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강한 우려와 실망"…한·미 동맹 파열음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정부, 日에 지소미아 종료 통보
美 국무부·국방부 장관
한국 결정 잇따라 비판
美 국무부·국방부 장관
한국 결정 잇따라 비판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한국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결정에 23일 “강한 우려와 실망”을 드러냈다. 다수의 미 행정부 당국자도 이번 결정이 그동안 한국 정부가 알려준 것과 정반대라며 ‘배신감’을 나타내 한·미 동맹이 위기를 맞고 있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에스퍼 장관은 이날 정경두 국방부 장관의 요청으로 전화통화를 하면서 “미 국방부 논평처럼 우려와 실망감이 크다”며 “한·미·일 안보협력은 지속돼야 한다”고 말했다고 우리 군 관계자가 전했다.
폼페이오 장관도 이날 캐나다 방문 중 기자회견에서 지소미아 종료에 대해 “오늘 오전 한국 외교부 장관과 통화했다”며 “실망스럽다”고 밝혔다.
미 행정부 고위당국자는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이번 결정은 한국이 그동안 우리에게 힌트를 준 것(알려준 것)과 정반대”라며 “이는 문재인 정부의 집단안보 약속에 근본적 의문을 제기하게 한다”고 말했다. 다른 미 행정부 소식통은 “우리는 특히 한국 정부가 (전날) ‘미국이 이해하고 있다’고 말한 데 대해 불만족스럽다”며 “이는 사실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미국은 한·일 갈등 속에서도 지소미아는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을 한국에 전달해왔다. 지소미아가 한·미·일 안보협력의 상징과 같다는 점에서다. 그럼에도 한국 정부가 지소미아 종료를 결정하고 ‘미국이 이해하고 있다’고 설명하자 공개적으로 불만을 드러낸 것으로 분석된다. 일각에선 지소미아 파기를 계기로 미국이 한국에 방위비 증액 요구 강도를 높일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美 "알려준 것과 정반대 결정…文정부의 안보 약속에 근본적 의문"
한국과 미국이 “철통같다”고 강조해온 한·미 동맹이 흔들리고 있다. 한국 정부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를 두고 한·미가 공개적으로 이견을 드러내면서다. 미 국방장관과 국무장관이 동시에 우려와 실망감을 표현했을 뿐 아니라 미 행정부에선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계기로 문재인 정부의 한·미·일 안보협력 의지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지소미아 종료에 대한 미 행정부의 공식 반응은 22일 오전(현지시간) 담당부처인 국방부에서 나왔다. 미 국방부는 데이브 이스트번 대변인 명의의 논평을 통해 “한·일 양국이 이견 해소를 위해 신속히 협력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때까지만 해도 기존 입장을 반복한 원론적인 수준이었다.
하지만 오후 1시께 분위기가 바뀌었다. 미 국방부는 이스트번 대변인 명의의 ‘수정 논평’을 통해 “강한 우려와 실망감을 표명한다”고 비판 수위를 높였다. 미국이 ‘린치핀(핵심축)’이라고 부르는 한국 정부의 결정을 논평을 바꿔가면서 비판한 건 극히 이례적이다.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도 몇 시간 뒤 정경두 국방장관과의 통화에서 지소미아 종료에 따른 한·미·일 정보교류 제한을 우려하며 실망감을 표현했다. 캐나다를 방문 중인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역시 “오늘 아침 한국 외교장관과 통화했다. 실망스럽다”고 가세했다.
뒤이어 나온 미 국무부 공식 반응은 훨씬 강도가 셌다. 국무부는 국방부처럼 강한 우려와 실망을 표명한 데 더해 “미국은 문재인 정부에 지소미아 종료 결정이 나면 미국과 동맹의 안보 이익에 부정적 영향을 주고 동북아시아에서 우리가 직면한 안보 도전과 관련한 문재인 정부의 심각한 오해가 드러나는 것이라고 거듭 분명히 해왔다”고 밝혔다. 지소미아 연장을 강력 요청했다는 얘기다. 이는 청와대 관계자가 전날 “미국이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이해하고 있다”고 설명한 것을 공개적으로 반박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 정부 소식통도 청와대 설명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며 한국 정부에 항의했다고 했다.
미국은 그동안 한·일 갈등 속에서도 지소미아는 유지돼야 한다는 입장을 한국 정부에 전달해왔다. 북한 핵·미사일 위협과 중국, 러시아의 영향력 확대를 견제해야 하는 상황에서 지소미아가 종료되면 한·미·일 협력에 균열이 생긴다는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지소미아는 미국엔 한·미·일 협력의 상징으로 여겨진다. 미국은 한국, 일본과 각각 한·미 동맹, 미·일 동맹을 맺고 있지만 한국과 일본은 과거사 갈등 등으로 군사협력엔 소극적이다. 2016년 11월 한국과 일본이 지소미아를 체결하게 된 것도 미국의 강력한 요구에 따른 것이었다.
지소미아가 없어도 미국을 매개로 한국과 일본이 정보를 주고받을 수는 있다. 하지만 그만큼 정보교류 속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위기 상황에서 대처 능력도 약화될 수밖에 없다는 게 미국의 우려다.
미 행정부 고위 당국자가 “(이번 결정은) 한국이 우리에게 알려준 것과 정반대”라며 “이는 문재인 정부의 집단안보 약속에 대한 근본적 의문을 제기한다”고 말한 것도 이런 분위기를 반영한다.
에번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담당 수석부차관보는 미국의소리(VOA) 방송에서 “한국 정부의 이번 결정은 한·미·일 3각 공조 체제에서 사실상 탈퇴를 선언한 것”이라며 “한국 정부가 북한과 중국에 큰 선물을 준 데 대해 워싱턴 당국자들이 어떻게 생각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
에스퍼 장관은 이날 정경두 국방부 장관의 요청으로 전화통화를 하면서 “미 국방부 논평처럼 우려와 실망감이 크다”며 “한·미·일 안보협력은 지속돼야 한다”고 말했다고 우리 군 관계자가 전했다.
폼페이오 장관도 이날 캐나다 방문 중 기자회견에서 지소미아 종료에 대해 “오늘 오전 한국 외교부 장관과 통화했다”며 “실망스럽다”고 밝혔다.
미 행정부 고위당국자는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이번 결정은 한국이 그동안 우리에게 힌트를 준 것(알려준 것)과 정반대”라며 “이는 문재인 정부의 집단안보 약속에 근본적 의문을 제기하게 한다”고 말했다. 다른 미 행정부 소식통은 “우리는 특히 한국 정부가 (전날) ‘미국이 이해하고 있다’고 말한 데 대해 불만족스럽다”며 “이는 사실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미국은 한·일 갈등 속에서도 지소미아는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을 한국에 전달해왔다. 지소미아가 한·미·일 안보협력의 상징과 같다는 점에서다. 그럼에도 한국 정부가 지소미아 종료를 결정하고 ‘미국이 이해하고 있다’고 설명하자 공개적으로 불만을 드러낸 것으로 분석된다. 일각에선 지소미아 파기를 계기로 미국이 한국에 방위비 증액 요구 강도를 높일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美 "알려준 것과 정반대 결정…文정부의 안보 약속에 근본적 의문"
한국과 미국이 “철통같다”고 강조해온 한·미 동맹이 흔들리고 있다. 한국 정부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를 두고 한·미가 공개적으로 이견을 드러내면서다. 미 국방장관과 국무장관이 동시에 우려와 실망감을 표현했을 뿐 아니라 미 행정부에선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계기로 문재인 정부의 한·미·일 안보협력 의지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지소미아 종료에 대한 미 행정부의 공식 반응은 22일 오전(현지시간) 담당부처인 국방부에서 나왔다. 미 국방부는 데이브 이스트번 대변인 명의의 논평을 통해 “한·일 양국이 이견 해소를 위해 신속히 협력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때까지만 해도 기존 입장을 반복한 원론적인 수준이었다.
하지만 오후 1시께 분위기가 바뀌었다. 미 국방부는 이스트번 대변인 명의의 ‘수정 논평’을 통해 “강한 우려와 실망감을 표명한다”고 비판 수위를 높였다. 미국이 ‘린치핀(핵심축)’이라고 부르는 한국 정부의 결정을 논평을 바꿔가면서 비판한 건 극히 이례적이다.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도 몇 시간 뒤 정경두 국방장관과의 통화에서 지소미아 종료에 따른 한·미·일 정보교류 제한을 우려하며 실망감을 표현했다. 캐나다를 방문 중인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역시 “오늘 아침 한국 외교장관과 통화했다. 실망스럽다”고 가세했다.
뒤이어 나온 미 국무부 공식 반응은 훨씬 강도가 셌다. 국무부는 국방부처럼 강한 우려와 실망을 표명한 데 더해 “미국은 문재인 정부에 지소미아 종료 결정이 나면 미국과 동맹의 안보 이익에 부정적 영향을 주고 동북아시아에서 우리가 직면한 안보 도전과 관련한 문재인 정부의 심각한 오해가 드러나는 것이라고 거듭 분명히 해왔다”고 밝혔다. 지소미아 연장을 강력 요청했다는 얘기다. 이는 청와대 관계자가 전날 “미국이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이해하고 있다”고 설명한 것을 공개적으로 반박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 정부 소식통도 청와대 설명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며 한국 정부에 항의했다고 했다.
미국은 그동안 한·일 갈등 속에서도 지소미아는 유지돼야 한다는 입장을 한국 정부에 전달해왔다. 북한 핵·미사일 위협과 중국, 러시아의 영향력 확대를 견제해야 하는 상황에서 지소미아가 종료되면 한·미·일 협력에 균열이 생긴다는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지소미아는 미국엔 한·미·일 협력의 상징으로 여겨진다. 미국은 한국, 일본과 각각 한·미 동맹, 미·일 동맹을 맺고 있지만 한국과 일본은 과거사 갈등 등으로 군사협력엔 소극적이다. 2016년 11월 한국과 일본이 지소미아를 체결하게 된 것도 미국의 강력한 요구에 따른 것이었다.
지소미아가 없어도 미국을 매개로 한국과 일본이 정보를 주고받을 수는 있다. 하지만 그만큼 정보교류 속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위기 상황에서 대처 능력도 약화될 수밖에 없다는 게 미국의 우려다.
미 행정부 고위 당국자가 “(이번 결정은) 한국이 우리에게 알려준 것과 정반대”라며 “이는 문재인 정부의 집단안보 약속에 대한 근본적 의문을 제기한다”고 말한 것도 이런 분위기를 반영한다.
에번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담당 수석부차관보는 미국의소리(VOA) 방송에서 “한국 정부의 이번 결정은 한·미·일 3각 공조 체제에서 사실상 탈퇴를 선언한 것”이라며 “한국 정부가 북한과 중국에 큰 선물을 준 데 대해 워싱턴 당국자들이 어떻게 생각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