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개막에 앞서 ‘깜짝’ 오찬 회동을 했다. 두 정상은 프랑스의 미국 정보기술(IT) 기업에 대한 ‘디지털세’ 부과와 이에 대응한 미국의 프랑스산 와인 보복관세 문제 등을 놓고 팽팽한 기싸움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G7 정상회의가 열리는 프랑스 비아리츠에 도착한 뒤 마크롱 대통령과 만나 예정에 없던 오찬을 함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마크롱 대통령에 대해 “우리는 오랜 친구”라며 “이번 주말에 많은 것을 이뤄낼 것”이라고 말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을 ‘협력자’ ‘매우 특별한 손님’ 등으로 지칭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프랑스가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등 미국 IT 기업을 포함한 글로벌 IT 업체들에 디지털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하자, 미국이 수입하는 프랑스 와인을 겨냥한 보복 관세를 시사했다. 프랑스의 디지털세는 연 매출 7억5000만유로(약 1조원) 이상이면서 프랑스 내에서 2500만유로(약 335억원) 이상의 수익을 내는 글로벌 IT 기업에 대해 이들이 프랑스에서 벌어들인 연 매출의 3%를 세금으로 부과하는 법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오찬 회동에서 프랑스의 디지털세 부과 방침이 미국 기업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집중적으로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AP통신에 따르면 익명을 요구한 프랑스 외무부 당국자는 “마크롱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자국의 디지털세와 미국이 구상하는 프랑스산 와인에 대한 관세 부과는 연관점이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이 문제로 미국이 프랑스와 무역 전쟁을 시작하는 것은 아무런 득이 없을 것이라는 얘기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란의 핵 합의 파기를 둘러싼 중동의 긴장 고조와 북한 핵 문제, 시리아 분쟁 등에 대해서도 집중적으로 논의하자는 의사를 전했다. 그는 “이런 위기들은 강력한 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