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정부의 칭화대 공대 투자액
서울대 공대의 5배 달해
다음달 1일부터 2기 임기를 시작하는 차국헌 서울대 공과대학장(화학생물공학부 교수·사진)은 최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은 미래를 대비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투자, 대학과 정부 사이의 소통 채널이 너무나 부족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차 학장은 임기 종료를 앞둔 지난 5월 공과대학 교수들의 투표로 재신임을 받고, 이달 22일 서울대 본부 교원인사위원회에서 연임 승인을 받았다. 곧 총장 승인을 거쳐 다음달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하는 차 학장은 연임을 축하한다는 인사를 건넬 새도 없이 자리에 앉자마자 한숨을 쏟아냈다.
“서울대 세계랭킹 더는 오르기 어려워”
차 학장은 아시아권 유수 대학들과 서울대를 비교하면서 서울대마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은 연구와 교육을 하고 있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싱가포르기술디자인대(SUTD)는 모든 수업에 AI 기술을 접목해 진행한다”며 “싱가포르국립대(NUS), 난양공대(NTU), SUTD가 AI 교육을 전면적으로 확대할 수 있는 것은 싱가포르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덕분”이라고 했다.
차 학장은 특히 주변국과 규모의 차이를 설명하면서 “뭘 해도 안 되는 수준”이라고 했다. 그는 “서울대 공대는 교수가 323명이지만 칭화대의 경우 공대 교수가 1000명에 달하고 학생 수는 서울대의 2배, 정부 투자액은 5배 등 모든 게 서울대의 3~5배”라고 말하면서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한국 대학의 국제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해선 ‘극단적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차 학장이 말하는 극단적 조치는 정부 차원의 전폭적인 투자 확대다.
차 학장은 무엇보다 4차 산업혁명에 맞는 교육을 위한 교수를 영입하는 게 쉽지 않다고 털어놨다. AI, 빅데이터 등 분야에서 연구를 선도할 ‘라이징 스타’ 학자를 영입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구글 등 글로벌 기업들까지 인력 확보에 사활을 건 가운데 국립대인 서울대에서 받을 수 있는 연봉이 민간기업에 비해 턱없이 적기 때문이다. 차 학장은 “올해 데이터사이언스대학원을 신설하면서 6명의 교수를 영입하기 위해 미국 전역을 뛰어다녔지만 아직 2명밖에 선발하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인력 수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외국만큼 급여를 많이 주지는 못하더라도 국립대인 서울대 교수로서 정해진 급여 이상의 추가적인 보상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소신을 밝혔다.
AI 차별화와 여교수 비율 확대에 중점
차 학장은 서울대의 성공적인 AI 연구개발을 위해 2기 임기엔 ‘제조업 기반의 소프트웨어 플랫폼’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제조업을 기반으로 하는 스마트팩토리와 의료 AI, 시스템반도체 등을 개발하는 데에 역량을 투입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이미 저만치 앞서 있는 외국을 뒤쫓아서는 절대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며 “한국이 갖고 있는 우수한 제조업을 기반으로 하는 AI 개발에 역량을 집중해야 글로벌 경쟁력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서울대는 서울대병원을 통해 확충한 우수한 의료인력과 방대한 바이오·의료 데이터를 기반으로 의료 AI에 집중 투자할 것”이라고 했다.
차 학장은 또 2기 임기 동안 여성 교수 비율을 끌어올리는 데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서울대 공대 323명 교수 가운데 여성 교수는 11명으로 3%에 불과하다. 차 학장은 “여성 교수 비율이 20%에 달하는 주요 선진국과 비교해 3%는 부끄러워 고개를 들 수 없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는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는 지금껏 여성 교수를 한 명도 채용한 적이 없었는데, 올해 처음으로 2명의 여성 교수를 뽑았다”며 “꾸준히 여성 교수 채용을 확대해 여성 교수 비율을 최소한 10%까지 높이겠다”고 밝혔다.
차 학장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게 대학 자체적인 혁신도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학생들이 강의실에서 교수가 한 말을 받아 적기만 하던 시대는 지났다”며 “서울대 공대는 융합적이고 쌍방향 수업을 위해 강의 내용은 온라인으로 학습하고 강의실에선 토론과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플립러닝(flipped learning) 형태의 수업을 확대해나갈 것”이라고 했다.
정의진/김동윤 기자 justjin@hankyung.com