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슬기 "부처 됐다, 무당 됐다…마스크 바꿔 쓰듯 변신했죠"
영화와 드라마, 뮤지컬 등 다방면에서 넘치는 끼와 재능을 자랑해온 배우 김슬기가 딱 어울리는 역할을 만났다. 기발함에 무릎을 탁 치게 되는 영화 ‘광대들: 풍문조작단’에서다.

이 영화는 임금이 행차할 때 꽃비가 내리고 소나무가 가지를 들어올려 길을 비켜주는 등 세조실록에 기록된 기이한 현상들이 한명회의 지시를 받은 광대패가 꾸며낸 일이라는 상상력에서 출발한 팩션(fact+fiction) 사극이다. 광대패 5인방 중 홍일점이자 음향 담당인 근덕 역을 맡은 김슬기를 만났다.

“볼거리가 풍성해요. 그리 무겁지도 않고 너무 코믹하지도 않아서 편하고 가볍게 볼 수 있는 영화죠.” 광대패는 정이품송 이야기를 연출하는 데 이어 거대한 불상, 오색 안개까지 만든다. 광대패가 ‘풍문 판’을 짤 때 김슬기는 문수보살로 분장하고 혼령에 빙의되기도 한다. 커다란 나팔이 달린 음향 기기로는 못 내는 소리가 없는 음향 전문가다. 사극 영화에 처음 도전한 김슬기는 “할 말 다 하는 당찬 성격인 데다 이야기의 중심적인 역할도 맡는 여성이라는 점이 마음에 쏙 들었다”고 말했다.

“부처도 됐다가 문수보살도 됐다가 무당도 됐다가…. 확고한 이미지를 가지되 다른 모습이 될 때는 마치 마스크를 바꿔 쓰는 것처럼 확 달라지는 느낌을 주고 싶었어요. ‘같은 사람인가?’라고 의심할 정도로요. 변신하는 모습으로 웃음도 주고 싶었죠. 한 사람이지만 여러 캐릭터가 돼야 한다는 게 어려웠습니다.”

영화 ‘광대들’의 한 장면.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영화 ‘광대들’의 한 장면.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김슬기는 손현주 조진웅 고창석 등 선배들과 함께 호흡하면서 배운 점이 많다고 했다. 촬영장 분위기를 활기차게 하는 선배들 덕분에 촬영도 즐거웠다고 한다.

“마음속에 저만의 수업일지를 썼어요. 제가 언제 그런 선배들을 가까이서 뵐 수 있겠어요. 현주 선배는 세 시간 넘게 분장해 진이 빠질 법한데도 흔들림 없는 연기를 보여줘서 감탄했죠. 진웅 선배와 창석 선배는 카메라 앞에서 캐릭터에 완전히 몰입하다가 대기할 땐 그렇게 재밌을 수가 없어요. 촬영이 끝나면 선배들과 맛집을 찾아가는 즐거움도 있었습니다. ‘오늘은 소막(소주+막걸리)을 먹었다’고 수업일지를 써보기도 했죠. 호호.”

김슬기는 tvN 예능 ‘SNL 코리아’ 시리즈에서 거침없는 입담을 선보이며 이름을 알렸다. 이 때문에 그를 활달하고 외향적이라고 여기는 이가 많지만 실제로는 낯가림이 심하고 수줍음을 많이 타는 성격이다. 자신의 성향과 정반대 캐릭터를 연기하기가 어렵지 않았느냐고 묻자 이렇게 답했다.

“제가 재밌는 사람이 아니라서 개성 강하고 웃기는 캐릭터를 연기했을 때 오히려 카타르시스를 느껴요. 요즘은 관객들이 어려운 이야기를 보기 힘들어하는 것 같아요. 제 연기를 보고 잠깐이라도 웃는다면 그걸로 제 임무는 다한 것 같습니다.”

김슬기는 “연기는 지식을 공부해 쌓아나가는 것과 달라서 할 때마다 처음 같다. 늘 제로(0)에서 100을 만든다는 생각으로 하지만 어렵기 때문에 더 매력있다”며 열의를 보였다.

글=김지원/사진=조준원 한경텐아시아 기자 bell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