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XG어패럴 골프웨어 '돌풍'
파슨스익스트림골프(PXG)어패럴을 출시 2년여 만에 국내 프리미엄 골프웨어 시장의 ‘빅2’로 올려놓은 신재호 PXG코리아 회장(59·사진)의 말이다. 지난 21일 서울 서초구 세빛섬에서 열린 ‘PXG 런웨이 2019’에서 그를 만났다. 이날 행사는 세계 시장 진출을 선언하는 PXG어패럴의 ‘출정식’을 연상케 했다. 신 회장은 “PXG는 미국 브랜드지만 PXG어패럴의 시작은 한국”이라며 “최근 본사에서 역으로 제안이 와 2020년 봄·여름 시즌부터 미국에서 PXG어패럴 판매를 시작한다”고 전했다.
PXG어패럴은 브랜드만 100개가 넘는 국내 골프웨어 시장에서 ‘후발 주자’였다. 본격적인 사업에 착수한 2017년 말, 측근들은 강하게 그의 도전을 말렸다. 이미 PXG골프용품과 레이저 거리측정기 ‘부시넬’ 등을 가져와 성공을 거둔 뒤였다. 어패럴 사업은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모험이었다. 그는 한술 더 떠 모든 제품을 흰색과 검은색, 회색 등 세 가지 색만 섞어 만들라고 주문했다. 반발은 더 거세졌다.
“골프 옷은 항상 화려했던 것 같아요. 시장엔 울긋불긋한 색으로 꾸며진 옷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이 색을 포기한 겁니다. 검은색과 흰색의 조화만으로 충분히 고급스러운 느낌을 낼 수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색이기도 했고요. 다행히 소비자들이 우리 정성을 알아주셨죠.”
PXG어패럴은 출시 직후부터 빠르게 성장했다. 매년 100%씩 매출이 늘었다. 벌써부터 타이틀리스트어패럴과 함께 국내 프리미엄 골프웨어 시장을 이끄는 ‘쌍두마차’라는 평도 듣는다. 브랜드 인지도의 ‘바로미터’인 중국산 가품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고, 매장에선 디자인을 보지 않고 사이즈만 있어도 사 가는 손님까지 있다. 신 회장조차 “이 정도로 빠르게 클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고 했다.
신 회장은 1980년대 초반 미국에서 유학할 때 골프와 연을 맺었다. 페어레이디킨슨대에서 회계를 전공한 그는 학교에 다니면서 이모부가 운영하던 골프숍 ‘뉴욕골프센터’에서 아르바이트했다. 처음에는 지점 관리를 도와주는 정도였는데 점점 운영에 깊숙이 관여했다. 골프숍은 이후 신 회장의 영업 수완으로 14개 지점까지 늘어났다. 미국 골프다이제스트가 선정한 미 전역 골프숍 톱25에 이름을 올릴 정도로 업계의 ‘큰손’이 됐다. 한 행사에서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미국)와 함께 라운드한 일화는 업계에서도 두고두고 회자하고 있다.
“골프계에서 초짜인 제가 내세울 수 있는 확실한 무기는 신용이었죠. 대금은 항상 지급 예정일 하루 전에 했어요. 어느새 업계에서 ‘제이 신’(신 회장의 영어명)하면 믿을 만한 사람으로 통하더라고요. 제가 한국에 와서도 PXG 말고도 부시넬, 쿨클럽스 등 여러 브랜드를 운용할 수 있는 것도 당시 신용 덕분이고요. 그러다 보니 우즈와 골프를 치는 행운도 따르고. 하하. 업계 사람들이 제가 내기에서 우즈를 이겼다는 말을 한다던데, 딱 한 홀 이겨서 1달러 딴 게 전부예요.”
신 회장의 다음 목표는 브랜드의 글로벌화다. 최근 미국 본사와 지분 50 대 50의 조인트 벤처를 설립해 세계시장 공략을 위한 기본 틀을 짜고 있다. 신 회장은 “미국 진출 후에도 지금처럼 최고의 품질과 디자인을 유지해 PXG어패럴이 한국에서 처음 시작한 브랜드라는 걸 알리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