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내 온라인 커뮤니티 주도 결성
투표 통해 '집회 구호' 정하고
민중가요 대신 아이돌 노래 불러
서울대·부산대, 28일 촛불시위
정당 등 외부 단체의 참여를 배제한 ‘정치색 없는 시위’인 점도 같았다. 23일 집회가 열린 서울대 관악캠퍼스 학생광장 앞에는 ‘이 집회는 특정 정당, 정치단체와 무관한 서울대 학생과 동문들의 자발적 집회로 취지에 어긋나는 행위를 삼가 달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고려대는 집행부를 구성하는 과정에서 특정 정당에 가입한 경력이 있는 학생이 제외됐고, 시위 참가자를 재학생과 졸업생으로 한정했다.
이번 서울대와 고려대 집회는 2016년 이화여대에서 정유라 씨 부정입학 사태로 일어났던 시위와 비슷하다는 평가다. 당시 이화여대에서도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재학생과 졸업생을 중심으로 시위에 대한 의사결정이 이뤄졌다. ‘순수한 학생들의 시위’라는 이유로 외부 단체의 개입을 거부했고 민중가요 대신 아이돌 그룹 ‘소녀시대’의 노래를 불러 화제가 됐다. 고려대 집회에 모인 학생들도 응원가와 가수 싸이의 ‘아버지’ 등을 불렀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모바일 환경에서 개인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장이 마련되면서 시위 주도 단체가 없어도 시위의 목표와 방향에 대해 자유롭게 논의하고 의사결정을 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또한 “최근 조 후보자 의혹에 대한 시위와 과거 이화여대 시위 모두 기성 정치권에 대한 실망으로 시작됐기 때문에 기존 정치와는 거리를 두겠다는 의지가 강해진 것”이라고 말했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