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인 '시범 서비스 1번지'는 태국
네이버의 자회사 라인이 새로운 사업을 시험하는 테스트베드(test bed)로 태국을 활용하고 있다. 자질구레한 심부름을 시킬 수 있는 O2O(온·오프라인 연계) 서비스인 ‘라인맨(Line Man)’을 처음 시작한 곳이 태국이다. 라인은 태국 최대 은행인 카시콘은행과 협업을 통해 태국의 금융시장에도 뛰어든다.

지난 21일 라인 태국법인 사무소에서 만난 피쳇 러크프리챠 태국 라인 최고경영자(CEO·사진)는 “태국은 라인 브랜드에 호의적인 소비자가 많은 지역”이라며 “라인맨과 같은 새로운 서비스를 시험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라고 설명했다.

라인맨은 개인 비서 호출 앱(응용프로그램)이다. 레스토랑이나 편의점에서 음식 등을 사다주는 게 라인맨의 주된 업무다. 2016년 서비스를 시작한 뒤 1년 만에 태국 배달 서비스 1위에 올랐다. 러크프리챠 CEO는 “지금은 방콕에서만 라인맨을 볼 수 있지만 점진적으로 서비스 지역을 확대할 계획”이라며 “머잖아 태국 외 동남아시아 지역에서도 라인맨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태국은 라인과 같은 온라인 기반 정보기술(IT)업체들이 정착하기 쉬운 시장으로 꼽힌다. 평균 인터넷 사용 시간(하루 9시간38분)이 세계 1위일 정도로 소비자들이 온라인과 모바일에 익숙하다. 라인은 인지도 측면에서 경쟁 업체보다 우위에 있다. 지난 7월 기준으로 태국 국민의 65%에 해당하는 4400만 명이 라인 모바일 메신저를 사용하고 있다.

라인은 태국에서 현지 은행과 협업을 통한 금융 시장 진출도 앞두고 있다. 라인 태국법인은 지난해 말 태국 최대 은행인 카시콘은행과 합작해 대부업 서비스인 카시콘라인을 출범시킨다고 발표했다. 카시콘라인은 사회적 취약계층에 신용대출을 해주는 금융 서비스로 현지 업체와의 차별화를 꾀할 계획이다.

라인은 태국에서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에 투자하는 ‘스케일업 펀드’를 조성해 운용하고 있다. 성장 잠재력이 큰 초기 단계 스타트업을 위해 투입한 자금이 2000만달러(약 240억원)에 이른다. 스타트업을 현지화 파트너로 활용하는 게 라인의 전략이다.

방콕=정연일 기자 ne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