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대학생과 중·고교생도 ‘범죄인 인도법 개정안’(일명 송환법)에 반대하며 반정부 시위에 동참한다. 홍콩 10개 대학과 100개 중·고등학교 학생들이 다음달 시작하는 새 학기에 단체로 수업을 거부하기로 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23일 보도했다.

SCMP에 따르면 8개 공립대와 2개 사립대 학생 대표들은 전날 회의를 열고 다음달 2일 대규모 집회를 연 뒤 이때부터 수업 거부 활동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100개 중·고교 학생 수천 명도 전날 도심에서 송환법 반대 집회를 열고 향후 활동 계획을 논의했다. 이들은 9월 2일부터 1주일에 한 번씩 수업에 참석하지 않고 집회에 참여하기로 했다.

학생들은 다음달 13일까지 홍콩 정부가 시위대의 다섯 가지 요구 사항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수업 보이콧을 확대하겠다고 경고했다. 홍콩 시위대는 정부에 △송환법 완전 폐지 △시위대 ‘폭도’ 규정 철회 △체포된 시위대의 조건 없는 석방 및 불기소 △경찰의 강경 진압에 대한 독립적인 조사 △행정장관 직선제 실시를 요구하고 있다.

홍콩 대학생 대표단은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이 진심으로 대화할 의지가 있다면 먼저 다섯 가지 요구 사항을 수용하는 것이 가장 좋은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람 장관은 지난 주말 시위가 평화적으로 진행된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시민들과 대화의 장을 마련하겠다고 했지만 경찰의 진압과 관련한 독립적 조사 요구에 대해선 거부 입장을 분명히 했다.

홍콩 교육계에선 중·고교생이 수업을 거부하는 것을 놓고 찬반이 엇갈리고 있다. 한 교사는 “성인이 파업할 권리가 있다면 수업을 거부할 학생들의 권리도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