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전쟁이 길어질 것에 대비하는 움직임이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중국 정부가 무역전쟁 장기화를 염두에 두고 ‘산업망 업그레이드’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미국 전기자동차 업체 테슬라는 중국에서 가격을 인상할 계획이다.

26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테슬라가 오는 30일부터 중국에서 가격을 올릴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 소식통은 “위안화 가치가 약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라고 인상 이유를 설명했다. 테슬라는 당초 가격 인상을 내달 이후 하려고 했지만 미·중 무역전쟁이 단기간에 마무리되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해지면서 시기를 앞당겼다.

로이터통신은 “테슬라는 미·중 무역분쟁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는 기업에 속한다”고 했다. 테슬라가 중국에서 판매하는 자동차를 전량 미국에서 수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이 지난 23일 예고한 대로 미국산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에 각각 25%, 5% 관세를 부과하면 테슬라의 부담은 더 커진다. 테슬라는 중국의 관세 부과가 예정된 12월 15일에 맞춰 추가로 가격을 올릴 방침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중국 측으로부터 먼저 무역협상 타결을 원한다는 내용의 전화를 받았다고 밝혔다. 이후 미·중 간 협상이 순조롭게 진행될 것이라는 기대가 커졌다. 하지만 겅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양측 간 전화 통화가 있었다는 사실을 몰랐다”고 했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의 후시진 편집장은 트윗을 통해 “내가 아는 한 중국과 미국 협상대표들은 최근 통화한 적이 없다”고 했다. 이어 “중국의 입장은 바뀌지 않았다”며 “중국은 미국의 압박에 굴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진실인지조차 아직 확실하지 않다는 얘기다.

시 주석은 이날 베이징에서 주재한 중앙재정경제위원회 제5차 회의에서 “중국 각 지역의 상황에 따라 산업을 합리적으로 배치해 최적화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며 “이를 통해 높은 수준으로 발전하는 경제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과의 장기전에 대비해 산업 기반을 다지자는 뜻으로 풀이된다.

정연일 기자 ne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