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벼랑 끝 힘겨루기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에) 중국이 필요없다”며 초강력 관세 부과 조치를 발표했다가 누그러지기는 했지만, 두 나라 간 경제전쟁 파고가 계속 높아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프랑스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 중 “(중국과의 무역전쟁에)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할 수 있다”면서도 “잘못된 거래를 바로잡고 있으며, 중국과 대화를 잘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중국과의 협상이 불발하면 경제 제재를 가할 수 있는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겠다고 압박하고 나선 것이다.

두 나라의 대결 양상은 기본적으로 강대국 간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극단적 밀고 당기기 양상이지만 국제사회의 변화된 모습을 보여준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보복관세 부과를 보복관세로 맞대응한 시진핑 국가주석을 ‘적(enemy)’이라고 지칭했고, 중국도 관영 언론을 통해 “전쟁도 불사하겠다”고 했다. 국제사회가 다자간 협약을 바탕으로 한 ‘룰(rule·규정)’의 시대에서 강대국이 회유와 압박을 병행하는 ‘딜(deal·협상)’의 시대를 넘어 노골적으로 힘을 과시해 이익을 실현하는 ‘완력(腕力)’의 시대에 접어든 것이다. 중국이 한국에 가했던 막무가내식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보복이 신호탄이었다. 강대국의 이익 앞에 국제사회 상식이 무시되는 냉혹한 현실에서 국가 이익을 지킬 수 있는 국력을 키우는 게 시급한 과제가 됐다.

한국이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가 되려면 외교·안보 역량 강화도 중요하지만 국력을 좌우하는 경제의 체질 강화가 무엇보다 필요하다. 세계 1, 2위 경제대국인 미·중의 무역전쟁은 가뜩이나 먹구름이 가득한 세계 경제를 벼랑으로 밀어 넣을 가능성이 높다. 한국은 무역의존도가 국내총생산 대비 68.8%에 달해 외부 여건 변화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 외풍을 견뎌낼 수 있는 경제 기초체력을 키우고 성장잠재력을 높이는 대책이 절실하다.

그러자면 경제의 현실과 구조적 문제점을 직시하고 해법을 찾아가는 냉철함과 절박감이 요구된다. 정부는 여전히 “경제 펀더멘털이 좋다”고 하지만 실물경제는 위기국면이다. 생산, 투자, 수출, 소비 등 거의 모든 경제지표가 악화일로다.

지금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실효성 있고 설득력 있는 대처 방안을 내놓는 것이다. 정부가 내놓은 ‘해법’인 남북한 협력을 기반으로 하는 ‘평화경제’ 구상, 소재·부품 기업에 투자하는 이른바 ‘애국 펀드’ 활성화 등 감성·애국 마케팅으론 시장의 신뢰를 얻을 수 없다. 지금처럼 규제를 찔끔 풀고, 과거 대책을 재탕하는 식으로는 경제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

꺼져 가는 경제 활력과 바닥난 경제 기초체력을 되살리려면 기업과 시장이 잠재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기업인이 마음껏 뛸 수 있도록 신산업 규제를 혁파하고, 획일적이고 강압적인 근로시간 단축 및 경직화된 노동시장 등 반(反)기업적 규제와 기업인을 범법자로 내모는 산업안전보건법, 화학물질관리법과 같은 억압적인 안전·환경 규제 등 발에 채운 모래주머니를 풀어줘야 한다. 그래야 경제위기에서 벗어나 국가 자존을 지킬 국력을 키울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