적 격차, 중소 병원의 병상 공급 과잉, 1차의료 기능의 부실 등 이루 다 열거할 수 없을 만큼의 해결 과제가 쌓여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무엇보다 시급하고 중요한 진료비 지급제도 개혁에 관한 본격적인 논의가 없다는 점이다. 진료량이 늘어나면 진료비가 증가하는 현행 행위별 수가제로는 결코 진료비 급증을 감당할 수 없다. 보장성이 80% 수준인 유럽 선진국 중 우리처럼 행위별 수가제를 운용하는 나라가 한 곳도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서비스를 효율화해 의료비 절감을 가능케 하는 혁신적인 의료 서비스 공급에 대한 관심도 거의 없다. 대다수 선진국처럼 노인 의료 서비스를 비용 대비 효과적으로 제공하는 ‘너싱홈’을 도입해 급속한 고령화가 불러올 노인 의료비 폭증에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별 반향이 없다. 미래의 효율적 의료 서비스로 각광받아 선진국들이 앞다퉈 개발·도입하고 있는 원격의료는 의료민영화라는 어처구니없는 프레임에 걸려 지지부진이다.
의료비 폭증으로 경제가 어려워지고, 국민 삶이 팍팍해질 것이란 우려를 낳는다면 문재인 케어는 결코 지속 가능하지 않다. 이제라도 시민사회와 전문가, 의료 공급자를 두루 참여시켜 건강보장체계의 혁신을 위한 장도에 나서길 바란다.
문재인 케어의 전체적인 방향성은 옳다. 의학적 비급여를 전면 급여화해 국민의 호주머니 의료비 부담을 획기적으로 경감하겠다는 정책 방향은 대다수 선진국이 추구해온 보편적인 정책이다. 건강권 보장을 통한 기회의 평등과 삶의 질 향상 등 사회적 효율 그리고 노동력 재생산 비용의 절감 및 체계적 관리를 통한 경제적 효율, 이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추구한다는 점에서 노동과 자본 모두의 환영을 받는 몇 안 되는 정책이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보장성 강화의 폭과 속도가 지나치다는 비판은 크게 개의치 않아도 된다고 믿는다. 우리가 선망하는 유럽 복지 선진국은 보장성이 80%에 달한다. 문재인 케어의 임기 내 보장성 목표는 단지 70%에 불과하다. 선진국의 전례를 보더라도 1인당 소득 3만달러 시대를 맞이한 우리 사회가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다.
지난 2년간 건강보험 지출이 대폭 확대되면서 야기된 재정 적자 문제도 정공법으로 해결 가능한 과제라고 생각한다. 연평균 3.2% 수준의 보험료 인상이면 충분하다며 건강보험 재정 적자를 용인하는 정부의 태도는 믿음직스럽지 못하다. 보장성을 대폭 강화하려면 당연히 건강보험료를 대폭 인상해야 하는 법이다. 보험료 인상 필요성을 당당하게 설득해야 한다. 이와 함께 소득 재분배 기능이 큰 조세, 특히 법정 국고지원금부터 획기적으로 늘려야 한다. ‘건강보장세’ 도입 논의도 시작하는 것이 좋겠다.
정작 문재인 케어를 위협하는 심각한 문제는 따로 있다. 의료비 폭증 우려가 그것이다. 최근 10년간 국민 의료비 연평균 실질증가율이 6.8%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고 수준이더니 작년에는 전년 대비 9.0% 급증했다. 소득 수준의 향상과 세계 최고속 고령화로 인해 그러잖아도 국민 의료비가 급속하게 늘고 있었는데, 문재인 케어가 기름을 부은 꼴이 된 것이다.
보장성이 강화돼 그동안 필요하지만 비싸서 이용할 수 없었던 의료 요구가 충족되는 것은 좋은데, 문제는 불필요한 의료 이용도 폭발적으로 증가해 의료비 폭증을 부르기 쉽다는 점이다. 의료 남용과 의료비 낭비를 예방하기 위한 시스템이 전제될 때 비로소 보장성 강화 정책의 효과가 빛을 발한다. 환자의 본인 부담 비중이 작아져도 진료비 총액이 증가하면 보장성 강화는 오히려 독이 될 뿐이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되는 것이다.
문재인 케어가 실기한 부분이 바로 이 대목이다. 급여 확충에 급급해 건강보장시스템을 효율화하기 위한 혁신을 마냥 늦추고 있다는 인상이 짙다. 의원, 병원, 대학병원 등 의료기관 간 역할 분담과 연계 체계 부재, 수도권과 지방 의료기관 간 질적 격차, 중소 병원의 병상 공급 과잉, 1차의료 기능의 부실 등 이루 다 열거할 수 없을 만큼의 해결 과제가 쌓여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무엇보다 시급하고 중요한 진료비 지급제도 개혁에 관한 본격적인 논의가 없다는 점이다. 진료량이 늘어나면 진료비가 증가하는 현행 행위별 수가제로는 결코 진료비 급증을 감당할 수 없다. 보장성이 80% 수준인 유럽 선진국 중 우리처럼 행위별 수가제를 운용하는 나라가 한 곳도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서비스를 효율화해 의료비 절감을 가능케 하는 혁신적인 의료 서비스 공급에 대한 관심도 거의 없다. 대다수 선진국처럼 노인 의료 서비스를 비용 대비 효과적으로 제공하는 ‘너싱홈’을 도입해 급속한 고령화가 불러올 노인 의료비 폭증에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별 반향이 없다. 미래의 효율적 의료 서비스로 각광받아 선진국들이 앞다퉈 개발·도입하고 있는 원격의료는 의료민영화라는 어처구니없는 프레임에 걸려 지지부진이다.
의료비 폭증으로 경제가 어려워지고, 국민 삶이 팍팍해질 것이란 우려를 낳는다면 문재인 케어는 결코 지속 가능하지 않다. 이제라도 시민사회와 전문가, 의료 공급자를 두루 참여시켜 건강보장체계의 혁신을 위한 장도에 나서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