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시는 1995년과 비슷한 상황입니다. 당시에도 경기 침체 우려가 불거졌지만 상승장이 계속되고 있었죠. 앨런 그린스펀 당시 미 중앙은행(Fed) 의장은 선제적 금리 인하로 증시 하락을 막았습니다. 최근 비관론이 커지고 있지만 이번에도 금리 인하가 방어벽이 될 것으로 봅니다.”

얼라이언스번스틴(AB)자산운용에서 글로벌 주식시장을 분석하고 있는 데이비드 웡 주식부문 선임투자전략가(사진)는 26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하반기 시장 전망 간담회에서 “주식시장에 투자한다면 여전히 미국이 가장 나은 선택”이라고 말했다.

미·중 무역전쟁, 미 국채의 장단기 금리 역전 등으로 경기 침체 우려가 커졌지만 웡 선임전략가는 “미국 시장이 견조한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탄탄하게 유지되고 있는 미국의 내수경기가 증시를 뒷받침할 것으로 봤다. 그는 “미국은 한국 일본 유럽 등에 비해 국내 매출 비중이 크고 중국에서 발생하는 매출 비중은 5%에 불과하다”며 “미국 상장사들의 자기주식 매입도 활발해 급락할 가능성이 낮다”고 설명했다.

지난 몇 년간의 상승세에도 미국 증시의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은 높은 수준이 아니라는 분석이다. 웡 선임전략가는 “과거와 달리 기업 이익이 주가를 뒷받침하고 있다”며 “저금리로 인한 밸류에이션 상향 조정 효과도 있다”고 말했다.

웡 선임전략가는 시장 고점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지표로 △강력한 주식 자금 유입 △인수합병(M&A) 증가 △기업공개(IPO) 확산 △경기 민감주로의 전환 △크레디트 스프레드(신용 격차) 등 다섯 개를 꼽았다. 그러면서 “미국 증시가 정점에 이르렀던 2000년 2007년과 비교할 때 이 중 하나도 나타나지 않았다”고 했다.

과거와 비교했을 때 경기 확장기가 오래된 것은 확실하지만 금리 인하가 경기 침체를 상쇄할 것이란 관측을 내놨다. 그는 “내년까지 중앙은행이 금리를 세 번 인하할 것”이라며 “1995년과 1998년처럼 경제 상황이 최악이 아닐 때 보험적 성격의 금리 인하는 주식시장에 호재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 주식 중에서는 경기 방어 성격의 가치주나 중소형주보다 성장성을 갖춘 대형 우량주의 성과가 더 좋을 것으로 내다봤다. 구체적인 종목으로는 일명 ‘FANG(페이스북·아마존·넷플릭스·구글)’을 꼽았다. 주식 포트폴리오는 미국 70%, 신흥국 20%, 일본 10%, 유럽 5% 순으로 배분하라고 조언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