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택배 시장 2~3위 업체인 롯데글로벌로지스와 한진이 올 2분기 기업 고객을 상대로 한 택배 가격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1위 CJ대한통운이 지난 3월 가격을 올리자 따라 올렸다.

26일 택배업계에 따르면 롯데글로벌로지스와 한진은 지난 2분기 택배 단가를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4%와 3.0% 올렸다. 앞서 CJ대한통운은 4.7% 인상했다. 국내 택배 시장의 약 75%를 점유하고 있는 이들 3사가 단가를 함께 올린 것은 2011년 4분기 이후 처음이다.

단가 인상은 주로 재계약 때 이뤄졌다. 택배사들은 TV 홈쇼핑, 온라인 쇼핑몰 등 택배를 많이 이용하는 기업들과 통상 1년 단위로 계약을 맺는다. 택배사들은 2분기 재계약 시점이 도래한 기업들을 대상으로 단가를 올렸다. CJ대한통운이 택배 가격을 올린 것을 명분 삼았다. 인상률은 CJ대한통운 대비 절반 수준이었다.

택배 운임을 ‘엄격하게’ 적용한 것도 단가 상승의 한 요인이 됐다. 택배는 크기와 무게에 따라 가격을 다르게 매긴다. 큰 박스는 3000원, 중간 박스는 2000원 받는 식이다. 하지만 현장에선 이런 요금 체계가 잘 지켜지지 않는다. 큰 박스를 중간 박스라고 하고 2000원만 내기도 한다. 박스 크기와 무게를 현장에서 잘 재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 택배사들이 크기와 무게를 재는 기계를 현장에 많이 보급했다.

택배 가격 인상은 택배사들의 실적 개선으로 이어졌다. 롯데글로벌로지스의 택배 부문 영업손실은 작년 2분기 124억원에서 올 2분기 65억원으로 줄었다. 같은 기간 한진의 택배 영업이익도 약 30억원에서 60억~70억원으로 늘어난 것으로 업계는 추산하고 있다. CJ대한통운도 택배 부문의 수익성이 개선됐다.

“택배 단가 인상은 결국 소비자에게 전가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한 홈쇼핑업계 관계자는 “판매 수수료에 택배 단가를 포함하는데, 단가가 오르면 결국 수수료율도 올라갈 수밖에 없다”며 “판매사들이 제품 가격을 올리는 빌미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