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에서 열리고 있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참석 중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북 유화 발언을 잇따라 쏟아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6일 압둘팟타흐 시시 이집트 대통령과의 양자회담에 앞서 백악관 출입기자들과 만나 “북한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리더십 아래 엄청난 잠재력을 갖고 있다”며 “그리고 나는 북한이 (이를) 망쳐버리길 원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이란이 비핵화로 얻을 수 있는 경제적 부와 잠재력을 거론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이란의 체제 전복을 추구하는 게 아니라 다시 부유하게 하려는 것”이라며 “이란과 마찬가지로 북한과 김정은도 큰 잠재력이 있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유화 제스처는 이번 G7 회의 내내 이어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인 25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만난 자리에서도 북한의 잇따른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가 장거리 미사일과 핵 실험을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어긴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한·미연합 군사훈련에 대해 “김 위원장이 화가 나 있었다. 솔직히 할 필요가 없었다고 생각한다”고도 했다. 아베 총리가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이라는 우리의 입장은 분명하다”고 정색하자 그제서야 “충분히 이해한다”며 한발 물러섰다.

한편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주선으로 25일 G7 회의가 열리는 프랑스 비아리츠를 깜짝 방문했지만 기대를 모았던 미국·이란 간 즉석 만남이 성사되지는 않았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