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구, 언론사 상대 소송 2심도 패소…"악의적 아니라 위법성 없어"
2심도 "이완구 '비타500 언론보도' 틀렸지만 배상책임 없어"
고(故) 성완종 경남기업 전 회장의 금품로비 의혹에 연루돼 재판에 넘겨졌다가 무죄를 확정받은 이완구 전 국무총리가 해당 의혹을 처음 보도했던 언론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지만 1·2심 모두 패소했다.

서울고법 민사13부(김용빈 부장판사)는 23일 이 전 총리가 경향신문과 당시 편집국장, 소속 기자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1심과 같이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이 전 총리는 성 전 회장이 자신의 선거사무소에 돈이 든 '비타500' 상자를 놓고 왔다는 2015년 경향신문 보도는 허구라며 지난해 4월 3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앞서 1심은 해당 기사의 '비타500 박스' 부분이 허위라고 판단했다.

성 전 회장이 경향신문 기자와 통화하면서 현금 전달 매체가 무엇인지를 전혀 언급하지 않았고, 성 전 회장 측근들이 관련 형사 사건에서 비타500 박스를 봤다고 진술하거나 경향신문 기자에게 언급했다고 진술하는 사람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법원은 이 같은 보도가 공직자의 도덕성 등에 대한 의혹 제기로서 악의적이거나 현저히 상당성을 잃은 공격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위법성이 없어진다는 경향신문 측 주장을 받아들였다.

1심은 "기사에서 금품 전달 매체를 비타500 박스로 특정하게 된 것은 경남기업의 임원 박모씨의 의견이 결정적이었는데, 박씨의 지위나 역할 등에 비춰 볼 때 피고들로서는 기사에서 금품의 전달 매체를 귤박스 대신 비타500 박스로 수정하여 보도하는 게 낫다는 박씨의 주장이 틀렸다고 확신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봤다.

아울러 "피고들이 비타500 박스가 진실이라는 확신은 가질 수 없었다고 하더라도, 이를 사실이 아님을 알면서도 악의적이거나 심히 경솔하게 보도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2심 재판부 역시 이와 같은 1심 판단이 옳다고 보고 이 전 총리의 항소를 기각했다.

이 전 총리는 2013년 4·24 재보궐 선거 당시 부여 선거사무소를 찾아온 성 전 회장에게서 현금 3천만원이 든 쇼핑백을 건네받은 혐의로 기소됐으나 2017년 12월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