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위 소득 격차가 역대 최악이라는 2분기 가계동향조사 발표 후 ‘소득주도 성장 정책’에 대한 비판이 잇따르자 정부와 청와대가 방어에 나섰다. 청와대 경제수석은 “정책 효과가 역대 최고 수준”이라고 자평했다. “1분위(하위 20%) 평균소득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50원(0.045%) 늘어난 건 상당한 노력의 결과”라며 ‘상당한 개선’이라고까지 했다.

근거는 작년 1분기부터 5분기째 이어진 1분위 소득 감소세가 멈췄다는 점이다. 하지만 내용을 뜯어보면 개선이라고 하기 어렵다. 1분위 근로소득은 15.3% 줄어 6분기째 감소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여파로 적지 않은 저소득층이 일자리를 잃었기 때문이다. 그나마 소득 감소폭이 줄어든 건 기초연금 같은 공적 이전소득 덕분이었다. 자영업자들의 빈곤층 추락도 심각하다. 경제수석은 1분위 가구에서 60세 이상 비중이 높아졌다는 점을 들어 소득분배 격차 확대 원인으로 ‘고령화’를 지목했다. 악화된 지표는 인구구조 탓으로 돌리면서 좋아진 지표만 부각시켜 정책의 정당성을 홍보하려 한 것 아닌가.

이 정부의 ‘~탓’ 타령은 어제오늘 얘기가 아니다. 1분기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로 추락할 때만 해도 “정책 성과가 곧 나타날 것”이라더니 세계 경제가 나빠지자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낮추면서 대외 여건 탓을 했다. 소득 감소와 고용 사정 악화 등 경제 성과가 부진할 때 전 정권 탓을 하고 ‘경제 실패 프레임’이 워낙 강력해 성과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다며 언론 탓을 했다.

정책 취지가 아무리 좋아도 나쁜 결과가 나왔다면 뭐가 문제인지 돌아보는 게 기본 자세여야 한다. 그러나 정부와 청와대의 태도에서는 정책 실패에 대한 진지한 반성이나 시정하려는 노력을 보기 어렵다.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규제 완화 등은 제쳐두고 돈을 푸는 재정정책에 매달리고 있다. 자기성찰 없는 ‘남 탓’ 만으로는 제대로 된 정책이 나오기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