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봉 전 광주지검 차장
정수봉 전 광주지검 차장
지난달 윤석열 검찰총장 취임 전후에 사표를 낸 검사 중 약 20명이 김앤장 법률사무소, 법무법인 광장 태평양 율촌 세종 화우 등 10대 로펌에 영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검찰에선 ‘인사 후폭풍’으로는 사상 최대인 60여 명의 검사가 퇴임했다. 로펌들은 공정거래와 금융증권 분야에서 독보적인 전문성을 갖췄거나 검찰 조직에서 신망을 받아왔던 검사들을 중심으로 스카우트를 했다. 전직 검사들이 로펌 시장에 한꺼번에 밀려들면서 대형 로펌의 영입 및 입사 경쟁이 그 어느 때보다 치열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형사통’ 송길대 부장 바른行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대 로펌인 김앤장이 이번에 5명의 전직 검사를 채용해 영입규모가 가장 컸다. 김앤장은 ‘특수통’ 검사 출신을 주로 뽑은 다른 로펌과 달리 ‘기획통’ ‘공안통’ ‘강력통’ 등 다양한 경력의 검사를 뽑는 데 주안점을 뒀다. 김석재 전 서울고등검찰청 형사부장(사법연수원 24기)과 차맹기 전 의정부지방검찰청 고양지청장(24기), 전형근 전 인천지검 1차장(25기), 김태권 전 서울중앙지검 강력부장(29기), 최종무 전 안동지청장(30기) 등 5명을 영입했다. ‘기획통’으로 분류되는 김석재 전 부장은 법무부 장관정책보좌관을 지냈고, ‘특수통’ 차 전 지청장은 BBK 주가조작 사건 당시 특별검사팀에서 일했다. 최 전 지청장은 법무부 부대변인, 전 전 차장은 대검찰청 과학수사기획관 등 경력이 있다. 김태권 전 부장은 조직범죄와 마약수사에 능한 ‘강력통’ 출신이다.

법무법인 바른은 부장검사 2명과 평검사 1명을 뽑아 형사팀을 대폭 보강했다. ‘형사통’ 송길대 전 수원지검 형사3부장(30기)과 ‘공안통’ 이상진 전 부산지검 공안부장(30기), 최승환 전 수원지검 안양지청 검사(39기) 등이다. 송 전 부장은 대(對)정부 소송을 총괄 대응하는 법무부 국가송무과장 경력이 있다. 동인은 김한수 전 전주지검 차장(24기), 안미영 전 법무연수원 연구위원(25기), 김준연 전 의정부지검 차장(25기), 전승수 전 전주지검 군산지청장(26기) 등 4명을 영입했다.
[단독] 검사 20여명 대형 로펌行…김앤장에만 5명
‘환경부 블랙리스트’ 수사 주진우 개업

광장은 박장우 전 안양지청장(24기)과 박광배 전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수단장(29기)을 영입했다. 광장은 공정거래위원회 파견 근무 경력이 있는 박 전 지청장을 중심으로 ‘공정거래형사팀’을 조직할 예정이다. 또 은행 증권사에 대한 검찰 수사에 대응하기 위해 ‘금융·증권 수사통’ 박 전 단장을 한식구로 맞았다. 태평양은 검찰 내 사법연수원 25기 선두주자인 정수봉 전 광주지검 차장을 영입했다. 법무부 검찰과장과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장 등 ‘엘리트 코스’를 밟아 많은 로펌에서 영입 제의를 받은 인물이다.

지난해 노동·형사 전문가 이시원(28기)과 국제 형사 전문가 이영상(29기) 검사를 영입한 율촌은 올해 안범진 전 안산지청 차장(26기) 1명만 뽑았다. 안 전 차장은 서울중앙지검 형사8부장(건설·부동산범죄전담부)을 거친 부동산범죄 수사 전문가다. 2년간 외교부 파견 근무 경력을 갖춰 국제업무에도 능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세종은 공인회계사 출신으로 금융위원회 자본시장조사단 파견 경력이 있는 신호철 전 고양지청 차장(26기)을 스카우트했다. 그는 검사 임용 전인 1997년 세종 변호사로 잠깐 근무한 경험이 있어 22년 만에 ‘컴백’하게 됐다. 화우는 ‘특수통’ 서영민 전 대구지검 1차장(25기)과 이선봉 전 군산지청장(27기)을 영입했다. 서 전 차장은 대검 과학수사담당관,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장을 거쳤고, 이 전 지청장은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부 출신이다. 이들은 화우 형사대응팀에서 과학수사와 특수수사, 금융조세조사 등에 대한 대응력을 높이게 될 전망이다. 지평에는 장기석 전 제주지검 차장(26기), 대륙아주엔 민기호 전 대검 형사1과장(29기)이 새로 둥지를 틀었다.

‘환경부 블랙리스트’ 수사를 지휘했던 권순철 전 서울동부지검 차장(25기)은 법무법인 로고스로 갔다. 그는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과 신미숙 전 청와대 비서관을 기소하는 등 현 정권을 겨눴다는 이유로 한직에 발령났다는 소리를 들었으며 검찰 내부게시판에 “인사는 메시지”라는 글을 올려 인사 불만을 우회적으로 드러냈다.

지난달 검찰 인사 직후 사직한 이도희 전 청주지검 검사(41기)는 서희그룹 오너 이봉관 회장의 막내딸(3녀)로 변호사 개업보다는 오너 2세로서 경영수업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환경부 블랙리스트 수사를 담당했던 주진우 전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장(31기)은 개업 가능성이 크다. 국정농단 사건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을 조사했던 한웅재 전 경주지청장(28기)은 개업과 사내변호사 입사 등을 놓고 고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봉하 전 부산 서부지청 형사3부장(31기)은 이영렬 전 서울중앙지검장이 이끄는 법무법인 도울에 합류할 전망이다. 최근 퇴직한 ‘노동사건 전문가’ 이헌주 전 서울중앙지검 형사9부장(30기)은 이금로 전 수원고검장(20기)과 법무법인을 세우기로 했다.

로펌들이 ‘스타 검사’ 영입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결국 기업 수사 때문이다. 검사 출신 변호사들은 기업인 소환조사 때 검찰의 의도를 파악하고 대응논리를 개발한다. 로펌들이 ‘후배로부터 존경받는 검사’를 주로 영입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한 대형 로펌의 형사팀장은 “후배에게 ‘갑질’해온 선배 검사들을 뽑으면 오히려 검찰 수사 대응에 역효과만 난다”고 말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