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 서울대 환경대학원장의 쓴소리 "조국 딸, 장학금 신청 말았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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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과목 수강하고 장학금 800만원 이상 수령"
"부산대 의전원 합격통지 받은 다음날 그만둬"
"부산대 의전원 합격통지 받은 다음날 그만둬"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딸 조모씨가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 입학 전 한 학기 동안 재학한 서울대 환경대학원 홍종호 원장이 23일 조씨 논란과 관련,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글을 올려 조목조목 비판했다.
“이번주 갑자기 우리 단대가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고 입을 뗀 홍 원장은 “행정실 직원은 전화 받느라 업무를 제대로 할 수 없을 지경이었다. 국민은 실체적 진실을 알 권리가 있기에 이런 불편함은 얼마든지 참을 수 있다”고 전제한 뒤 “내 마음이 불편한 건 다른 데 있다. 이 일이 우리 환경대학원 재학생과 졸업생에게 적지 않은 충격을 주었기 때문”이라고 썼다.
홍 원장은 이번 사태로 학생들이 느꼈을 자괴감과 박탈감을 걱정했다. 그는 “이들에게는 환경대학원이 인생의 전부인데 누구에게는 서울대 환경대학원이 너무 쉽고 가벼운 곳이다. 의전원이라는 목표 앞에 잠시 쉬어가는 정거장”일 뿐이었다고 말했다.
그렇다 하더라도 동창회로부터 상당 액수의 장학금까지 받은 조씨가 학업에 최소한의 성의는 보였어야 했다고 홍 원장은 짚었다. 이어 “(이 학생의) 원래 목표가 의전원이었으니까. 대신 2학기 장학금은 신청하지 말았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결국 조씨는 단 한 과목을 수강하고선 총 800만원이 넘는 장학금을 받은 셈이 됐다. 두 번째 장학금을 수령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부산대 의전원에 합격하자 다음날 휴학계를 냈다. 조씨는 이후 복학하지 않아 자동 제적 처리됐다.
홍 원장은 “이것은 합법과 불법의 문제가 아니다. 세상에는 사람들이 공유하고 공감하는 훨씬 큰 윤리, 배려, 책임성 같은 가치가 있다”면서 “조국 교수에게 2014년 딸의 일련의 의사결정과 행태를 보며 무슨 생각을 했는지 묻고 싶다. 평소 조 교수의 밖에서의 주장과 안에서의 행동 사이에 괴리가 너무 커 보여 마음이 몹시 불편하다”고 강조했다.
아래는 홍 원장의 페이스북 글 전문.
교수 생활 24년차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로서 이 글을 쓴다. 이번주 갑자기 우리 단대가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조국 교수 딸의 장학금 수혜 관련 사실 관계를 파악하려는 기자들로부터 장학금 기부를 끊고 싶다는 동문 가족 전화에 이르기까지 행정실 직원은 전화 받느라 업무를 제대로 할 수 없을 지경이었다. 당시 학과장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동료 교수는 언론의 끊임없는 연락을 받아야 했다. 나 역시 현 원장이기에 기자의 전화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다. 국민은 실체적 진실을 알 권리가 있기에 이런 불편함은 얼마든지 참을 수 있다.
내 마음이 불편한 건 다른 데 있다. 이 일이 우리 환경대학원 재학생과 그리고 졸업생에게 적지 않은 충격을 주었기 때문이다. 작금의 상황을 목도하며 이들이 느낄 자괴감과 박탈감 때문에 괴롭고 미안하다. 이들에게는 환경대학원이 인생의 전부다. 이들은 도시와 교통과 환경과 조경 분야를 공부해 대한민국과 세계의 지속가능성에 좀 더 기여하고 싶다는 포부를 갖고 이곳에 입학한다. 스스로 이 분야의 전문성을 증진하여 자신의 생계를 유지하고 사회에 기여하고 싶어 한다. 100만원의 성적우수 장학금을 받기 위해 수업에 최선을 다한다. BK(두뇌한국)21 장학금을 받기 위해 연구에 몰두한다. 국제 학회 발표를 위해 밤잠 자지 않고 논문을 작성한다.
그런데 누구에게는 서울대 환경대학원이 너무 쉽고 가벼운 곳이다. 의학전문대학원이라는 목표 앞에 잠시 쉬어가는 정거장이다. 자신의 학력 커리어에 빈 기간이 생기는 것을 원치 않았던 것일까. 물론 의전원 목표 달성이 여의치 않을 경우 차선책으로 생각했을 수 있다. 그렇다면 학업에 최소한의 성의를 보였어야 마땅하다. 게다가 동창회로부터 상당한 액수의 장학금까지 받지 않았나.
통상 입학 후 1년 동안 한 학기 서너 과목을 듣는 환경대학원에서 이 학생은 첫 학기 3학점 한 과목을 들었다. 입시 준비할 시간을 가지려 했을 거라 짐작한다. 그것도 좋다고 치자. 원래 목표가 의전원이었으니까. 대신 2학기 장학금은 신청하지 말았어야 했다. 그런데 이 학생은 2학기에도 동창회 장학금을 받았다. 8월에 장학금 수령 후 2학기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 이 학생은 의전원 합격통지서를 받는다. 그리고 바로 다음날 서울대에 휴학계를 낸다. 그 다음 학기에 복학하지 않아 자동 제적처리 된다.
서울대 환경대학원의 교육과 연구 이념에는 공공성(公共性)이 강하게 배어 있다. 학문의 특성이 그렇기 때문이다. 역대 어떤 환경대학원 원장이든지 입학식 축사 때면 신입생들에게 학문을 통한 공공성 실현을 강조한다. 이 학생이 2014년도 전기 입학식에 와 있었는지 알 수 없지만, 만약 그 자리에서 공공성을 언급하는 원장의 축사를 들었다면 그 순간 어떤 생각이 들었을까 싶다. 12명을 뽑는데 46명이 지원했으니 네 명 중 세 명은 탈락했다. 이것은 합법과 불법의 문제가 아니다. 세상에는 사람들이 공유하고 공감하는 훨씬 큰 가치가 있다. 윤리, 배려, 책임성 같은 가치 말이다.
이 학생의 부모는 내가 재직하고 있는 대학의 동문이다. 아버지는 정의(正義)를 최고 가치로 삼는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의 교수다. 서울대 환경대학원의 전통과 지향에 대해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조국 교수에게 2014년 자신의 딸의 일련의 의사결정과 행태를 보며 무슨 생각을 했는지 묻고 싶다. 자신의 직장에 딸이 입학원서를 내는데 설마 지원 자체를 모르지는 않았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다수의 학생을 떨어뜨리고 입학한 대학원에서 한 과목 수업을 듣고 1년간 800만원이 넘는 장학금을 받은 꼴이 됐다. 이 사실을 지금 생각해 보니 어떠한가. 조국 교수가 집에서 자식을 이렇게 가르쳤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평소 조 교수의 밖에서의 주장과 안에서의 행동 사이에 괴리가 너무 커 보여 마음이 몹시 불편하다.
사랑하는 환경대학원 학생들에게 말한다. 이번 일로 자괴감 느낄 필요 없다. 박탈감 가질 필요 없다. 더 당당히 열심히 수업 듣고 공부해서 세상을 보다 아름답게 만들고자 하는 여러분의 꿈을 실현하기 바란다. 우리 교수들도 더 열심히 가르치고 연구해서 여러분이 정말 자랑스러워 할 수 있는 서울대 환경대학원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약속한다.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open@hankyung.com
“이번주 갑자기 우리 단대가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고 입을 뗀 홍 원장은 “행정실 직원은 전화 받느라 업무를 제대로 할 수 없을 지경이었다. 국민은 실체적 진실을 알 권리가 있기에 이런 불편함은 얼마든지 참을 수 있다”고 전제한 뒤 “내 마음이 불편한 건 다른 데 있다. 이 일이 우리 환경대학원 재학생과 졸업생에게 적지 않은 충격을 주었기 때문”이라고 썼다.
홍 원장은 이번 사태로 학생들이 느꼈을 자괴감과 박탈감을 걱정했다. 그는 “이들에게는 환경대학원이 인생의 전부인데 누구에게는 서울대 환경대학원이 너무 쉽고 가벼운 곳이다. 의전원이라는 목표 앞에 잠시 쉬어가는 정거장”일 뿐이었다고 말했다.
그렇다 하더라도 동창회로부터 상당 액수의 장학금까지 받은 조씨가 학업에 최소한의 성의는 보였어야 했다고 홍 원장은 짚었다. 이어 “(이 학생의) 원래 목표가 의전원이었으니까. 대신 2학기 장학금은 신청하지 말았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결국 조씨는 단 한 과목을 수강하고선 총 800만원이 넘는 장학금을 받은 셈이 됐다. 두 번째 장학금을 수령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부산대 의전원에 합격하자 다음날 휴학계를 냈다. 조씨는 이후 복학하지 않아 자동 제적 처리됐다.
홍 원장은 “이것은 합법과 불법의 문제가 아니다. 세상에는 사람들이 공유하고 공감하는 훨씬 큰 윤리, 배려, 책임성 같은 가치가 있다”면서 “조국 교수에게 2014년 딸의 일련의 의사결정과 행태를 보며 무슨 생각을 했는지 묻고 싶다. 평소 조 교수의 밖에서의 주장과 안에서의 행동 사이에 괴리가 너무 커 보여 마음이 몹시 불편하다”고 강조했다.
아래는 홍 원장의 페이스북 글 전문.
교수 생활 24년차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로서 이 글을 쓴다. 이번주 갑자기 우리 단대가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조국 교수 딸의 장학금 수혜 관련 사실 관계를 파악하려는 기자들로부터 장학금 기부를 끊고 싶다는 동문 가족 전화에 이르기까지 행정실 직원은 전화 받느라 업무를 제대로 할 수 없을 지경이었다. 당시 학과장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동료 교수는 언론의 끊임없는 연락을 받아야 했다. 나 역시 현 원장이기에 기자의 전화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다. 국민은 실체적 진실을 알 권리가 있기에 이런 불편함은 얼마든지 참을 수 있다.
내 마음이 불편한 건 다른 데 있다. 이 일이 우리 환경대학원 재학생과 그리고 졸업생에게 적지 않은 충격을 주었기 때문이다. 작금의 상황을 목도하며 이들이 느낄 자괴감과 박탈감 때문에 괴롭고 미안하다. 이들에게는 환경대학원이 인생의 전부다. 이들은 도시와 교통과 환경과 조경 분야를 공부해 대한민국과 세계의 지속가능성에 좀 더 기여하고 싶다는 포부를 갖고 이곳에 입학한다. 스스로 이 분야의 전문성을 증진하여 자신의 생계를 유지하고 사회에 기여하고 싶어 한다. 100만원의 성적우수 장학금을 받기 위해 수업에 최선을 다한다. BK(두뇌한국)21 장학금을 받기 위해 연구에 몰두한다. 국제 학회 발표를 위해 밤잠 자지 않고 논문을 작성한다.
그런데 누구에게는 서울대 환경대학원이 너무 쉽고 가벼운 곳이다. 의학전문대학원이라는 목표 앞에 잠시 쉬어가는 정거장이다. 자신의 학력 커리어에 빈 기간이 생기는 것을 원치 않았던 것일까. 물론 의전원 목표 달성이 여의치 않을 경우 차선책으로 생각했을 수 있다. 그렇다면 학업에 최소한의 성의를 보였어야 마땅하다. 게다가 동창회로부터 상당한 액수의 장학금까지 받지 않았나.
통상 입학 후 1년 동안 한 학기 서너 과목을 듣는 환경대학원에서 이 학생은 첫 학기 3학점 한 과목을 들었다. 입시 준비할 시간을 가지려 했을 거라 짐작한다. 그것도 좋다고 치자. 원래 목표가 의전원이었으니까. 대신 2학기 장학금은 신청하지 말았어야 했다. 그런데 이 학생은 2학기에도 동창회 장학금을 받았다. 8월에 장학금 수령 후 2학기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 이 학생은 의전원 합격통지서를 받는다. 그리고 바로 다음날 서울대에 휴학계를 낸다. 그 다음 학기에 복학하지 않아 자동 제적처리 된다.
서울대 환경대학원의 교육과 연구 이념에는 공공성(公共性)이 강하게 배어 있다. 학문의 특성이 그렇기 때문이다. 역대 어떤 환경대학원 원장이든지 입학식 축사 때면 신입생들에게 학문을 통한 공공성 실현을 강조한다. 이 학생이 2014년도 전기 입학식에 와 있었는지 알 수 없지만, 만약 그 자리에서 공공성을 언급하는 원장의 축사를 들었다면 그 순간 어떤 생각이 들었을까 싶다. 12명을 뽑는데 46명이 지원했으니 네 명 중 세 명은 탈락했다. 이것은 합법과 불법의 문제가 아니다. 세상에는 사람들이 공유하고 공감하는 훨씬 큰 가치가 있다. 윤리, 배려, 책임성 같은 가치 말이다.
이 학생의 부모는 내가 재직하고 있는 대학의 동문이다. 아버지는 정의(正義)를 최고 가치로 삼는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의 교수다. 서울대 환경대학원의 전통과 지향에 대해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조국 교수에게 2014년 자신의 딸의 일련의 의사결정과 행태를 보며 무슨 생각을 했는지 묻고 싶다. 자신의 직장에 딸이 입학원서를 내는데 설마 지원 자체를 모르지는 않았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다수의 학생을 떨어뜨리고 입학한 대학원에서 한 과목 수업을 듣고 1년간 800만원이 넘는 장학금을 받은 꼴이 됐다. 이 사실을 지금 생각해 보니 어떠한가. 조국 교수가 집에서 자식을 이렇게 가르쳤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평소 조 교수의 밖에서의 주장과 안에서의 행동 사이에 괴리가 너무 커 보여 마음이 몹시 불편하다.
사랑하는 환경대학원 학생들에게 말한다. 이번 일로 자괴감 느낄 필요 없다. 박탈감 가질 필요 없다. 더 당당히 열심히 수업 듣고 공부해서 세상을 보다 아름답게 만들고자 하는 여러분의 꿈을 실현하기 바란다. 우리 교수들도 더 열심히 가르치고 연구해서 여러분이 정말 자랑스러워 할 수 있는 서울대 환경대학원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약속한다.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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