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읽는 명저] "정부가 민간보다 유능하다고 생각하는 건 오만이다"…'시장실패'보다 '정부실패'가 훨씬 심각하다고 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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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먼 버틀러《공공선택론 입문》
“정부가 규제를 만들고, 재화와 용역 가격을 결정한다면
시장질서를 왜곡시켜 더 큰 부작용을 낳을 뿐이다”
“소수가 착취되는 상황을 막기 위해서라도 다수 전횡을
억제할 제도적인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
“정부가 규제를 만들고, 재화와 용역 가격을 결정한다면
시장질서를 왜곡시켜 더 큰 부작용을 낳을 뿐이다”
“소수가 착취되는 상황을 막기 위해서라도 다수 전횡을
억제할 제도적인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
“정부가 시장 개입 필요성을 강조하고 싶을 때 쓰는 말이 있다. ‘시장실패(market failure)’다. 경제 주체들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기 때문에 정부가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가 민간보다 유능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오만이다. 정부가 규제를 만들고, 재화와 용역 가격을 결정한다면 시장질서를 왜곡시켜 더 큰 부작용을 낳을 뿐이다. 시장실패보다 더 심각한 것이 ‘정부실패(government failure)’다.”
에이먼 버틀러 애덤스미스연구소장이 《공공선택론 입문》에서 정부의 간섭을 비판한 말이다. 공공선택론은 행정학의 새로운 분야다. 정당, 정부, 선거 등 정책결정 참여자와 제도에 주로 초점을 맞추는 기존 행정학과 달리 일련의 정치·행정 과정을 경제학적 관점으로 접근한다. 정부는 도로와 항만 등 공공재 공급자고, 시민은 공공재 소비자라고 규정한다. “자기 이익을 추구하는 시민 개개인의 선택이 결과적으로는 행정 효율을 높여 공익을 증진시킨다”는 게 공공선택론의 주된 내용이다. 자율적으로 조정하는 시장경제만큼 효율적인 정부가 없다는 것이다.
“민간보다 유능한 정부 없다”
버틀러는 “경제와 마찬가지로 행정 분야에서도 정부 간섭이 적을수록 효율적”이라며 “공공분야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경쟁체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버틀러가 영국에 설립한 애덤스미스연구소는 자유주의 경제학의 전도사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2010년 미국 펜실베이니아대와 미국 외교안보 전문잡지 ‘포린 폴리시(Foreign Policy)’가 선정한 해외 싱크탱크 톱10에 뽑히기도 했다.
버틀러는 독점 체제인 행정 서비스는 의사 결정 초기부터 구조적 문제점을 지닌다고 비판했다. 그는 “국민 대리인인 정치인과 전문능력을 지닌 관료제가 국가 목표를 효과적으로 달성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고전행정학의 전제(前提)도 부정했다. 정치인과 관료들은 본질적으로 자기 집단의 이익을 추구하기 때문에 이들에 대한 견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자비롭고 전지전능한 정부가 경제와 행정을 개선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은 순진한 생각이다. 정책은 정치인과 이익집단, 관료에 의해 크게 영향받는다. 정치인들이 이권이 걸린 법안을 품앗이 형식으로 서로 동의해주는 투표거래(投票去來), 즉 ‘로그롤링(logrolling)’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이유다. 로그롤링의 결과로 법률이 양산된다. 정부 덩치는 더 커진다. 커진 정부는 관료제를 비육(肥育)시키고, 관료들은 더 많은 예산과 권한을 요구한다. 음식을 과다하게 섭치해 고도비만자가 되고, 더 자주 허기를 느끼는 고도비만자가 더 많은 음식을 먹어치우는 식이다.”
버틀러는 예산이 매년 늘어나고 조직이 갈수록 비대해지는 것도 관료들의 이익 추구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급변하는 사회에 맞게 제도를 정비하다 보니 역할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주장은 행정 서비스 소비자(시민) 관점이 아니라 행정 서비스 생산자 관점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큰 정부’란 단순히 정부 조직이나 관료 숫자가 많은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관료들이 자의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규제가 많거나, 정부가 지키기 어려운 법을 만들어 관료 힘이 비대해진 정부를 말한다. 관료들은 더 나은 제도를 만들기 위해 조직을 키우고 인원을 늘린다고 말한다. 비대한 행정조직을 손본다며 ‘행정혁신위원회’를 만든다.”
버틀러는 다수결에 기반한 민주주의는 중우정치(衆愚政治)로 전락할지 모른다는 경고도 내놨다. 정치인과 관료가 자기 이익을 확장하기 위해 다수를 만족시키는 포퓰리즘 정책과 손잡을 가능성이 높아서다. 이런 상황에선 개인의 선택이 존중받기 어렵고, 제대로 된 행정서비스를 기대하기 힘들다.
궁극적 해결책은 '작은 정부'
“타락한 민주주의는 두 마리의 늑대와 한 마리의 양이 저녁 식사를 위해 누구에게 누구를 먹게 할지 투표하는 것과 같다. 민주주의는 국민의 과반수, 극단적으로 말하면 51%가 나머지 49%를 억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소수가 착취되는 상황을 막기 위해서라도 다수 전횡을 억제할 제도적인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
버틀러는 ‘작은 정부’만이 궁극적인 해결책이라고 역설했다. 그는 “행정 서비스에 경쟁체제를 도입하고, 정책 결정 과정에 민간 참여를 늘리는 것도 중요하다”는 조언을 내놨다.
“선(善)한 의도로 정부가 개입했지만 기대와는 달리 사회적 비용만 가중시킨 사례는 흔하다. 정책 결정과정에 민간 참여를 확대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책성과는 새로운 규제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기존 규제를 철폐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정부 규모가 증가하지 않도록 지출을 국내총생산(GDP) 대비 일정 수준으로 제한해야 한다. 규제 혁신에 나선 공무원들에게 승진과 보수 인센티브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
김태철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synergy@hankyung.com
에이먼 버틀러 애덤스미스연구소장이 《공공선택론 입문》에서 정부의 간섭을 비판한 말이다. 공공선택론은 행정학의 새로운 분야다. 정당, 정부, 선거 등 정책결정 참여자와 제도에 주로 초점을 맞추는 기존 행정학과 달리 일련의 정치·행정 과정을 경제학적 관점으로 접근한다. 정부는 도로와 항만 등 공공재 공급자고, 시민은 공공재 소비자라고 규정한다. “자기 이익을 추구하는 시민 개개인의 선택이 결과적으로는 행정 효율을 높여 공익을 증진시킨다”는 게 공공선택론의 주된 내용이다. 자율적으로 조정하는 시장경제만큼 효율적인 정부가 없다는 것이다.
“민간보다 유능한 정부 없다”
버틀러는 “경제와 마찬가지로 행정 분야에서도 정부 간섭이 적을수록 효율적”이라며 “공공분야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경쟁체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버틀러가 영국에 설립한 애덤스미스연구소는 자유주의 경제학의 전도사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2010년 미국 펜실베이니아대와 미국 외교안보 전문잡지 ‘포린 폴리시(Foreign Policy)’가 선정한 해외 싱크탱크 톱10에 뽑히기도 했다.
버틀러는 독점 체제인 행정 서비스는 의사 결정 초기부터 구조적 문제점을 지닌다고 비판했다. 그는 “국민 대리인인 정치인과 전문능력을 지닌 관료제가 국가 목표를 효과적으로 달성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고전행정학의 전제(前提)도 부정했다. 정치인과 관료들은 본질적으로 자기 집단의 이익을 추구하기 때문에 이들에 대한 견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자비롭고 전지전능한 정부가 경제와 행정을 개선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은 순진한 생각이다. 정책은 정치인과 이익집단, 관료에 의해 크게 영향받는다. 정치인들이 이권이 걸린 법안을 품앗이 형식으로 서로 동의해주는 투표거래(投票去來), 즉 ‘로그롤링(logrolling)’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이유다. 로그롤링의 결과로 법률이 양산된다. 정부 덩치는 더 커진다. 커진 정부는 관료제를 비육(肥育)시키고, 관료들은 더 많은 예산과 권한을 요구한다. 음식을 과다하게 섭치해 고도비만자가 되고, 더 자주 허기를 느끼는 고도비만자가 더 많은 음식을 먹어치우는 식이다.”
버틀러는 예산이 매년 늘어나고 조직이 갈수록 비대해지는 것도 관료들의 이익 추구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급변하는 사회에 맞게 제도를 정비하다 보니 역할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주장은 행정 서비스 소비자(시민) 관점이 아니라 행정 서비스 생산자 관점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큰 정부’란 단순히 정부 조직이나 관료 숫자가 많은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관료들이 자의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규제가 많거나, 정부가 지키기 어려운 법을 만들어 관료 힘이 비대해진 정부를 말한다. 관료들은 더 나은 제도를 만들기 위해 조직을 키우고 인원을 늘린다고 말한다. 비대한 행정조직을 손본다며 ‘행정혁신위원회’를 만든다.”
버틀러는 다수결에 기반한 민주주의는 중우정치(衆愚政治)로 전락할지 모른다는 경고도 내놨다. 정치인과 관료가 자기 이익을 확장하기 위해 다수를 만족시키는 포퓰리즘 정책과 손잡을 가능성이 높아서다. 이런 상황에선 개인의 선택이 존중받기 어렵고, 제대로 된 행정서비스를 기대하기 힘들다.
궁극적 해결책은 '작은 정부'
“타락한 민주주의는 두 마리의 늑대와 한 마리의 양이 저녁 식사를 위해 누구에게 누구를 먹게 할지 투표하는 것과 같다. 민주주의는 국민의 과반수, 극단적으로 말하면 51%가 나머지 49%를 억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소수가 착취되는 상황을 막기 위해서라도 다수 전횡을 억제할 제도적인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
버틀러는 ‘작은 정부’만이 궁극적인 해결책이라고 역설했다. 그는 “행정 서비스에 경쟁체제를 도입하고, 정책 결정 과정에 민간 참여를 늘리는 것도 중요하다”는 조언을 내놨다.
“선(善)한 의도로 정부가 개입했지만 기대와는 달리 사회적 비용만 가중시킨 사례는 흔하다. 정책 결정과정에 민간 참여를 확대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책성과는 새로운 규제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기존 규제를 철폐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정부 규모가 증가하지 않도록 지출을 국내총생산(GDP) 대비 일정 수준으로 제한해야 한다. 규제 혁신에 나선 공무원들에게 승진과 보수 인센티브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
김태철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synerg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