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강력 반대, 영국·독일도 부정적…24∼27일 G7회의서 논의 전망

러시아를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참여 시켜 G8 체제로 복귀하자는 주장이 잇따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제안에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조건부 지지 입장을 밝혀 관련 논의가 진전될지 주목된다.

22일(현지시간) AFP통신에 따르면 마크롱 대통령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러시아가 실질적으로 다시 합류해 G8 체제를 되살리는 게 적절하다"며 "러시아를 G8 체제로 다시 통합시키는 것은 효율적이며 유용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마크롱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사태의 해법이 G8 체제 복귀의 필요조건이 돼야 한다면서 2015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프랑스, 독일 등이 합의한 '민스크 평화 협정'에 따른 방안이 나와야 한다고 덧붙였다.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캐나다, 이탈리아, 일본 등 서방 7개국과 유럽연합(EU)이 참여했던 G7 정상회의는 1998년 러시아를 정회원으로 받아들이면서 G8으로 확대됐다.

그러나 2014년 3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속했던 크림반도를 병합하자 G7 국가들과 EU는 러시아를 제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하루 전인 20일 클라우스 요하니스 루마니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기 전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러시아가 (G7 정상회의에) 포함되는 게 훨씬 더 적절하다고 본다"며 이 문제에 불을 지폈다.

그는 "우리가 논의하는 많은 문제가 러시아와 관련이 있기 때문에 G8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G8 체제 복귀를 내심 바라면서도 크림반도 문제로 명확하게 얘기를 꺼내지 못했던 러시아의 가려운 부분을 대신 긁어준 셈이 됐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19일 마크롱 대통령과 정상회담 후 "어떤 회담도 거부하지 않는다.

항상 G7에 참여하는 파트너들을 기다리고 있다"는 식으로 에둘러 G8 체제 복귀에 대한 기대를 드러냈다.

마크롱 대통령은 러시아가 별 어려움 없이 G8으로 돌아오는 것은 전략적 실수이고 G7 체제의 약점을 보여주는 것이 될 수 있다며, 러시아 제명의 원인이 된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한 해법이 따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다만, 21일 베를린에서 정상회담을 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우크라이나 문제가 먼저 해결돼야 한다면서 부정적인 쪽에 가까운 반응을 보였다.

존슨 총리는 특히 작년 초 영국에서 발생한 러시아 이중 스파이 독살 미수 사건 등을 거론하며 러시아의 복귀를 지지하려면 여건이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이후인 21일 "(G7 국가들의 러시아) 복귀 결정이 내려지고 요청이 오면 그것을 검토하고 답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러시아의 G8 제명을 초래한 사건 당사국인 우크라이나도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22일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올린 글에서 "러시아의 G8 참여가 중단된 2014년 3월 이후 아무것도 변한 게 없다"면서 "크림은 아직 우크라이나로 반환되지 않았고 돈바스 지역(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에선 여전히 전투가 진행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러시아가 G8에 복귀하기 위해선 "점령된 크림 반환, 돈바스 지역에서의 전투 행위 중단, 100명 이상의 우크라이나인 포로 석방" 등이 이행돼야 한다면서 "이것이 러시아가 고위 외교 일정에서 자신의 자리를 차지할 준비가 돼 있다는 세계에 대한 진지한 신호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달 24∼27일에는 프랑스 휴양지 비아리츠에서 G7 정상회의가 예정돼 있어 러시아의 G8 복귀 문제도 거론될 전망이다.

내년 G7 정상회의 개최국은 미국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