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딸이 한영외고 재학 중 2주간 인턴 활동으로 병리학 논문 제1저자에 등재된 사건은 대학과 교수들의 연구윤리 실종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보여준다. 병리학을 체계적으로 연구한 적이 없는 고교생이 단기간에 의학 관련 논문 제1저자가 될 만한 기여를 했다는 것은 상식에 어긋난다. 조 후보자의 딸은 해당 논문의 공식연구 기간이 끝난 뒤 단국대 의과학연구소 인턴으로 들어갔고, 연구팀 명단에는 신분이 연구소 소속 박사로 둔갑돼 있다고 한다. 그런데도 논문 주관 교수는 “(조 후보자의 딸이) 해외 대학을 진학한다고 해 선의로 도왔다. 부끄러운 짓을 한 적이 없다”고 강변했다.

교수들이 본인이나 지인의 미성년 자녀들을 논문 저자로 끼워 넣는 것은 대입 수시전형을 노린 입시비리 수법이라는 게 대다수 입시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조 후보자 딸의 경우 논문이 대학 입학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드러난다면 ‘입시 비리’가 아니라고 주장하기 어려울 것이다. 많은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절망감을 던져주고 대학입시 전반에 대한 불신을 키울 게 뻔하다. ‘미성년자 논문 끼워 넣기’가 단순히 연구의 도덕성 차원을 넘어 법률적 문제로 엄히 다뤄져야 하는 이유다.

교육부는 이참에 그동안 적발한 관련 사례를 상세히 공개하고 의심 사례들은 철저히 재점검하기 바란다. 형식적인 전수조사만으로는 부족하다. 교육부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 5월에도 ‘미성년자 논문 끼워 넣기 조치’ 내용을 발표했지만 비슷한 사건이 계속 재발하고 있다. 이는 ‘근절 의지’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 검증을 해당 대학에 맡기고 징계도 서면 경고, 연구비 환수 등 ‘솜방망이’에 그쳤다. 상당수 의심 사례가 ‘문제없음’ 판정을 받았고, 조 후보자 딸처럼 신분을 위장한 경우에는 적발 자체가 되지 않았다.

교육부는 ‘미성년자 논문 끼워 넣기’에 대해 강력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비리 적발 시 관련자들을 강단에서 퇴출시키고 수사도 의뢰하는 등 발본색원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