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시] 오후 세 시의 식사 - 황인숙(1958~)
찻길가의 조그만 빵집
하나밖에 없는 조그만 테이블 앞에
소박하고 정갈한 정장 차림의
아직 늙지 않은 한 아주머니
테이블 위에는 보랏빛과 잿빛이
섞인 속살을 드러낸 케이크 한 조각
그리고 갈색 조그만 드링크 병

아주머니는 이따금 한 모금씩
드링크로 입을 적시며
달게 케이크를 베어 물었다
유리벽 너머의 거리에
비스듬히 등을 돌리고.

시집 <리스본行 야간열차> (문학과지성사) 中

고흐의 그림 중에서 ‘감자 먹는 사람들’이라는 작품이 있습니다. 투박하고 거친 붓 터치로 어두운 램프 아래서 감자를 나누어 먹는 농민들을 그린 걸작입니다. 오후 세 시에 조금 늦은 점심을 먹는 이 시의 사람은 고흐의 그 그림을 닮았습니다.

드링크와 함께 먹는 케이크 한 조각은 아마도 간밤에 팔리지 않은 케이크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맛은 달고, 시고, 또 조금 떫고, 그러면서도 부드럽고 축축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마도 삶처럼….

주민현 < 시인(2017 한경 신춘문예 당선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